취향이 확고한 편은 아니지만, 어째선지 볼 드라마를 고르는 데에는 한참 동안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소리를 들었고, 이 드라마는 클리셰 범벅이라 유치할 것 같아. 이렇게 별거 아닌 이유들을 붙이며 볼 드라마를 거르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넷플릭스를 나와버리고 만다.
보고 즐길 거리가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인 걸까. 봐야할 것들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휴일은 한정적이라서 새로운 드라마를 시작하기까지 신중을 가하게 된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시작하게 된 드라마는 <경경일상>이라는 중국 드라마였다.
줄거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디에선가 봤을 법한 이야기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흔하디흔한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이 드라마를 끝까지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에는 작품 내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먼 곳에서 온 여자아이들이 인연을 만나고자 신천에 모인다. 재능을 숨기고 사는 신천의 육소주, '윤쟁'은 인연 선발에서 탈락하려 노력하지만, 고향에서 편하게 살아가던 '이미'와 예상 밖의 인연을 맺는다. 상반된 두 사람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어울리게 된다. 윤쟁은 과거에 응시하여 조정에 진출하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춘하추동 삼시 세끼를 함께 하고, 다양한 성격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성장하며 신천에서 훈훈한 일상을 누리는데..."] - 출처: iQIYI
<경경일상>은 궁중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담고 있는 고장극이다보니, 현대에 와서는 많이 사라진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적 관념이 다소 보수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왕의 아들인 남자 주인공과 신분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정실 부인이 아닌 측실 부인으로써 결혼하게 되는 여자 주인공, 그리고 24명의 첩을 두고 있는 3소주까지.
일부다처제가 존재하는 사회를 다루고 있는 작품을 볼 때 우리는 당연하게도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정실 부인과 측실 부인 간의 대립 구도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전개를 따른다.
남자 주인공인 6소주의 부인들, 정실 부인과 측실 부인이라고 불리는 원영군주와 이미는 사제관계로 지내면서 원영군주는 이미에게 익숙치 않은 궁 내부의 살림에 대한 가르침을, 그리고 이미는 원영군주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며 서로에 대한 관계를 돈독하게 쌓아간다.
또한, 3소주와 그의 24명의 첩들은 자신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3소주에게 반기를 든다. 3소주와 대립하게 된 첩들은 궁에서 나와 주루를 열고 종내에는 신천 내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자리하게 된다.
해당 드라마는 앞서 설명한 요소들 뿐만 아니라, 여성과 여성의 연대, 그리고 누구보다 서로의 처지에 대해 잘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의 관계에 대해 굉장히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너무나도 뻔한 드라마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면, 해당 드라마를 통해 그 피로감을 해소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