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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집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MBTI 유형 중 I(내향형)에 속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많은 시간을 집 안에서, 특히 침대 속에서 보내게 되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해외드라마만 보는 친구, 자칭 시네필을 주장하며 영화만 보는 친구, 그리고 OTT 플랫폼에 올라오는 인기 콘텐츠는 전부 섭렵하는 친구들 등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는 편에 속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와 새로 개봉한 영화는 잘 모르지만, 그만큼 애니메이션이라는 분야에 한해서는 빠삭하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둡고 피폐한 내용의 콘텐츠보다, 잔잔하고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는 말이 있다. 통계자료에 따른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된 것 같다. 원래 내 취향은 전자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보다 조금은 무겁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러한 나의 경험을 토대로 유명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천지창조 디자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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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린은 있는데 유니콘은 없는 걸까?", "용은 왜 실존하지 않는 거지?"

 

호기심이 왕성했던 어린 시절을 겪은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일 것이다. <천지창조 디자인부>는 이러한 우리들의 호기심을 경쾌하면서도 유쾌하게 풀어낸 애니메이션이다. 신의 의뢰로 동물을 디자인하고 창조하는 '천지창조사'의 디자인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클라이언트 의뢰 → 아이디어 도출 → 문제 발견 및 해결 → 보완 → 채택

 

이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회사 내에서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애니메이션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구조를 통해 에피소드가 진행되는데, '신'인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부서에 '~한 생물'을 의뢰하면, 디자인 부서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을 도출해낸다. 그 후 이러저러한 것들을 따져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생물이 채택되고,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생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끼리나 사자와 같은 동물들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지구상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러한 외양을 띤 생물은 살아갈 수 없는 것인지와 같은 설명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버디 대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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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대디스>는 공통점이라곤 살인 청부업 일을 하는 것밖에 없는 전혀 다른 두 남자가 4살 여자아이를 돌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호자들과 천진난만한 여자아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전반적인 설정이 스파이 패밀리와 유사하기 때문에, <스파이 패밀리>를 재미있게 본 이들이라면 이 작품 역시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작품이 완전히 같은 플롯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 패밀리>의 경우, 전체적으로 가볍고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유쾌하게 끝을 맺는다. 반면 <버디 대디스>는 장르가 코미디인 만큼 전체적으로 유쾌한 분위기이지만, 몇몇 에피소드는 다소 슬프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편에 속한다. 특히 주인공인 쿠루스 카즈키와 스와 레이의 과거 에피소드, 그리고 미리의 엄마에 대한 에피소드가 그렇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지 않겠으나, 마냥 가볍기만 할 줄 알았던 애니의 첫인상과는 달리 등장인물들 간의 서사와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흡혈귀는 툭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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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오늘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웃긴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코미디에 특화된 작품이다. 줄거리는 굉장히 간단하다. 흡혈귀 사냥꾼 로널드와 흡혈귀인 드라루크가 모종의 이유로 함께 살게 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런 게 왜 재밌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애니의 매력포인트는 '클리셰 파괴'에서 나타난다. 흡혈귀라는 드라루크는 제목처럼 '툭하면' 죽는 개복치 급 정신력을 소유했으며,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흡혈귀 사냥꾼 로널드 역시 어딘가 묘하게 이상한 사람처럼 보인다.

 

'클리셰 파괴'를 매력 포인트로 뽑은 만큼, 이 작품에는 타 작품들에서 흔히 존재하는 '클리셰'가 다수 존재하는데, 앞서 소개한 이 범상치 않은 주인공들과 주변인들이 이러한 클리셰의 흐름을 파괴하며 청자들이 웃음 짓게 만든다.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해본다면, 다소 정신없고 난잡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적응만 된다면 이 애니메이션만큼 웃기고 시간을 순삭시키는 애니메이션은 없을 것이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3편을 살펴보았다. 무언가를 '재밌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이들의 취향과 맞을지 100퍼센트 확신하진 못 할 것 같다. 무언가를 많이 접하게 될수록 나의 취향이 확고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 작품들로 하여금 취향을 더 견고히 하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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