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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책은 어렵다. 물론 책이 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 책이란 어려운 존재다. 스마트폰이 아닌 책을 선택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뿐더러 책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책을 읽기 위해 첫 장을 펼치는 순간에도 꽤 마음을 먹어야 한다.


특히, 나는 세계 문학전집을 보고 책과의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표지라도 예쁘면 한 번이라도 눈길이 갈 법한데, 세계문학 전집 책들의 표지들은 너무나도 고지식해 보였다. 그리고 대체 어떤 것부터 읽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그렇게 언젠가 읽긴 해야겠지, 하며 회피만 하던 도중,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세계 문학전집을 추천하는 콘텐츠들을 보았고, 그렇게 하나둘씩 도장 깨기를 하다 보니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와 같이 책에 대해, 특히 세계문학 전집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들을 위해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을 몇 권 추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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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같은 죄를 저지른 이들이 연인이 된다면, 그들은 영원한 사랑을 꿈꿀 수 있을까?

 

해당 책의 줄거리는 이렇다. 함께 선술집을 운영하던 주인 부부는 오갈 데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프랭크에게 선뜻 일자리를 제안한다. 그러자 프랭크는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안주인 코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린 프랭크와 코라는 자신의 남편, 닉의 눈을 피해 밀해를 즐기게 된다. 그렇게 서로 사랑을 싹틔워나가던 그들은 닉의 눈치를 보며 만남을 가져야하는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들은 합심하여 닉을 살인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소설은 하드보일드 장르로 분류되는 만큼 작중에 벌어지는 '살인'이라는 폭력적인 사건, 그리고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이 다소 차갑고 냉혹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그렇기에 작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굉장히 어둡고, 무거운편에 속하는데 막상 책을 직접 읽다보면 문장들이 버겁게 느껴지기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굉장히 빠르게 읽게 된다.

 

이들이 한 사랑은 과연 '사랑'이 맞는 걸까?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에리히 프롬이 정의한 성숙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서로의 성장을 바라며, 아무런 보증없이 자기 자신을 맡기고 상대도 나를 사랑해주리라는 희망을 거는 것이라고 서술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끌려 욕망을 느낀 것은 맞지만, 그 감정이 서로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단순한 불장난 같은 감정 역시 사랑이라고 구분지어야 하는 걸까? 주인공들의 고뇌가 주로 묘사되기보다, 사건을 중심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책이었다.

 

특히 나는 이 책을 현재 연인관계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데, 함께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감히 짐작해본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막내딸은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집안의 전통 때문에 막내딸인 티타는 꼼짝없이 평생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고, 자신을 속박하는 집안의 규칙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자 연인인 페드로는 티타와 어떻게든 함께하기 위해 티타의 언니와 결혼하게 되고, 티타는 자신의 마음을 요리에 담아 목소리를 내는데….

 

 

양파는 아주 곱게 다진다. 양파를 다지면서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다면 자그마한 양파 조각을 머리 위에 얹는다. 양파를 다질 때 눈물이 나오면 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게 그러니까, 한번 눈물이 나왔다 하면 양파를 다지는 동안 내내 울음을 멈출 수 없다는 게 영 안 좋다.


 

이 소설에서는 아주 특이하게도 '음식'과 '요리'를 이용하여 티타와 패드로의 사랑, 그리고 티타의 세밀한 감정들을 묘사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작품과는 달리 음식과 요리가 가지고 있는 따스하고 포근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마치 어린 시절 즐겨보았던 마법 소녀 만화를 연상케 한다. 해당 소설은 1992년에 알폰소 아라우 감독의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며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랑 이야기를 늘어놓는 책들을 선호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 소개한 2권의 책들을 읽으면서 굉장히 기분 좋게 책을 덮은 경험을 했으며,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들이었기 때문에 추천하게 되었다. 독서란 읽음으로써 끝나는 행위가 아니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되는 행위라고들 한다. 부디 이 책들이 여러분들에게 좋은 시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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