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창작산실
2차제작지원 선정작
우스꽝스럽고 두려운 악몽이자
동시대 한국사회에 대한
전복적이고 초현실적인 패러디
극단 돌파구(대표 전인철)가 창작극 [구미식]을 오는 6월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씨어터 쿰에서 공연한다. 지난 2025년 2월 초연한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2차제작지원'에 선정되어 올해 다시 관객과 만난다. 2022년 제13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극작가 이홍도와, 치밀한 텍스트 분석과 이야기 중심의 연출로 잘 알려진 연출가 전인철이 만나 오늘의 한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구미식]은 2022년에 집필된 희곡으로, 낭독공연과 초연, 재공연을 거치며 새로운 의미를 획득해왔다. 특히 작품이 상정한 가상의 지방도시와 초현실적 풍경은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동시대 현실과 맞물리며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이번 재공연을 준비하며 연출가 전인철은 "[구미식]을 특정 시대를 재현하거나 정치적 사건을 설명하려는 작품이 아니라, 한 도시 안에서 반복되어 온 언어와 감각,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밀어내고 닮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려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식]은 극도로 보수적인 가상의 지방도시 구미시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구미공단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극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자전적 기억이 작품 곳곳에 반영되었다. 그러나 작품 속 가상의 지방도시 구미시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공간이 아니다. 산업 근대화의 부흥과 쇠락, 그리고 그 시기의 가치와 이념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한국 사회의 혼란한 정치/사회적 풍경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는 상징적 공간이다. 작품은 구미시에서 출발해 동시대 사회 안에서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역행과 퇴행을 드러낸다.
극의 주인공은 클로짓 게이이자 약물 중독자인 청년 '톰 윌리엄스'이다. 작품은 그가 새마을운동기념공원에 세워진, 가상의 국가 지도자를 모델로 한 '행복한 동상'과 마주치면서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좇아간다. 이 행복한 동상은 톰에게 자신의 보석을 가난한 자들에게 하나씩 떼어줄 것을 약속하고, 그를 대가로 톰은 마약을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톰은 약물의 영향을 받아 환각 속에서 내면의 탐험과 현실 왜곡을 경험한다.
이 가운데 연극 무대에 오르는 것은 환상과 실제를 오가는 패러디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1888년에 지은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 가져온 행복한 동상은 권력의 위선과 무감각한 사회를 풍자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변주되었다. 또한 테네시 윌리엄스가 1944년에 발표한 희곡 [유리동물원]에서 '톰'은 [구미식]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인간성과 불안을 비추는 거울로 등장한다. 이홍도 작가는 "오랜 시간 공고히 굳어진 나머지 우리 자신과 사회의 일부가 된 막대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패러디의 중첩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주된 전략으로 삼았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대상 내부에 틈입해 균열을 만들어내는 창작 방법을 통해, 웃음과 환상, 풍자와 과장을 그려 기존의 질서를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형식과 장르, 서사 자체를 과감하게 변형하고 사실과 허구가 충돌하는 무대 언어는 영상과 이미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무대 위에는 사실주의적 장면 구성이 아닌, 광고 팝업 이미지, 맥락 없는 장면들, 환각처럼 뒤섞이는 영상과 파편화된 대사가 뒤섞여 이질적인 것들이 쉼 없이 충돌한다. 약물의 영향으로 시작된 톰의 환각은, 어느 순간 도시 전체의 풍경으로 확장되고, 관객들은 톰이 겪게 되는 혼란스러운 내면을 따라가며 무너진 현실과 과장된 이미지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게 된다. 작품은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부서진 세계의 균열을 응시하고, 그 틈새 사이로 우스꽝스럽고 초현실적인 2026년 대한민국 사회의 풍경을 끌어들인다.
한편 [구미식]은 6월 14일(일)과 6월 20일(토) 공연 종료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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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돌파구는 2015년 창단 이후 과학, 우주, 청소년을 주요 소재로 삼아 동시대적 질문을 무대 위에 던져왔다. 동아시아의 SF 소설을 연극으로 제작한 '우주극장' 시리즈, 젊은 희곡 작가들과 협업한 '오늘의 희곡' 시리즈, 그리고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정치, 사회, 경제적 문제의 근원을 20세기 동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탐구하는 '고전의 미래'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창작극을 선보이며 레퍼토리를 확장해왔다.
극단 돌파구는 개별 작품의 제작을 넘어, 작가와 배우가 함께 성장하고 작품이 장기적 레퍼토리로 발전할 수 있는 창작 구조를 지향한다. 앞으로 공연 제작뿐 아니라 워크숍, 작가개발 프로그램, 배우 훈련, 연구 모임 등으로 작업의 범위를 확장하며, 한국 연극 안에서 지속 가능한 창작의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