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람 쐬고 싶다"는 한마디에서 시작된 굴업도 1박 2일 여정.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 대한민국 3대 백패킹 성지 중 하나로 꼽히는 굴업도는 엄마가 우연히 굴업도라는 섬의 존재를 알게 되고, 풍경 사진을 보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 깊이 품어온, 잊히지 않는 이름이었다.
왜 하필 인적 드문 그 섬이냐고 묻는다면, 엄마의 답은 간결했다. 그저 '쉬고 싶어서'.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오롯한 산길을 걸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무도, 할 것도 없는 작은 섬. 북적이는 도시의 소음과 강박에서 벗어나 오롯이 고요함 속에 머물고 싶었다고 한다.
목적 없이 그저 함께 걷는 것을 즐기는 엄마와 나. 엄마가 굴업도를 알게 된 후 무려 10여 년 만에 이뤄진 이 여행은 어쩌면 엄마뿐만 아니라 나한테도 예정된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굴업도로 향하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다. 육중한 배낭과 스틱, 등산화는 기본. 배에서는 밀려오는 멀미와 스르르 감기는 졸음과의 사투도 감내해야 한다.
집에서 인천항여객터미널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 30분 남짓. 이곳에서 굴업도로 들어가는 배편은 크게 두 가지다. 3시간을 꼬박 달려 직항으로 들어가거나, 덕적도에 잠시 기항했다 들어가는 방법이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3시간의 뱃길은 다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는 약 1시간 55분.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굴업도로 향하는 다음 배편까지는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저마다의 트레킹 시작점으로 향하기 위해 분주히 버스에 올랐고, 버스는 금세 만원이 되었다. 운 좋게도 친절한 버스 기사님 덕분에 우리는 작은 공영버스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둘러볼 귀한 시간을 얻었다. 버스 안에는 섬 주민들과 트레킹을 즐기려는 이들이 뒤섞여 있었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정차와 출발을 반복하는 버스 창밖으로, 푸른 바다를 병풍처럼 두른 섬의 속살과 오르내리는 굽잇길, 마을마다 다른 빛깔의 지붕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덕적도에서의 짧지만 알찬 시간을 뒤로하고, 드디어 굴업도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드디어 목적지로 간다는 설렘과 기대가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