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으로 널리 알려진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Lev Nikolayevich Tolstoy의 <거대한 죄>는 당시 사회 문제를 다룬다.
정치와 사회적인 측면에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에 제격인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줄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의 작품은 예술과 문학이 어떤 역할을 행해야 하는지 전달한다. 비단 아름다운 것을 묘사하고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텍스트로 동시대의 문제, 예술을 품고 있는 사회와 시대에 관하여 다루는 것은 오늘날 예술의 존재 이유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국주의 비판을 통해 본 오늘날의 사회
["하지만 과거 언젠가는 관습, 신앙, 언어 같은 개별 민족의 특성이 인류 진보의 필수조건이었지만, 이러한 특성 자체가 우리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미 의식하고 있는 여러 민족의 형제애적 통합이라는 이상의 실현에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명백하지 않은가 (...) 사람들을 접근시키고 통합시키는 게 아니라 더욱더 소외시키고 분열시키는 역할을 한다."] - <거대한 죄>, '애국주의와 정부' 중
디아스포라 Diaspora, 자의적으로든 타의로든 인종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어로 '파종'을 뜻하며, 논밭에 여러 씨앗을 흩뿌리듯이 한 땅에 다양한 인종이 공동체 집단을 꾸려 나가는 것을 말한다. 이는 비단 사는 거주지를 다른 지역으로 바꾸다든가,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를 개인 차원에 적용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인간이다. 인종, 성별 등으로 서로를 분류할 수 있겠지만, 엄격히 말하면 그 스펙트럼은 넓다. '한국인'이지만, 다른 인종의 DNA를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성별로는 분리할 수 없는 정체성을 모두가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작은 존재로 이 사회에 함께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차이점에 관하여 굉장히 엄격하게 비판한다. 비판의 수준을 너머 공난한다.
["감정으로서의 애국주의는 몰지각하고 해로우며, 학설로서 역시 어리석은 것임은 명확해 보인다. 개개의 민족과 국가가 스스로를 최상으로 여기게 되면, 전부가 거칠고 해로운 망상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거대한 죄>, '애국주의와 정부' 중
톨스토이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를 최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가령, 6월에 시행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와 정당끼리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 어느 초등학생의 유치한 장난과 같다. '거칠고 해로운 망상'에 빠져 권력의 맛에 취한 정치인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잊은 채 사탕 발림만 한다.
이는 톨스토이가 말한 '애국주의'의 폐해와 같다. 편먹기를 밥 먹듯이 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은 어느 당 할 것 없이 모두 자신에 관한 지적에 "지독히도 완고하게 열성적으로 반박하고 자신의 유익성과 숭고함에 대한 칭송을 이어간다"
100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
톨스토이는 날로 확장하는 병력과 전쟁의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재미있는 제안을 한다. 대회나 회담, 협정이나 재판정이 아니라, 거대 재앙이 비롯하는 폭력의 도구, 이른바 정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없애는' 방식이어서 급진적이긴 하나, 정부를 정치로 치환하여 생각하면 정치가 가지는 권력을 최소 단위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모두가 묵인하는 가운데 날로 확장하는 병력과 전쟁의 무서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회나 회담, 협정이나 재판정이 아니다. 거대 재앙이 비롯하는 폭력의 도구, 이른바 정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 "만약 정부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흔히들 그런 말을 한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오래전에 이미 필요 없어진 과도하고 나쁜 것이 사라질 뿐이다."] - <거대한 죄>, '애국주의와 정부' 중
톨스토이의 <거대한 죄>는 오늘에 보내는 편지와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비슷한 것일까. 변치 않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제를 어떻게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지 톨스토이는 제안한다.
다소 급진적이고 어쩌면 극단적일 수 있으나, 그의 말처럼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 국민이 조금 더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정부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것은 단 하나뿐이다. 저 폭력의 도구를 지원하는 단 하나로서의 애국심은 거칠고 해로우며 수치스럽고 나쁜 감정임을 사람들이 깨우쳐야 한다."
거대한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국가와 노동, 정치에 대하여 논한 톨스토이를 통해, 우리는 현시점의 사회를 보다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다.
더불어, 예술과 문학이 단순히 자기표현을 넘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넌지시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