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부터 4월 14일까지 열리는 아트인사이트의 제1회 기획전 <틔움>은, 흘러가는 감정을 작가만의 방식으로 움켜쥐고 이를 관객에게 선보입니다. <틔움>은 통념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내면'이라는 조각을 포착합니다. 이때 통념이란, 비단 개념이나 지식뿐만 아니라 사람의 삶에도 적용되는데, 흔히 한국에서 '나이라이팅'이라고 일컬어지는 현상을 우리 모두 체념합니다. 우리는 나이대별로 해야 할 일이 정해진 것마냥 모두가 그 흐름대로 살아가곤 합니다. 이러한 획일적이고 '조밀하게 배열된' 세상을 살다보면 감정, 내면, 관계에 관한 질문 등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많죠. 그러나 이 질문들은 해소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평생 채워놓을 수 없는 그릇처럼 공허한 우리의 마음을 대성, 은유, 유사사, 나른, Mia 총 5명의 작가가 <틔움>에서 선보였습니다. <틔움>에서 전해지는 내면이라는 심연을 조금이나마 이 자리에서 전해보고자 합니다.
쓰라린 상처를 '풍자'의 방법으로 직면하다
우리의 삶은 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씨앗이었을 때는, 무슨 꽃이 될지 상상하며 어른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공룡이나 물고기가 되겠다며 천진난만하지만 순수하고 자유로운 마음을 품고 있었죠. 그러나 키가 크고 사회에서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게 되었습니다.
공룡이나 물고기가 아니라 명확한 꿈, 더 정확히 말해 직업으로 자신의 꿈을 말하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보다는 성공한 사람에 초점에 맞춰져 지내왔습니다.
작가 대성은, 이러한 동시대의 흐름을 재치 있지만 가슴 한쪽이 아려오게 하는 방식으로 기록했습니다. 향기로운 꽃이지만, 타인의 기준에 얽매이고 넓은 숲에서 자라는 꽃이 아닌 관상용 꽃으로 자라는 우리의 모습을 장미에 빗대어 그립니다. 이처럼 작가 대성은 사회 이슈를 통찰하고 우리 삶에 스며든 물질주의를 과감하게 예술로 드러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거나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하기보다는, 작가의 작품처럼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액자에 걸려 어디에도 떠나지도 못하죠. 숲과 하늘을 자유롭게 만끽하고 있는 꽃들을 함께 배치하여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 앞에 머물러, 내 삶이 어떠한가 회고하도록 합니다.
나의 슬픔도 어여뻤으면
저는 줄곧 슬픔이 못난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파란빛, 반짝반짝 빛나기보다 저 깊은 바닷속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답답함을 품은 감정이라 생각했죠. 그러나 작가 유사사의 작품을 보고 나선, 제 슬픔도 저렇게 예뻤으면 좋겠다고 처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슬픔은 이미 예쁠지도 모를지도 모릅니다.
작가 유사사는 작가 노트를 통해 '낯설고 생경한 나의 일부를 만나고,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을 살펴보고 간직한다'고 했습니다. 형체도, 색깔도 없는 우리의 내면을 시각화하고 소란스러운 감정을 보듬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슬픔이 모나고 모진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어슴푸레 만난 몽환적인 한 장면처럼 사랑스럽고 어여쁘다는 것을 느끼도록 합니다.
내 마음이 자그마한 세계라면 우울이 가장 밝게 빛나는 세계일 것이다. 우울이 빛난다니, 사뭇 모순처럼 느껴지는 말이지만 그 문장을 떠올린 순간의 나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기쁨은 한 순간의 기쁨일 뿐이고, 행복은 내 행복이라 부르면 고갤 끄덕이며 행복이 되어주지만, 내게 우울이란 것은 다소 복잡한 모양의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하나의 생태계 같다.
- 작가의 저서 중
애정하는 곡 중 하나인 혁오의 Young Man에서 이해되지 못하는 가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슬픔은 늘 떼로 온다, 기쁨은 늘 스쳐 간다' 작가 유사사의 말처럼 기쁨은 한 순간이면 흩어지고, 행복은 내 마음이 만들어내면 되지만 슬픔은 복합적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짙은 내음이 우리의 내면을 만들고, 잔잔하게 머뭅니다. 작가 유사사의 작품은 이러한 내면이 예쁘다고 말하며, 슬픔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하는거야
틔움은 일회성을 지닌 전시의 특성에서 벗어나, 작가의 생각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며 그 여운을 남깁니다. 마치 사랑처럼 말이죠. 전시 서문에서 '일상 사이에서 움트는 무명의 감정들'이라 표현했지만, 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는 단지 일상과 감정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난 사랑의 향이 달근하게 느껴지도록 했습니다.
사랑에는 여러 사랑이 있습니다. 나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 동물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무결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결점이 있어도 아름답기에 사랑'인 것이죠.
완벽하지 않고 투박하기에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을 <틔움>을 통해 잔잔하게, 느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