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은 때로 허상과 비슷한 의미로 쓰인다. 대개 환상이라는 단어엔 이상이나 욕망이 투영되고, 허상은 실제하는 것의 반대거나 왜곡되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디즈니는 여전히 환상의 본고장이다.
그러나 아이들만 환상을 가지란 법은 없다. 디즈니 인 콘서트의 관람객 연령대는 남녀노소를 넘어,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보였다. 객석에 입장하면 구 디즈니 로고의 파란색 배경으로 콘서트의 로고가 보였다. 입장하면서부터 탄성을 지르는 것은 어른 관람객이 더 많았다. 어린이 관람객은 종종 디즈니 프린세스의 드레스를 입고 깡총거리며 입장했다.
주말 양일간 진행된 공연은 가족, 커플 단위의 관객들이 관람하기에 안성 맞춤인 공연이었다. 그러나 내가 느낀 디즈니 인 콘서트의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다.
연령대를 고려하지 않은 자막의 부재 - 디즈니 인 콘서트는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관람하는 공연이었지만, 스크린에 띄워지는 영상에 한글 자막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의 영상은 영어 대사와 노래로 구성되어 있었고, 성인 관람객 중에도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어린이 관람객은 물론, 외국인 관람객을 포함한 다양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의 자막 서비스는 필요해 보였다. 또한 가창자가 모두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어 가사를 차용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상 중심의 공연일수록 언어 장벽을 낮추는 장치는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은 아이들이 내용과 감정선을 따라가야 진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음악과 영상, 감성의 결합 -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디즈니 명곡들을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였다. 'Circle of Life', 'Let It Go', 'A Whole New World' 등 세대를 아우르는 명곡들이 웅장한 라이브 연주로 재해석되자, 객석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보였다.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맞물릴 때, 그것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감정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무대 뒤편 스크린을 가득 채운 고화질 애니메이션 클립이었다. 영상은 대사보다 감정을 전했고, 오케스트라는 그 감정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특히 'let it go'의 하이라이트는 엘사를 지키려다 얼음이 되어버린 안나가 엘사의 진정한 사랑으로 다시 사람으로 돌아와 감동의 포옹을 하는 장면은 노래와 애니메이션의 감동이 완벽히 합치되는 순간이었다.
아쉬움과 가능성 사이 - 디즈니 인 콘서트는 분명히 '환상'을 선물했다. 그러나 그 환상이 ‘모두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선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연령과 언어권 관람객이 함께하는 공연이라면, 콘텐츠 접근성을 조금만 더 신경 써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도 아이도 꿈을 꾸게 만드는 무대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디즈니는 여전히 '환상의 본고장'이며, 그 마법은 세대를 가로질러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