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그림책 만들기 7단계_평면표지.jpg

 

 

주제전문사서에 대해 들어봤는가. 주제전문사서는 특정 주제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관련 자료의 선정 및 평가, 정보 서비스와 서지 업무 담당하는 사서를 일컫는다. 이용자의 정보 수요와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 사서의 덕목인 만큼 주제전문사서의 효율적인 정보 제은 도서관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다. 주제전문사서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접한 날, 개인적으로 그림책 주제전문사서가 전망이 좋아보인다는 강사의 첨언에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그림책에 관심이 생겼다. 그림책은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떠나보내는 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최근에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었다. 오히려 텍스트보다 영상 매체를 선호하는 오늘날, 그림책이야말로 더욱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렇게 독립서점에 방문하면 눈에 들어온 귀여운 그림책을 한두 권 사고, 그림책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림책의 세계는 내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막연히 교훈만 담겨있을 거라는 편견과 다르게 일상이나 자연 그대로를 담은 책도 있었다. 짧은 청소년 소설과 비슷한 분량의 긴 그림책도 있었다. 계속 작품들을 접하다 보니, 나도 언젠가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리니 디자이너인 혈육 도움을 받아서 뜻깊은 그림책을 완성해야지~' 김칫국을 마시며 그림책을 완성한 나를 상상했다.  그런데 그림책..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지? 난 문예창작전공자도 아닌데.. 구체적인 방법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 7단계로 나만의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다니! 절로 눈이 반짝여졌다.

 

7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그림책 산책(그림책 살펴보며 그림책을 이해하기) - 2단계 아이디어 심기(다양한 곳에서 이야기 소재 찾기) - 3단계 한 장면 싹틔우기(핵심이 될 장면 그리면서 시작하기) - 4단계 이야기 가꾸기(인물, 배경, 사건을 설정하기) - 5단계 스토리보드 줄기잡기(전체적인 흐름 시각화하기) - 6단계 그림 꽃피우기(형태와 색을 살리는 스케치와 채색하기) - 7단계 열매 맺기(완성된 책을 인쇄하고 제작하기 위한 표지 제작). 단계별로 워크북처럼 설명을 토대로 나만의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적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한 작가들의 대화 챕터를 통해 그림책 작가인 두 저자(윤나라, 이서연)가 직접 고민하던 지점들도 알 수 있다.

 

"그책 만들기에서 중요한 건 그림책의 물성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림책의 기본 구조, 물리적인 크기와 비율, 페이지를 넘기며 발생하는 흐름과 리듬까지. 단지 글을 쓰고 그리는 것뿐 아니라, 이야기를 그림책이라는 구조에 어떻게 담아낼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만 앞선 초보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마음가짐이다. 독자와 창작자는 엄연히 다르다. 창작자는 독자의 독서 활동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책에 어떤 메세지를 담을 것인가'라는 메세지도 중요하지만 '메세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깨달았다.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라고 하면 으레 겁먹는다. 내게는 남에게 자랑스럽게 선보일 만한 대단한 이야기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자신 있게 일상에서 쉽게 아이디어 소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일기 쓰기,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 전시, 대화, 주변 인물 등. 우리를 둘러싼 여러 존재 가운데 하나를 붙잡아 발전시키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림책을 만든다는 건 결국 나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내 안에 숨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싶었던 그림을 하나씩 발견하고 꺼내어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서 그림책은 만들어집니다." 앞으로 일상 속 작은 경험을 통해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를 고민해 봐야겠다.

 

언젠가 정식으로 사서가 된다면, 그림책을 활용한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림책 독서모임도 좋고, 그림책 테라피스트와 함께하는 독서심리치료도 좋지만 직접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꼭 해보고 싶었다. 사서라는 꿈이 현실이 되었을 때 그림책 독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든든한 동료를 구한 느낌이다. 그림책이 좋아서 이 장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거나 언젠가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