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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는 자신의 과오를 지우고 살아갈 수 있을까 - 연극 '플리백' [공연]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한 여자의 이야기

by 윤선주 에디터
2026.08.05 07:39

사람은 왜 실수를 할까. 우리는 자신의 과오를 지우고 살아갈 수 있을까. 연극 <플리백>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른 한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플리백(Fleabag)은 이름의 뜻처럼 ‘문제투성이’인 사람이다. 운영 중인 기니피그 카페는 파산 직전이고, 동업자이면서 유일한 친구인 ‘부’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새엄마와 결혼한 아빠와는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거리감이 생겼고, 남자친구와는 이별을 반복한다.

 

플리백은 불안을 느낄 때마다 육체관계로 도망친다. 상대가 거친 관계를 요구하거나 몸을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도 거리낌 없이 응해준다.

 

 

플리백_김히어라_공연사진 (7).jpg

 

 

연극이 시작되면, 이 문제투성이의 이상한 여자가 무대에 홀로 등장한다.

 

자신이 겪은 일을 농담처럼 늘어놓으며 속내를 모두 까발리는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관객은 플리백을 연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숨기고 싶어 하던 진실까지 고백하는 순간, 우리는 그녀를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목격자가 되어버린다.


플리백은 카페에 있는 기니피그를 볼 때면 ‘부’를 떠올린다. 생일선물로 받은 기니피그를 보며 좋아하던 부. 남자친구의 배신을 목격하고 도로에 뛰어들어 죽어버린 부. 플리백은 아직 죽은 친구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기댈 곳 없는 플리백의 곁을 지키는 건 기니피그 힐러리뿐이다. 그런데 힐러리마저 심하게 다치고 만다. 플리백은 힐러리의 죽음을 회피하려는 듯 술집에 가보지만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아빠 집에도 찾아가 보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누구도 플리백의 연락을 받아주지 않는다.

 

플리백은 외면하던 힐러리를 품에 안아 숨을 끊어준다. 그리고 자신이 부에게 저지른 잘못을 직면하게 된다. 자신이 카페에 데려온 남자 때문에 다쳐버린 힐러리처럼, 부에게 저지른 잘못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다.

 

 

플리백_공연사진_김주연 (12).jpg

 

 

‘햄스터를 괴롭힌 아이가 교정시설로 보내졌다’는 기사를 플리백이 읽어주자, 부는 행복한 사람은 절대 그런 짓을 안 할 거라며 아이에게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안할 때마다 육체적인 관계로 도망치던 플리백은 끝내 소중한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플리백이 자신의 불안과 마주할 수 있었다면, 어쩌면 이 잘못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플리백은 ‘연필 끝에 지우개가 달려있는 건 실수를 지우기 위해서’라는 부의 말을 떠올린다. 플리백의 실수도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지워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갈 수 있을까.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을 지우개로 지워도 흔적은 남는다. 그 흔적 위에 또 다른 글을 써 내려갈 수밖에 없다. 자신의 과오에 붙잡힌 채 멈춰 있기에는 삶은 너무 길다. 그러니 실수의 흔적을 간직한 채 살아야 한다. 플리백은 부와의 추억이 남아있는 카페를 접고 면접을 본다. 면접관에게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러버리지만, 또 한 번 기회를 얻는다.

 

우리는 크든 작든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완전히 지워버릴 수 없는 그 실수들을 안고서, 웃음 짓고 농담을 던져가며 아등바등 또 하루를 버텨낸다.

 

“다들 이렇게 거지같이 살면서 그냥 말하지 않는 거죠? 아니면 나만 이러는 거예요?”

 

 

연극 <플리백>

- 영국의 극작가 '피비 윌러 브리지'의 연극

- 아마존 프라임의 드라마 <플리백>의 원작

- 공연 일정 : 2026년 6월 19일 ~ 9월 6일

- 공연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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