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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실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림책은 그림이 곧 이야기 전개 주체가 되는 그림책이다. 예를 들어 <강아지똥>, <책 먹는 여우> 등이 그렇다. 동화책은 글만으로도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피터 팬>, <어린 왕자> 등 글을 보조해주는 삽화가 들어간 것이 동화책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만들 때는 글과 그림을 따로 구성하기보다, 이 두 요소를 어떻게 상호작용시켜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움직일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단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뿐 아니라, 이를 그림책이라는 구조에 어떻게 담아낼지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의 첫장에서 나오듯 그림책을 만드는 일은 그림책이라는 장르를 근본적으로 탐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 과정을 매우 실용적으로 엮었다는 점이다. 바로 실전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콘텐츠가 많다.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생각해보기' 워크북이 실려 있다. 방금 읽은 것을 실제로 적용해보며 책을 다 덮을 쯤에는 '더미북'을 만들 재료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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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림책 작가들의 인터뷰를 함께 담고 있는데, 많은 인터뷰에서 보이는 "누구나 할 수 있다"식의 내용이 지양되어 있다. 실제 창작에서 오는 고통과 즐거움을 진솔하게 담은 인터뷰들이다.

 

그들이 직업적으로 품는 자기 회의, 시장성과 예술성, 독자와의 접점에 대한 성찰이 실려 있다. 그래서 단순히 그림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렇게 만든 책을 시장에 어떻게 내놓고 소통할지 질문하게 된다.

 

이러한 직업적 고민까지 풍성하게 담은 것도 앞서 말한 이 책의 '실용적 장점'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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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그림책 만들기 수업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일곱 단계로 구성된다.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그림책 산책, 2단계-아이디어 심기, 3단계-한 장면 그리기, 4단계-이야기 가꾸기, 5단계-스토리보드 즐기기, 6단계-그림 컷 피우기, 7단계-열매 맺기.


이를 따라해보며 나와 가장 잘 맞는 아이디어 방법은 무엇인지, 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그림책으로 완성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무엇인지 떠올리는 과정이 나의 블로그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과 매우 닮아있다고 느꼈다.


이 책은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뿐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영감을 준다. 아이디어 발상법, 캐릭터 구상, 이야기 구조화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영상 콘텐츠, 광고, 영화 제작 등 스토리보드를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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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가 살면서 최초로 읽은 '책'은 다름아닌 그림책일 것이다.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 누구나의 내면에 존재하는 이야기와 감정을 세상과 나누는 행위로서의 창작을 안내한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 창작을 꿈꾸는 사람, 또는 ‘읽고 쓰는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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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 두 편의 그림책을 소개하며 마치려 한다. 이 두 권은 모두 내가 성인이 되어 '내돈내산'해 내 책장에 지금도 꽂혀 있다.

 

<도서관> - 데이비드 스몰 그림, 사라 스튜어트 글, 지혜연 옮김

 

["깡마르고 눈이 나쁘고 수줍음이 많은 아이, 엘리자베스 브라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오직 독서뿐이다. 잠잘 때에도, 학교에 갈 때에도, 수업 시간 중에도 내내 책 읽을 생각만 한다. 너무 많은 책 때문에 침대가 부서지기도 하고, 책장이 무너지기도 한다. 마침내 책들이 집을 온통 채워 현관문까지 막아버리자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자기의 전 재산인 책을 마을에 헌납한다. 그리고 날마다 '엘리자베스 브라운 도서관'을 찾아가 책을 읽는다."]

 

아내 사라 스튜어트가 글을 쓰고 남편인 데이비드 스몰이 그림을 그린 그림책으로,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도서관을 짓게 된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이야기다. 왜 주인공이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책을 특히 좋아하는지 나오지는 않는다. 주인공은 주변에 책 읽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단지 책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 꼭 도서관을 이루겠다는 꿈을 갖지 않고도 엘리자베스 브라운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짓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내 친구가 생각나기도 했고, 나도 주인공처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한 책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선생님이 읽어주셔서 알게 된 책인데, 어렸을 때도 참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느닷없이 이 책이 다시 생각나 서점에 찾아가 구입했다.

 

<나는 토끼 폼폼> - 롬 글, 그림

 

["꼬리가 커서 슬픈 토끼, 폼폼의 이야기. 폼폼의 꼬리를 친구들은 놀리기도 했고, 달리기를 할 때면 큰 꼬리가 불편해 폼폼이는 꼴찌가 되기도 했다. 달리기 대회 전날 울며 잠이 든 폼폼이는 하늘을 날게 되는데..."]


코엑스에서 열렸던 일러스트 페어에서 롬 작가님의 '폼폼' 캐릭터를 만나고, 무해하고 폭신한 폼폼이의 매력에 빠져 알게 된 책이다. 작가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아보게 되었던 학생 시절과 폼폼이의 이야기가 닮아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남과 비교하게 되고 마음이 작아지는 사람들에게 폼폼이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제목 <나는 토끼 폼폼>은 '나'는 토끼 폼폼이라는 뜻과 '(하늘을) 나는' 토끼 폼폼이라는 두 가지 뜻이라고 한다. 폼폼이는 달리기는 잘 못하지만 하늘을 신나게 날며 자신의 꼬리를 사랑하게 된다. 자존감에 대한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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