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배우님께
진짜로 읽으신다는 상상을 하니, 손이 키보드 위에서 잠시 얼어붙었어요.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배우님을 만나게 된다면 내가 말을 걸 수 있을까?' 하고 상상하기만 했었는데... 말은커녕 저는 편지를 쓰는 것부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네요. 록산에게 편지를 주는 시라노는 얼마나 떨렸을까요.
저는 작년에 배우님을 처음 알게 된, 신팬(?)에 속하는데요.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배우님을 알고 나서 제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일단, 배우님 덕분에 사랑하는 것이 늘어났습니다. 저는 사실 공연을 거의 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랬던 제가 작년에, 모종의 이유로 <하데스타운>을 혼자 보러 가게 되었었는데요. 그날 밤 제가 블로그에 적었던 문장이 있어요.
“좋은 공연을 보고 나오니 온 세상이 음악으로 들렸다”.
그다음 뮤지컬이었던 <킹키부츠>를 볼 때도 그랬고, <시라노>를 볼 때도 그랬습니다.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어요. 특히 <시라노>를 본 이후로는, 저는 달을 많이 올려다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저의 첫 공연 경험이 황홀했던 덕분에, 저는 무사히 뮤지컬에 입덕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유튜브로 뮤지컬 '박제' 영상들을 쭉 보는데, 아니 글쎄... 배우님이 모든 유명한 작품에 다 계신 거 있죠. 사실 저는 거기서 반했던 것 같습니다. 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그래서 배우님 인터뷰도 따로 찾아서 읽어봤어요. 주로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5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로 끝났는데, 정말 당시 하셨던 답변대로 다음 5년을 살아내셨더라고요. 몇 주간 인터뷰들을 쭉 읽으며 멍했던 것 같아요. 아, 이렇게 정말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존재하는구나.
배우님을 보면 제 존재에 대해서도 궁금해져요.
나는 어떤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참 좋아요. 시라노가 거인을 데려오라고 했던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요.
배우님은 제가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합니다. 만약 교수님으로 뵈었다면 제가 졸졸 쫓아다니면서 평생 가르쳐달라고 했을 것 같아요. 아쉽게도 저는 노래하는 열정은 없어요. 대신 기록하는 마음은 큰 사람인데요. 유튜브로 아이다 프레스콜을 보면서 '나도 저 자리에 있고 싶다'라고 퍼뜩 생각이 들었어요. 작년 12월부터 공연예술 관련 에디터라면 모조리 지원한 결과, 너무나 감사하게도 현재 아트인사이트와 국립극장의 에디터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먼 훗날, 배우님의 프레스콜에 제가 아무렇지 않은 척 걸어 들어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이건 생일 축하 편지였는데 그냥 제 고백 편지가 되었네요. 하하.
배우님은 관객들이 공연에서 그저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그 '무언가'의 나비효과를 언젠가 직접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아, 마침 생일 카페를 한다고 하니! 편지를 쏙 놓고 와야겠습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요 배우님. 배우님 공연을 보고 나면 매번 세상이 음악이 됩니다.
세상을 음악으로 채워줘서 고마워요.
나의 달에게,
시라노의 마음으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