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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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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날씨가 쌀쌀한 3월, 봄의 문을 여는 뮤직 페스티벌 <2025 Soundberry Theater>에 다녀왔다.

 

느지막이 출발해 도로가 꽉 막힌 시간대였고, 로이킴의 무대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공연장에 도착했다. 티켓 부스에서 손목밴드를 받아 착용하고 실내 공연장에 입장했을 때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미 늦은 탓에 좋은 위치의 자리 선점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좌석 존은 대부분 차 있던 반면 스탠딩 존은 자리가 널널했던 것이다.

 

덕분에 생각보다 훨씬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 서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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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의 <봄봄봄>,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봄이 와도> 등을 들으며 경직되어 있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졌다.

 

공연장의 음향, 조명, 분위기와 함께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뮤직 페스티벌의 묘미는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끼리 맺은 무언의 약속에 있는 것 같다.

 

공연장에서 만날 때만큼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질러도, 제멋대로 몸을 들썩여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도, 그런 서로의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봐주자는 약속. 공연장에 모인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그 약속을 굳게 믿고 잘 지킬수록 더욱 황홀한 축제가 완성된다.

 

사람들은 머리 위로 손을 흔들고, 옆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성심껏 몰입하는 관객들의 표정과 움직임까지도 공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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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킴의 무대가 마음을 잔잔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면 10cm의 무대는 기분을 산뜻하고 후련하게 만들었다.

 

환하게 웃으며 첫 곡을 마무리한 그는 한동안 작업실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너무 즐겁다며, 무대를 선보이는 내내 신이 난 표정으로 노래했다.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는 그의 눈빛과 에너지가 좋아서 덩달아 신이 났다.

 

<그라데이션>,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너에게 닿기를> 등 여러 곡을 듣는 내내 그의 활기찬 에너지가 실시간으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10cm의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자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영화관의 모습처럼 관객들이 우르르 일어나 같은 출구로 빠져나갔다. 공연장 앞 버스 정류장에는 공연을 보고 나온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서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생동감 넘치던 공연장의 에너지를 일상생활 속에서 종종 떠올리게 될 것 같다고.

 

축제에서 얻은 기운을 마음에 간직한 채 한 계절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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