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극단 오징어의 창작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를 관람했다.
70살 생일을 맞은 치매 노인 춘자의 느슨해진 정신줄에서 '영혼의 물고기'가 빠져나오고 그 물고기를 따라 춘자가 상상과 현실, 추억과 회환 사이를 오가며 모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공연을 보기 전부터 과연 무대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영혼의 물고기라는 판타지적 존재를 어떻게 나타낼 것인지 몹시 궁금했다.
영화처럼 CG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특수 효과 없이 환상적 요소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관객들을 충분히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지, 짐작해 보는 것만으로도 크게 기대가 되는 공연이었다.
춘자는 생일날 가족들과 외식을 하기 위해 외출했다가 길을 잃는다.
그가 '마지막 회 센타' 앞에 움츠려 앉아 있을 때 영혼의 물고기가 등장한다. 처음에는 맹랑했다. 물고기가 전혀 물고기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간 비늘과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한 영혼의 물고기는 이러한 의문이 관객의 머릿속을 지배하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럴 틈도 없이 기포가 빠글빠글 올라오는 입소리를 내며 몸을 흐느적거리는 동시에 부르르 떨었다. 그는 스스로를 완전히 물고기라고 믿는 얼굴이었다. 연이어 횟집의 기다란 봉을 타고 내려와 당당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그것이었다. 물고기가 정면 승부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면. 배우가 극 안에서 스스로를 물고기라고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에, 헛웃음을 치지 않고 진지하게 배역에 몰입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외면이 물고기다운지 물고기답지 않은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관객의 입장에서 그의 연기를 보며 극의 장르에 동참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물고기를 상상하게 되었다.
그만큼 영혼의 물고기에게는 관객들이 저항 없이 반하게 만드는 태연함과 익살스러움이 있었다.
그의 연기를 보며 오히려 물고기를 내가 아는 전형적인 물고기의 모습으로만 떠올렸던 내 상상력의 한계를 돌이켜봤다. 동시에 배우가 무언가를 강력하게 믿으면 관객도 그것을 따라 믿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객은 배우가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나가는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세계를 사는 배우의 태도는 그 세계를 보는 관객의 시선을 만든다. 관객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들을 의심할지, 보이는 대로 믿을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교하게 상상하게 만들지는 상당 부분 배우의 연기력에 달려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춘자가 물고기 코딱지를 먹고 7살이 되는 장면과 파리똥을 먹고 100살이 되는 장면에서 춘자가 콧물색 찐드기 장난감과 은구슬을 꿀꺽 삼켰는지 말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먹고 나서 보여주는 단단한 연기는 관객들을 춘자의 마음에 동화되게 만든다. 와이퍼가 된 시곗바늘, 똥파리처럼 비인간적 존재들의 연기 역시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대라는 공간 위에서 배우들의 믿음은 힘이 세다. 그들이 철저히 믿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 역시 몰입할 수밖에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에 감탄했던 뮤지컬, 한 분 한 분의 탄탄한 에너지가 전달되어서 좋았던 공연,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6월 1일까지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