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일곱 가지 과일 맛이 한데 어우러진 2025 Soundberry theater
심장을 쿵쿵 울리는 소리와 눈동자에 내리는 형형색색의 조명. 열기로 가득 찬 공연장과 무대 위에서 뜨겁게 빛나는 뮤지션. 상상만으로도 벅찼다. 공연장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2025 Soundberry theater에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엔플라잉의 ‘Blue Moon’ 무대를 직접 보는 게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다녀온 2025 Soundberry theater는 예상보다도 더 웅장하고 강렬했다. 반나절 동안 실력파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일이 이토록 짜릿하고 또 감동적인지 몰랐다. 입장 1시간 전부터 공연에 기대를 잔뜩 품은 입장객이 KBS 아레나 주위를 빙 둘러서 줄을 서고 있었다.
‘입문하기 좋은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2025 Soundberry theater는 공연 초보자가 다녀오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밤낮으로 일교차가 큰 3월이었지만 기온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페스티벌이라는 점,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 스탠딩 존과 좌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즐길 수 있다는 점 등 페스티벌을 처음 간 사람도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운이 좋게도 처음 입장해 앉은 자리의 시야가 상당히 좋았다. 개인적으로 페스티벌은 시야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좌석과 무대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워 무척 만족스러웠다. 공연장의 온도도 적당히 선선한 딱 좋은 정도였다.
페스티벌의 시작은 한여름의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같은 밴드, Hi-Fi Un!corn이었다. 넘치는 에너지로 공연의 첫 문을 연 하이파이 유니콘은 ‘U&I’ 등 그들의 색깔을 듬뿍 담은 음악으로 관객들의 흥을 돋웠다. 거기에 ‘데이식스’, ‘FT아일랜드’ 등 유명 밴드 그룹의 대중적인 노래를 그들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모두가 같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하이파이 유니콘은 새롭고 신선한 자극을 주는 밴드였다. 무대에서 일본인 멤버 슈토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목소리와 한국 멤버 태민의 파워풀한 가창력이 더해지며 그들만의 감성이 듬뿍 묻어났다. 대표곡 ‘U&I’는 공연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찾아 들었을 정도로 내 취향이었다.
그들의 뒤를 이어 인상적인 무대가 쏟아졌다. 진하고 묵직한 ‘체리 잼’같은 뮤지션 후이의 무대도 기억에 남는다.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보며 워낙 역량이 좋은 가수라고 느꼈었는데, 실제로 무대 매너도 좋고 그 누구보다도 음악에 열정적인 아티스트였다. 특히 26일에 공개 예정이었던 신곡 ‘눈물 나게’를 미리 최초 공개했는데, 관객과 페스티벌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게 느껴졌다. '눈물 나게'는 그간 발매해 온 솔로 곡들과는 사뭇 다르게 감성적인 밴드 스타일의 신곡이었다.
한편 달콤쌉사름한 '무화과' 같은 소수빈의 음색은 첫 소절부터 공연장의 분위기를 느낌 있는 카페로 만들었다. 드럼 소리가 없는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 아니었지만, 소수빈의 노래는 듣자마자 그의 음악적 역량을 가늠할 수 있었다. 목에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부르는 듯했으나 목소리는 단단하고 음정은 정확했다. 공연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바꿔버리는 능력은 그가 음악에 타고난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해가 저무는 시간에 맞춰 등장한 엔플라잉의 무대는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180도 바꾸었다. 톡 쏘는 새콤달콤함 속에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패션프루트’ 같은 엔플라잉의 색깔은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올해 초 우연히 'Blue Moon’을 듣고 여전히 모든 노래를 반복 재생하며 듣고 있는 엔플라잉의 무대를 실제로 보게 된다니! 다섯 멤버가 무대에 오른 그 순간에도 내가 있는 곳이 현실같지 않았다.
오렌지빛 응원봉 위에서 펼쳐지는 엔플라잉의 실제 무대는 ‘호랑이’ 같았다. 단단한 김재현의 드럼과 서동성의 베이스, 차훈의 기타 사운드에 강렬한 이승협의 랩, 파워풀한 유회승의 보컬은 음원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새로운 차원을 폭발적으로 전달했다. 서정적인 노래로 유명한 그룹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이들의 무대는 그만큼 압도적이고 강렬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Blue Moon’을 현장 사운드로 들으니, 원곡보다 더 웅장하고 강렬한 느낌이었다. 심장을 울리는 드럼 소리와 실시간으로 귀에 꽂히는 베이스, 기타 소리는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옥탑방’이나 ‘Blue Moon’처럼 감성 듬뿍 들어간 음악도, ‘Firefly’처럼 진지하고 아련한 음악도, ‘Moonshot’처럼 결의에 찬 당당한 음악도 모두 가능한 엔플라잉은 역시 무대 위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누구보다도 무대를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하는 밴드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강렬한 밴드 Hi-Fi Un!corn과 엔플라잉부터 매력적인 솔로 아티스트 후이, 소수빈, 죠지와 로이킴, 명실상부한 아티스트 10CM까지. 톡톡 튀고 다채로운 과일들의 향연이었던 이번 페스티벌은 공연을 다녀온 후 3일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빛과 소리, 음악과 아티스트, 관객과 공연장의 기억이 한데 얽혀 2025년 초봄의 생동감 있는 에너지로 응축된다. 일정으로 인해 토요일 공연에만 참석했지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양일 모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공연은 특별하다. 디지털 음원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언어로 형용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감각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진다.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리고 핏대를 세우며 노래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은 늘 내게 귀감이 된다. 넓은 공연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을 보는 그들의 눈동자에는 감동과 사랑이,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비치는 듯했다.
문득 무대 위의 그들을 보며, 나도 어떤 일을 하든 그들만큼 온 마음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 Soundberry theater의 모든 아티스트가 뿜어내는 거대한 에너지를 내 안에 담아, 힘차게 전진하는 2025년을 만들어 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