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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대부분 클래식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퍼셀, 다울런드, 몸푸, 바흐, 스카를라티, 쿠프랭, 베르디, 야나체크, 시마노프스키, 말러···. 꽤 어릴 적부터 클래식을 좋아해 왔지만 정확히 어떤 것을 계기로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본다면, 클래식 음악에서 내면 깊은 곳으로 이끄는 힘과 섬세함을 느꼈던 것 같다.


굉장히 흐린 날, 나는 방 안에 있었고 빗방울이 창문 유리를 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조금 무서워진 나는 그 스산한 기운을 방 안에서 몰아내려고 앨범 표지가 산뜻해 보이는 음악을 한 곡 틀었는데 그 곡이 쇼팽의 '녹턴 1번'이었다. 나는 음악을 들으며 침잠하듯 가라앉아 음이 내게 전달해 주는 것에 골몰했고 내면의 깊은 아래에서 투명한 듯 섬세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쇼팽의 음악이 주는 섬세한 아름다움인지, 음악을 따라간 내면에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발견한 건지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이 순간이 클래식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로 나는 기억한다.


그 후 쇼팽의 녹턴을 시작으로 폴로네이즈, 발라드, 마주르카, 스케르초, 에뛰드를 들으며 쇼팽 음악에 빠졌고 점차 다른 음악가들의 음악에도 매료되어 클래식 장르 자체에 빠지게 되었다. 클래식과 나와의 만남에는 쇼팽이 있었던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쇼팽의 곡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Nocturne No.1 in B-Flat Minor, Op. 9 No.1


 

비 오던 그날 들었던 곡(열 세살, 여름).

 

 


 


 

Nocturrrne No. 18 in E, Op. 62 No.2


 

낭만주의 시대에 밤은 신비, 부정확, 고독, 꿈, 열정을 상징하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에게 의미가 있었다. 고요하고 낭만적인 밤에 어울리는 '녹턴(야상곡)'은 아일랜드의 작곡가 '존 필드'가 처음 작곡한 음악 형식이었고 후에 쇼팽은 독특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자신만의 야상곡을 선보였다. 쇼팽은 총 21개의 야상곡을 작곡했는데 야상곡집에 수록되어 있는 곡은 19곡이다. 나는 나른하면서도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18번을 특히 좋아한다.

 

 

 


 

Mazurka No.19 in B Minor, Op. 30 No. 2: Allegretto


 

쇼팽은 청년 시절 폴란드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민속 음악과 농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쇼팽은 민속 춤곡의 영향을 받은 곡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대표적으로 마주르카(Mazurka)가 있다. 마주르카는 보통 빠르기의 4분의 3박자 음악으로, 한 마디 안에서 두 번째나 세 번째 박에 악센트가 붙는 것이 특징이다. 쇼팽은 50곡이 넘는 마주르카를 작곡했고 후기에 작곡된 작품일수록 복잡하지만 쇼팽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이 곡에서 의도적으로 템포를 조금 빠르거나 느리게 연주하는 것은 민속 춤곡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다.

 

 


 

 

 

Chopin Piano Concerto No. 1, Movement 2 - Larghetto


 

쇼팽이 활동하던 당시, 피아노 생산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기계구조가 더욱 세밀해졌고 피아노 틀과 해머의 재료 및 페달의 수에 변화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중 해머 장치'가 발명된 것이었는데 해머가 한번 진동한 후 제자리로 완전히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번 건반을 칠 수 있게 되면서 쇼팽 음악에서 특징적인 ‘트릴’과 같은 꾸밈음 표현이나 ‘트레몰로’처럼 빠르게 떨리는 연주 기법이 가능해졌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에서도 빈번하게 사용되는 꾸밈음은 음악을 한층 더 부드럽고 다채롭게 만든다.

 

이 곡은 짐 캐리(Jim Carrey) 주연의 영화 <트루먼 쇼>에서 어릴 적 사랑하던 여인 ‘실비아’와 함께 보낸 시간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었는데,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짓 세계에서 사랑이 있는 진실의 세계로 이행하는 듯한 이 곡을 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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