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20250312135444_fmpgxzgy.jpg

 

 

혼자서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을,

그들의 시선과 역사를 빌려 완성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마스터피스를 이해합니다.

 

 

 

인생을 찬미합니다, 이나무 작가


 

- 안녕하세요!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생에 대해 찬미하자’는 마음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아트워크를 진행하고 있는 이나무 작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크기변환]1.대표이미지.PNG

 

 

- ‘인생에 대해 찬미하자’는 마음을 중점적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니, 무척이나 강렬하게 다가오네요. 해당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년 전에 프랑스 회화 작가의 전시를 갔던 적이 있어요. 연륜이 있는 작가님의 전시였는데 주로 말이나 평원을 그리는 분이셨죠. 친구와 함께 그 전시를 돌아다녔는데, 그분의 그림을 보니까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전시 마지막으로 가니 그분의 종교가 기독교였고, 자신은 인생을 찬양한다는 마음으로 영원히 그림을 그려왔다고 적혀있었죠. 그 문구가 저에게는 너무도 인상 깊게 다가왔어요. 저도 평소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 순간 저도 제가 추구하는 방향을 그분과 비슷하게 잡아 작품 활동을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림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예전부터 TV를 보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이후로는 그림을 일기처럼 그리며, 다른 그림 그리는 분들과 교류를 이어왔죠. 그런데 실제로는 저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오직 저의 그림만을 보고 댓글을 달아주신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더라고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그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 회사를 다니다가 프리랜서로 전향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용기가 무척 필요한 일이었을 것 같은데.

 

여러 번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의 내부 사정들을 계속 지켜보게 되었어요. 저는 회사가 안정적인 곳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회사에 다니니까 그것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다면 만약, 회사가 안정적인 존재가 아니라면, 진정으로 제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제 육체가 관뚜껑에 들어갈 때까지 저의 그림이 세상에 필요로 해지고, 계속 불리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저의 그림이 저의 생업이 될 수 있었으면 했고요. 그렇다면 저의 그림 그 자체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다 하자는 마음으로 프리랜서로 전향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용기가 필요했어요. 용기와 함께 금전적으로도 필요한 일이었고요. 하하. 다행히 지금은 본가에서 생활하는 중이고, 금전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가장 무언가에 도전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러한 생각에 맞춰 지금 이것저것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무척 기대가 되고 있어요.

 

 

- 처음 SNS에 게시글을 올려주신 것이 15년도였어요.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주하지 않고 계속 꿈을 찾아 도전한다는 것이 무척 멋있게 느껴지네요.

 

감사해요. 사실 저에게는 이전까지 ‘애매한 수준으로 폭넓게 잘한다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보니, ‘어떤 방향으로 향해야 할까,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이 컸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아 올려지니,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차 한 지점으로 모이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제가 앞서 말씀드렸던 ‘삶에 대한 찬미’였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이러한 나의 가치관만 명확하게 한다면 내가 어떤 길을 걸어도 그 길이 나의 길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국 아무리 다양한 그림을 그려도, 그 그림 안에 작가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가려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오히려 나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며 삶에 대한 태도를 확실시한다면 그것이 내 그림의 중심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크기변환]4.오뚜기_해피벌스데이.jpg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였다, 이나무 작가의 일러스트


 

- 작가님의 그림은 '아이스러움'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스타일을 확립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실 저는 목표가 없이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것이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지금은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저만의 아트 스타일이 확립되고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저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어요. 그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면 자유롭게 그려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민도 있었어요. 20대 초반에는 ‘무조건’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거든요. 하하. 있어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는 안 어울리는 옷을 억지로 껴입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당시의 저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겠지만요. 지금의 저와 그때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런데 그런 마음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되었어요. 사람들과 함께 살다 보면 때로는 ‘저 사람이 조금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이 타인에게 진정한 행복일지를 함께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더라고요. 정말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그러다보니 진정 제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찾게 되었죠.

 

다만 그 시절에 자연스럽게 다방면에서 그림 스타일에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그것이 현재의 스타일을 확립하게 되는 데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알게 된 사실인데, 제가 색의 대비, 빛과 어둠의 대비가 뚜렷하면서도 도형적으로 단순화된 그림을 무척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색은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도 유일하게 포기하지 못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에요. 제가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집착적으로 붙잡고 있거든요. 하하. 그러다 보니 더욱 채도가 강한 아이의 그림과도 같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는 이러한 저의 취향에 제가 어렸을 적에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 그 근본적인 의미가 함께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그 시선을 계속 갖고 나아가며 저의 예술을 표현하고 싶어서 지금은 의도적으로도 어리숙해 보이는, 미성숙한 느낌이 드는 아트 표현을 계속 연습하고 있어요.

 

 

- 작가님께서 앞서 이야기해 주셨던 '삶에 대한 찬미'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어요?

 

모든 그림이 저의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을 그렸던 아래의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크기변환]2.일본_스시집에서.jpg

 

 

“Спасибо!”

People in the sushi store

스파시바 하고 인사 나누는 일본인과 러시아인

스시집은 막바지 업무로 활기가 넘쳤다!

 

-일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장면-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저이지만, 저의 시선 외에도 타인의 시선에서는 모두 각자가 각자의 주인공이잖아요. 그 사실을 염두에 두고 오목조목, 구석에 있는 사람까지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생명력을 담아 그렸던 그림이에요. 또, 이 장면을 제가 봤을 때 어떤 마음을 담아 보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작업에 잘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실 이 작업은 제가 지금 진행하는 아이스러운 작업 스타일의 가장 첫 시작이기도 해요. 여러 의미에서 뜻도 깊고 무척 애정하는 작업입니다.

 


- 아이처럼 그렸던 그림의 시작이 되는 그림이라고 해주셨어요. 처음부터 ‘아이처럼 그려야겠다’고 염두해 두셨던 걸까요?

 

외주같이 목표가 분명한 작업들은 클라이언트의 의견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지만, 제가 개인 작업을 진행할 때는 다른 것들은 고려하지 않고 가장 먼저 색을 칠하는 편이에요. ‘분홍색이 칠하고 싶어, 연두색으로 하면 예쁠 것 같아, 그 옆에 나무를 그려봐도 좋겠네…’ 저의 마음이 가는 대로 손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장면이 캔버스 위에 나타나 있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그 그림을 보며 또 글을 쓰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일부러 '아이처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렸던 그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평소에도 아이의 시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요. 사람들에게는 모두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있잖아요. 하지만 성장하고 어른이 될수록 세상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줄어들게 되죠.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도, 날씨를 즐기고 세상을 구경하는 시간도 함께 줄어들게 되고요. 저는 그렇게 세상에 대해 무덤덤해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옛날부터 항상 어린아이였을 때의 제가 갖고 있었던 생각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품고 지냈어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항상 마음속에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였다’는 문장을 새기고 살고 있어요. 항상 그 마음을 간직하고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그러한 저의 마음이 표현된 것 같아요.

 

 

- 작가님의 게시물 중 영화 ‘괴물’에 대한 게시물을 봤어요. 그 게시물에 앞서 작가님께서 이야기해 주셨던 ‘나 또한 어린아이였다’는 문장이 함께 적혀있는데. 해당 문구가 단순히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 아니라, 작가님께서 항상 품고 있던 생각이었다니 놀랍네요. 어떠한 콘텐츠를 향유할 때면 항상 어린아이에 대한 관심을 두는 편이신 걸까요?

 

 

[크기변환]3.영화괴물.jpg

 

 

아이들은 종종 어른들이 없는 세계, 본인들이 규칙을 정한

안전한 장소에 둥지를 틀어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나 또한 어린 아이였다.


 

맞아요.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장르나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저는 어린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정말 커요. 아이들만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 혹은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시선이 저에게는 정말 흥미롭거든요. 그래서 언급해 주신 영화 [괴물]을 봤을 때 그 희열과 즐거움이 무척이나 컸어요. 제가 추구하는, 어른들은 닿을 수 없는 어린아이의 세계를 그 영화를 통해 엿본 느낌이었거든요. 해당 문구를 적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죠.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아이들의 세계를 담은 글을 적거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아이스러움'을 그림에 녹여내는 작가님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많이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무척 즐겁네요.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해주셨는데, 특별히 집중해 보고 싶은 소재나 담아내고 싶은 경험이 있을지도 궁금해요.

 

예전에 어린아이들과 함께 서울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 사이에서 ‘사장님’이라는 미지의 캐릭터가 존재하더라고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어제 사장님과 통화했어’, ‘나는 어제 사장님과 무엇을 하며 놀았어’ 하는 대화가 계속 이어졌고, 그 대화가 그 친구들 사이에서 통했죠. 그런데 그 사장님이라는 존재가 실존하는 존재는 아닌 것 같았어요. 그게 무척이나 재미있더라고요. 그들의 세계에서 ‘사장님’이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어떻게 대화가 통하는 것인지… 어른인 저는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세계였죠. 만약 제가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면 그런 아이들의 세계에 계속 파고들어보고 싶어요.



- 최근 했던 작업 중 가장 재미있게 했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요.

 

프리랜서로 전향하기 전에 외주가 들어왔어요. 표지와 삽화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외주였죠. 그런데 그때 정말, 일이 너무 쉬운 거예요. 그림을 그리는 모든 과정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고,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어쩌면 제가 할 수 있는 외주 중에서 가장 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때 그림을 평생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확신을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 작가님은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도서 삽화도 작업을 하시고, 애니메이션 작업도 하세요. 최근에는 그림책도 제작하려다 무산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중에서 작가님께서 특별히 선호하거나, 더욱 열망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는지도 궁금해요. 특히 그림책을 계속 만드실 의향이 있으신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최근에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심을 계속 갖고 있어요. 그래서 선호의 영역보다도, 공부의 영역에서 ‘나도 저런 사람들처럼 할 수 있을까,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도전 정신 내지 열망이 있어요. 동화책과 그림책이 정말 어려운 것 같거든요.

 

사실, 저는 저 스스로에 대해 ‘그래도 나 정도면 순수한 편이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클래스에 가서 선생님들을 직접 만나 뵙고 보니, 가늠조차 안되게 너무도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 은유와 직유의 완급 조절, 문장의 단순화 등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가 전부 어려운 거예요. 하하. 그래서 그때 ‘내가 영원히 글을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물론 본업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그림책이 ‘언젠가 꼭 해내고 싶은 것’으로 마음속에 자리 잡아 있어요.

[크기변환]5.나의정원_표지.jpg

 

- 다양한 작업을 해오신 작가님께도, 그림책처럼 또다른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아직 그려보지 못했지만, 꼭 그려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저의 손에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를 담은 일러스트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크기적으로도, 디테일적으로도 ‘시간을 정말 많이 할애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1차적인 성장 과정에서, 저의 끝을 과연 어디일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거든요.

 

또, 벽화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건물이라는 것은 캔버스와는 다른 성질을 가진, 공간적인 특성이 강한 대상이잖아요. 그곳을 저만의 스타일로 어떻게 채워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요.

 

 

- 인터뷰를 진행하니 작가님께서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이토록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즐거울 때가 궁금합니다.

 

제가 원하는 것들이 마음대로 그려지고, 그래서 제 마음에 흡족하게 결과물을 낼 때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그 다수가 전부 ‘나는 이것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으로 비롯된 것들이에요. 정말 저에게 그림이란, 그리고 예술 행위란 놀이의 일종이거든요. 한때 인형을 만드는 데에 꽂혔던 적도 있는데 그때도 제가 원하는 모양이 원하는 대로 나왔을 때의 희열이 무척이나 컸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었고요. ‘내가 쌓아 올린 시간이 이와 같은 결과물로 나왔다’ 혹은 ‘내가 원하는 것이 정확하게 결과물을 냈다’는 것이 저에게는 모든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여긴 여러분과 저희의 놀이터에요", 언니와 동생의 즐거움이 담긴 [쏘쓰 스튜디오]


[크기변환]6.쏘쓰스튜디오 대표이미지.png

 

우리의 생각을 기록하며 놉니다.

여긴 여러분과 저희의 놀이터에요.

 

 

- 음악와 애니가 결합한 영상을 만드는 [쏘쓰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언니분과 함께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시작한 것은 무척 오래 전인데, 저희에게는 정말 놀이였어요. 저는 그림을 그릴 줄 알고, 언니는 음악을 할 줄 알아요. 그런데 각자의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치는 순간이 올 수밖에 없어요. 그럴 때 정말 외부로부터의 제약 없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던 것이 바로 [쏘쓰 스튜디오]였어요. 그래서 콘셉트도, 멋도 없고, 그저 엉뚱해 보이는 민철이라는 캐릭터를 저의 자아를 표현하듯 만들어 영상을 제작했었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실력이 쌓여가다 보니, 표현하고 싶은 바가 이전보다도 더 생기기 시작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쏘쓰 스튜디오]의 성장을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크기변환]9.민철이 이미지.png

 

 

- 2025년 2월 기준, 쏘쓰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상이 현재 총 7개예요.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상이 있다면 하나 소개해 주시겠어요?

 

정말 제가 생각했던 그대로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영상은 [코로나 블루 송], 쏘쓰만의 색이 잘 드러나는 영상은 [스프링 무브 송]인 것 같아요.

 

특히 [스프링 무브 송]을 제작할 때는 엉뚱하고, 음악이 아닌 것 같은 음악을 내고 싶었어요. 저는 음악 전공자가 아니잖아요. 그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색다름이 있더라고요. 음악을 전공한 언니는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사운드가 나오는 거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하하. 그런데 그렇게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예기치 못한 재미가 있었어요. 저는 이것 자체가 [쏘쓰 스튜디오]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크기변환]7. [스프링 무브 송].png

 

 

- 앞서 언급해주신 [코로나 블루 송] 이전에,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Paper Cave : 당신은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있어요]에서 촛불의 실루엣이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해요. 해당 장면에서 작가님의 종교를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는데.

 

예리하시네요, 맞아요. 그 부분은 제가 의도하여 십자가처럼 보이게 한 것이에요. 저는 평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저의 경향이 어느 정도 종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저의 시선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했어요.

 

 

[크기변환]페이퍼 케이브.JPG

  

 

- 마지막으로 [쏘쓰 스튜디오] 영상이 올라온 것이 3년 전이에요. 조금 오래 전인데, 현재 [쏘쓰 스튜디오]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도 있을까요?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엔터 쪽 뮤직비디오 제작이었어요. 지금 저희 언니가 음악을 하시는데, 그러한 저의 꿈을 향한 한걸음으로 언니가 음악을 만들고 제가 영상을 만들어서 [쏘쓰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자체 제작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제가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를 넓혀서 크게 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는 3D 분야의 동료분을 모셔서 캐릭터를 만들고 배경 음악도 제가 직접 제작해 보고 있어요. 정말 제가 원하는 룩을 만들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제작하고 있죠. 두 번째는 2D 애니메이션 업에서 종사하시는 다른 동료분을 모셨어요. 그분과도 어떠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2D 애니메이션도 만들고 있어요.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정말 다양하게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통틀어서 현재는 이 두 프로젝트가 가장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또, 아직 세상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쏘쓰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또 다른 영상도 미리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제가 [웃는 남자]라는 뮤지컬을 보고 나서, 너무 여운이 안 가시더라고요. 아무리 글로 풀어내려고 해도 속상하고 슬픈 마음이 저의 마음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 그것을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까 하다가 언니와 함께 음악 작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우연히 그때 유튜브에 윤동주 시인의 80주기 기념 영상이 함께 뜨더라고요. 웃는 남자 속 그윈 플렌, 그리고 윤동주 시인 모두 그 청춘이 시대에 희생당한 인물이잖아요. 그 순간 제가 그리도 슬퍼했던 이유를 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웃는 남자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바탕으로 한 음악에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해서 음악을 만들 예정이에요.

 

그 외에는, 제가 기타 소리를 좋아해서 새로운 캐릭터와 함께 기타로 된 음악을 할 예정이에요. 

 

모두 아직은 세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앞으로 천천히 나와서 여러분께 인사드릴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정말 많은 콘텐츠가 준비 되고 있네요. [쏘쓰 스튜디오]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데, 지금 준비 중이신 것 외에도 앞으로도 [쏘쓰 스튜디오]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타인과 콜라보를 해보고 싶어요. 단순히 클라이언트에게 외주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티스트적인 면으로 다른 사람이 의도하는 방향성에 잘 맞춰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다른 사람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내가 영상적으로, 그리고 음악적으로 박자감 등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아서, 저에게는 아직 조금 어려운 헤비메탈 외에는 대부분의 장르의 음악과 앞으로 다양하게 함께 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는 요즘에는 락 장르의 매력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 묵직하고 시끄러운 기타 사운드가 도대체 왜 이렇게 멋있게 다가오는 걸까? 저 사람들은 어째서 저렇게 열정으로 반짝이며 빛나는 걸까?' 항상 생각하거든요. 그 에너지가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렇게 계속해서 음악적인 면의 작업을 꿈꾸게 되는 것은 그만큼 제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 사실 작가님께서 그림을 그리는 분임에도 음악 이야기를 할 때도 눈이 반짝이는게 저에게는 무척 인상이 깊어요. 작가님께서 음악을 좋아하는 데에는 언니의 영향도 컸을까요?

 

맞는 것 같아요. 하하. 언니 덕분에 제가 금귀가 되었거든요. 언니는 음악 중에서도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위주로 작업하시는데, 저는 애니메이션을 하다 보니 언니가 작업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특정한 장면이나 대사가 떠오를 때도 많아요. 언니와 함께 ‘이 음악은 이런 장면인 것 같아’, ‘이런 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아’ 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이 음악은 어떤 부분이 좋은지, 어떤 부분은 아쉬운지를 함께 생각하다 보니 음악에 대한 흥미도 저절로 상승하고, 작업의 방향성에서도 계속 음악을 함께 염두에 두게 되는 것 같아요.

 

 

[크기변환]8. [코로나 블루 송].png

 

 

 

마무리 지으며


 

- 앞서, 종교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었죠. 조금 더 자세히 여쭤보고 싶어요. 평소 작가님의 작품에는 종교적인 측면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편일까요?

 

종교라는 것은 갖게 되는 순간 가치관의 뼈대가 되는 것이잖아요. 그 뼈대에서 살을 붙이며 삶이 구성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인생을 찬미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저의 종교적인 시선과 삶이 담기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저의 종교적 성향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해요. 그러한 저의 그림을 보고 누군가에게 또 다른 위로나 즐거움을 준다면 그 자체로 기쁜 것이죠. 굳이 그 부분을 숨기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에 제가 어떤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영상의 내용이 어떠한 대상을 위로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영상을 보고 위로받은 분, 혹은 함께 위로해 주고 싶은 분들이 댓글에 모이더라고요. 제가 바라는 것이 딱 그것이라고 생각해요.저는 결국 ‘제가 목표로 하는 무언가’ 혹은 ‘제가 추구하는 무언가’를 정해놓고 그것을 향해 달려가기보다는, 저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나아가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저와 같은 결을 가진 분들이 모이면 저희끼리 즐겁게 또 작품 활동을 나누는 거죠. ‘나는 이런 사람이야, 이런 내가 마음에 들면 함께 모여서 놀자, 같이 이야기를 나누자’ 하는 거죠. 그렇게 둥글게 모인 사람들과 즐겁게 함께 하고 싶어요.

 

 

- 작가님의 꿈 혹은 목표도 공유해 주신다면.

 

첫 번째는 [쏘쓰 스튜디오] 그 자체예요. 사실 크게 쏘쓰 스튜디오의 방향성에 대해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데, 그래도 저와 언니가 함께 갖고 있는 방향성을 이야기해 보자면 인생에 대한 기록인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가 즐기고 있는 것, 추구하는 것들을 재미있게 기록하고 남기는 놀이인 것이죠. 제가 즐겁게 [쏘쓰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그렇게 제작한 콘텐츠를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들이 점차 저희 곁에 모여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저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거예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즈음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게 요즘 갖고 있는 꿈이네요.

 


-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인터뷰를 읽어주실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담아낸 생각을 품은 제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조금이나마 기억해 주시면 기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크기변환]Kids on the tree.png

 

 

 

프레스 태그.jpg

 

 

김푸름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푸르스름한 나날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