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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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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울산바위


 

'금강산에 다다르지 못한 바위'

 

경산도 울산에는 많은 바위들이 있었어요. 어느 날 염라대왕이 전국의 바위들에게 축제를 연다고 말했습니다.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축제로 가장 멋진 바위들을 소집하여 그중 가장 멋진 바위들을 금강산에 살게 해주겠다고 말입니다. 잠자고 있던 전국의 바위들은 축제 소식에 강원도 금강산으로 바삐 움직입니다. 늦지 않게 가야하니 모든 바위들은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아빠 바위 아이 바위는 목마를 하고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 중 이 소식을 모르고 잠에 빠져있던, 울산에 살고있던 한 바위는 지나가던 나그네들에게 뒤늦게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울산에서 금강산까지는 산을 넘어 강을 넘어 400km를 가야했고, 시간이 늦은 울산바위는 급히 달려갔니다. 하지만 금강산까지는 한참 남았지요. 울산바위는 어느덧 양양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산세가 아름답기에 금강산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 울산바위는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곧 동네 주민들은 울산바위에게 '여기는 양양의 설악산입니다.'라며 알려주었고, 염라대왕의 축제는 시간이 끝나버렸지요. 울산 바위는 좌절하고 말았는데요, 강원도에 주저 앉게 되었습니다.

 

이후 울산바위는 멋진 바위 모양새로, 강원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울산 군수는 양양으로 찾아와, '울산바위 대여비를 내놓으시오.'라며 협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하는 양양군수와 그 아들에게, 은비와 까비는 '울산 군수에게 울산 바위를 도로 가져가라고 말해봐. 대신 가져가지 않으면 보관료를 내라고 말이야'라고 도와주었습니다. 결국 오히려 궁지에 몰린 울산 군수는 줄행랑을 치게 됩니다.

 

- 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

 

 

강원도 고성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바위가 뭐 얼마나 멋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따라간 여행이었지만, 제 생각은 꽤나 건방진 생각이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보는 울산바위는, 지금까지 제가 보았던 길가의 바위나 돌멩이와는 다른 위엄이 있었습니다. 옛날 산수화에서 휘황찬란하게 그렸던 산들이 다 상상으로 그린 그림들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실제로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바위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울산바위로 가는 도중에 부모님이 '금강산에 가지 못해선 바위'라고 알려주었는데, 정말 설화가 있었습니다. 위 설화를 읽으면서 울산 바위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둔하면서도 웃기기도 하였습니다. 또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울산 바위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는 목표를 이루려고 달려가지만,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달려가던 도중에 기회가 이미 끝나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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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국문학과에 가고싶었던 어부

 

 

'노력하면 된다'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다큐 3일에서 국문학과에 가고싶다며 시를 읊던 어부가 최근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시를 척척 암송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기도 하였는데,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현재 문어를 잡는 어부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동 받았던 이유는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보았습니다. 먼저, 어부의 시를 향한 열정입니다. 지금도 시 전체를 통째로 외울 정도로 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번쨰는, 꿈을 이루지 못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국문학과에 가지는 못했지만, 배의 선장으로서 능숙하게 문어를 잡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패배자가 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꿈은 못 이루었어도 멋지게 살 수 있고, 또 우연히 이렇게 다큐멘터리에 나와 시에 대한 열정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기도 했던 것처럼,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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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쌈마이웨이 中 스포츠 챔피언십 진행자가 된 애라

 

 

'쌈마이웨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눈물의 여왕'으로 더욱 유명해진 김지원 배우와 '이태원클라쓰'로 입지를 굳힌 박서준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입니다. 극 중에서 김지원 배우는 아나운서 지망생 '애라'를, 박서준은 복싱 선수 '동만이'를 맡아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애라'는 이름있는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았고, 소위 '빽'이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발음과 좋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동만이' 또한 복싱선수로 활동하던 중 머리를 크게 다쳐 한동안 귀가 들리지 않았고, 크게 슬럼프를 겪게 됩니다.

 

두 인물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극복합니다. '애라'는 야한 옷을 입고 잡지 표지 모델을 하도록 요구한 잡지사에게, '거절'을 외치며, 복싱 챔피언십 진행자가 됩니다. '동만이'는 여자친구 '애라'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복싱에 계속 도전하여, 결국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금 승리하게 됩니다. '노력하면 된다'의 표본은 '동만이'이지만, 그렇다고 '애라'가 회피자나 패배자는 아닙니다. '애라'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하고, '마이크를 잡고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라는 소망을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꿈이 명사일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애라'는 스포츠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마이크를 잡고' 왕성히 활동하는 진행자가 됩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다큐멘터리 속 어부처럼 국문학과에 가지 못할지라도, 드라마 속 '애라'처럼 아나운서는 되지 못했을지라도, 울산바위처럼 좌절하고 주저앉았을지라도..어부는 문어 잡기의 달인이 되었고, '애라'는 스포츠 진행자가 되었으며, 울산바위는 울산군수가 시샘할 정도로 강원도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때로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울산바위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인생의 과정들을 즐기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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