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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함께’의 의미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함께’라는 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수많은 갈등이 존재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함께’라는 단어는 사라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기주의’, ‘차별’, ‘갈등’, ‘혐오’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임에는 틀림없고 견제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 대한민국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으로 인해 이것들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심지어는 이를 이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너무나 큰 힘듦을 겪고 있는 이들은 많아지지만 도움의 손길조차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암흑을 향해 필자는 외치고 싶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함께’라는 단어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이다.

 


동백당 포스터(제공 프로덕션IDA).jpg

 

 

필자는 이 글의 소제목으로 이렇게 정했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

 

연극 ‘동백당; 빵집의 사람들’의 배경은 1947년, 군산의 작은 빵집 ‘동백당’으로 해방 직후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격동의 시대에 남겨진 사람들이 스스로 ‘함께’ 찾아가는 삶의 가치와 희망에 대해 그린 작품이다. 연극을 보며 2025년 대한민국이 겪는 아픔이 떠올랐다. 특히 ‘갈등’과 ‘차별’이라는 현재의 문제점이 연극에 담긴 내용과 오버랩되어 마음이 더욱 아팠다.

 

독립운동가였던 큰 사장이 독립운동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은 돈을 가지고 떠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은 사장 ‘여왕림’, 그리고 빵집의 수석 제빵사 ‘공주’는 쓰러져가는 ‘동백당’을 일으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빚 독촉’, ‘대형 과자점의 등장’ 등으로 인해 결국 ‘동백당’을 뺏길 위기에 처한다. 그때 ‘공주’는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새로운 직원을 모집한다. 직업을 잃고 방황하던 마을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동백당’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은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모아 ‘협동조합’을 만들고, 글과 제빵을 스스로 배우며 삶의 의지를 세워간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우리의 일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야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실패’되는 경우는 꽤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포기’와 ‘실망’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넓혀간다. 그리고 어느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자신마저 실망하고 놓아버리는 단계에 이른다. 필자는 이럴 때 주변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함께’의 의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준비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혼란스럽고 답답할 때가 많았다. 내가 노력한 부분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미웠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웠다. 결국 나는 내 꿈의 크기를 줄여갔고,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한없이 고꾸라져만 갔다.

 

그런 나에게 연극은 이렇게 말해주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우리의 일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야!’

 

이 대사를 듣자마자 나 스스로 찔러왔던 마음속 상처에 연고와 반창고를 붙여주는 듯, 그동안 답답하고 아팠던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나를 끝까지 응원해 주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계속 나아왔던 이유는 옆에 있는 이들이 내 일의 '의미'를 상기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나 혼자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옆에 있는 사람이 의미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들이 모여 결국 세상을 향한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서로에게 의미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 마치 당시의 힘은 없지만 '사랑'은 존재했던 동백당 협동조합에 몸담고 있는 마을 사람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온전히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항상 누군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 연극에서 나오는 많은 장면들도 그러하다. 보통의 연극, 드라마, 영화의 경우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도 2개의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은 적다. 하지만 '동백당'의 경우 큰 무대를 활용해 동시에 벌어지는 일을 모두 보여준다. 물론 조명을 통해 관객들의 포커스를 조종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끝났다고 해서 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배우들은 무대에서 계속 연기를 진행한다. 필자는 이 모습을 보며 앞에서 말했듯이 '혼자' 살아가지 못하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


 

미워할 대상이 없어지면 또 다른 미워할 대상을 끊임없이 찾아헤매는 이 시대를 향해 '동백당'은 큰 의미를 던지고 있다.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옳은 일을 향한 '연대'이자 '함께'라고 말이다. 계속된 위기 속에서 '포기'할까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함께'의 의미를 알고 포기하지 않았던 '동백당'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배우들과 스태프들끼리 만든 연극이 아닌 관객 모두가 함께 만든 연극의 피날레는 소중한 '벅참'을 선물해 주었다.

 

연극을 관람한 관객이 아닌, 300명의 조연 중 한 명으로서 참여한 '동백당'의 배우로서 한 줄의 대사를 읊어보려고 한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니 편, 내 편이 어디 있니? 손가락질 그만하고 빵이나 먹어!'

 

 

 

경건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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