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13년 지기 친구가 있다. 처음 시작은 주변 환경이 만들어준 인연이었지만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을 공유했고, 그중에서도 유독 함께 즐겼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음악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MP3를 바꿔가며 노래를 듣고 추천해주곤 했다. ‘이 노래 들어봤어?’라며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감상을 나누던 기억도 선명하다. 한창 CD를 모으던 시절,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선물해 준 것도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성장했다.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 이 둘의 취향은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Q. 안녕하세요.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하게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현이 : 안녕하세요, 저는 이도의 13년 지기 친구 현이입니다.
이도 : 안녕하세요, 저는 현이의 13년 지기 친구 이도입니다.
Q. 먼저 여러분이 함께 학교에 다녔던 어린 시절에는 어떤 음악 장르를 좋아했는지, 커가면서 바뀌었다면 지금은 어떤 취향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현이 : 아주 어렸을 때는 주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부모님께서 들으시던 노래를 주로 흥얼거렸어요. 그리고 더 자라서 중고등학교 때는 당시 유행하는 K-pop 아이돌 노래나 TOP100에서 추천해 주는 노래를 위주로 들었고요. 그때는 음악 자체를 즐기기보다는 친구들과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너 이번에 나온 00 노래 들어봤어?” 이렇게요. 아이돌 노래 중에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있는 노래가 많아서 즐겨 들었던 것 같아요. 크면서는 정말 ‘취향’이라는 게 생겨서 좋아하는 가수, 음악 장르가 생겼고요. 음악 장르는 딱히 가리진 않지만 보통 R&B를 많이 듣습니다.
이도 : 저도 현이랑 비슷하게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했을 땐 그냥 TOP 100을 들었어요. 유행이 더 중요했다랄까요. 반 친구들이랑 얘기를 나누기 위해 음악을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음악차트 안에서도 자주 듣게 되는 곡이 생기고, ‘내가 좋은 게 중요하다.’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다 보니 지금은 밴드음악에 정착한 지 벌써 10년도 더 되었어요. (한국에 밴드 붐이 와서 좋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첫 시작은 콜드플레이였습니다. 저의 음악 취향 지분의 80~90%는 오빠 덕분에 생긴 거나 다름없는데요. 오빠가 CD를 수집하는데 그걸 제 방 CD플레이어에서 틀고 놀았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Coldplay의 음악을 들었는데, 처음 Viva la vida를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런가 대부분 인디&얼터너티브락 장르를 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어요.
Q. 그렇다면 ‘취향’은 어떻게 바뀌고, 자신만의 취향이라는 건 어떻게 쌓인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이 :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들이 생기는데 그게 바로 취향이 듯해요. 좋아하는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점점 쌓이면서 취향이 되는 게 아닐지 생각합니다. 우연한 계기로 도 취향이 생길 수 있고,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스며드는 취향이 있을지도요.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취향이 구체화 되거나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도 : 옛날에 배웠던 사자성어 중에 공감되는 것들이 있는데요. 그중 귤화위지*, 유유상종*이 있어요. 그 말들처럼 취향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나를 둘러싼 분위기나 환경이 바뀌거나, 취향이 좋다고 생각하는 상대를 따라 한다거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으면 취향이 바뀌거나 반대로 더 깊어질 수 있는 거죠. 그리고…취향을 쌓기 위해서는 우선 취향을 알아야겠죠. 그러려면 많은걸 경험해 봐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낯선 곳을 가본다거나, 좋아하는 걸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선행되어야 쌓을 수 있겠죠?
*귤화위지(橘化爲枳): 회남의 귤을 회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환경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성질이 변함을 이르는 말.
*유유상종(類類相從): 같은 무리끼리 서로 사귐.
Q. 그럼, 음악을 예로 들면 선호하는 취향의 곡만 계속 들어야 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취향의 곡들을 찾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도 : ‘무조건’ 취향이 다른 곡을 찾아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권장의 의미에서는 하는 걸 추천하는 편이에요. 물론 저도 평소에는 꽂힌 곡,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만 듣지만, 가끔은 전혀 안 듣는 장르의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거든요.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언젠가 제가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사람 일이란 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세상엔 100%란 건 없기 때문에 전 찾아 듣는 걸 추천합니다. 전 음악 플랫폼으로 애플뮤직을 사용하는데요, 애플 뮤직내 장르별 보기 탭을 들어가서, 궁금한 장르를 누르고, 애플뮤직에서 만들어준 플레이리스트를 한 번 활용해 보세요!
현이 : 저는 애써 취향과 전혀 다른 곡을 찾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넓고 음악은 다양하니까요. 어쩌면 새로운 취향의 곡을 찾는 짜릿함을 경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새로운 취향의 곡을 찾고 싶지만, 취향과 전혀 다른 곡을 찾아 듣는 게 수고로울 때가 있어서 그럴 때는 듣는 귀가 좋은 친구에게 노래 추천을 부탁합니다. (웃음)
Q. 맞아요. 취향을 넓히고 싶을 땐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는 거죠(웃음). 지금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현이 : 저는 음악을 들을 때 ‘매력적인 보컬’에 매료되는 사람이라서, 지금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이하이, g0nny, SZA, Dua Lipa, Ella Mai, Kiana Lede 그리고 더 많은데…. 다 말하려면 밤새야 하니까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이도 : 저는 이 질문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워요. 한 팀을 꼽으면 다른 팀이 소외되는 것 같고…(웃음) 하지만 답변하자면 저는 페퍼톤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여기 기사에도 적었을 만큼 애정을 많이 갖고 있어요. 전 가사가 정말 중요한데요. 페퍼톤스의 가사를 보면 무겁고 눅눅한 일들도 뽀송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Q. 여러분들의 좋아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있어요. 그럼, 플레이리스트 유튜버가 되어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든다면 어떤 주제로 어떤 곡을 넣고 싶나요?
현이 : 저는 ‘힙해지고 싶을 때 듣는 귀르가즘 플레이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제가 좋아하는 여자 보컬 가수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싶어요.
힙해지고 싶을 때 듣는 귀르가즘 플레이리스트
1) 이하이 - 머리어깨무릎발
2) g0nny - 같애
3) Dua Lipa - Levitating
4) SZA - Good Days
5) Ella Mai - Trip
6) Kiana Lede - Ex
이도 : 저의 플레이리스트 제목은…. ‘봄이 오곤 있지만 여전히 시린 당신을 위해’ 라는 제목으로 만들고 싶어요. 전 계절 따라 듣는 음악이 달라지는데, 겨울이 되면 꼭 찾아 듣는 음악들을 담아볼게요.
봄이 오곤 있지만 여전히 시린 당신을 위해
1) Keane- Somewhere only we know
2) Tuesday beach club - Starsailor3) 라쿠나 - Montauk
4) Coldplay - O
5) 하현상 - 눈꽃
6) 검정치마 - 하와이 검은 모래
Q. 소중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곡 각각 하나씩 부탁드릴게요!
이도 : 먼저 저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은 서태지의 Take Five이고 추천하고싶은 곡은 페퍼톤스의 - Thank you예요! 이 노래를 추천하는 이유는 많이 지치고 힘들 때가 분명히 있을 텐데 그때마다 혼자가 아닌 늘 본인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이 : 저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은 Sigrid의 ‘Don’t Kill My Vibe’ , 그리고 이하이의 ‘비행(World Tour)’을 강력히 추천해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현대인을 위한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들어보세요!
*
쌓여가는 시간은 취향을 만들고, 취향은 곧 나, 그리고 우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된다. 13년 동안 함께 성장한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도 그들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그저 유행을 따라 듣던 음악이 어느새 각자의 색깔을 갖게 되고, 이제는 그 취향이 서로를 연결하는 또 다른 고리가 되었다.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함께다.
이들의 인터뷰를 보니 내 친구가 떠오른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곁에 늘 머물러주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부를 묻고 시간을 내어 만나는 친구 말이다. 이 기회를 빌어 그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현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