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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우리를 도울 수 있는가?

 

불행은 되풀이 되는 것인가? ...우리는 그 사진들 앞에 서서 사진이 던지는 물음을 마주한다.... 당신에게 이 사진들을 통해 현재를 포착하고 이해할 지혜가 있다면 미래는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퓰리처상 사진전] 서문 중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한 퓰리처상 사진전의 서문이다.

 

"과거는 우리를 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강연에서 소설을 쓸 때면 항상 생각했다던 두 질문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도울 수 있는가?"와도 맞닿아 있었다.

 

사진은 단순 과거의 기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상흔으로 남은 수많은 사건들이 잊히지 않고 회고되도록, 그리고 똑같은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들을 애쓰게 만들 힘 말이다. 이번 전시 [퓰리처상 사진전]은 그 힘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퓰리처상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보도, 문학, 음악상이다. 특히, 보도 부문은 언론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최고의 명예로 인정받고 있다. 퓰리처상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제도를 변화시켜 왔지만 이 상의 본질적 목적은 변함이 없다. 훌륭한 언론을 찾아내고 격려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수상한 보도 사진 부문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때로는 참혹한, 때로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은 사진을 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고 그 사건이 남긴 상처와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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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강의를 듣던 시절, 교수님께선 "내 앞에 있는 이를 살리는 것과 그의 사진을 찍는 것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신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라면 내 앞에 있는 이를 살리는 걸 선택하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어쩌면 한 명을 포기한 대신 남긴 사진 한 장이 수천명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저널리즘의 힘이자 역할이 아닌가?'라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해준 순간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책임감과 사명을 갖고 찍은 사진가들의 사진을 보며 만약 과거로 돌아가 동일한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다른 선택지를 택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 내부는 예상보다 넓었으며, 전시된 사진의 수도 많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히 사진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각 사진마다 배경 설명과 사진가의 인터뷰 내용이 함께 적혀 있다. 그 순간에 존재하진 않았지만 사진가의 당시 상황과 감정을 좀 더 깊이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 사진 한 장에 담긴 순간이 어떠한 맥락에서 촬영되었는지, 사진가가 무엇을 느끼며 셔터를 눌렀는지를 알 수 있어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 사진전들을 통해 공개되었던 익숙한 사진들도 있었지만, 최근의 사건을 다룬 새로운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된 사진들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지만 다시 마주했을 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다룬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했다. 이러한 기록들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과 연결되어 사람들을 행동하게 만들고 현재와 미래를 바꿀 수 있도록 독려하는 기폭제가 된다.

 

 
생명을 불어 넣다 - Photograph courtesy Ron Olshwanger.jpg
Alamy Stock Photo

 

 

이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역사, 그리고 사진이 가진 힘을 체감할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이런 기록들이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아직 이 전시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진 한 장 한 장을 깊이 들여다볼 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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