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가 된 남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지만, 사회는 냉혹할 뿐이다. 남매는 먹을 것을 찾으며 힘겨운 삶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 영화 소개 中
이 영화를 처음 알게된 곳은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원화 전시전에서 였다.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감독이었기에 흥미가 있었고,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 시트를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바로 달려갔다.
이 영화는 당시 그가 제작했다는 애니메이션을 쭉 나열한 곳에서 발견했는데, 영화를 소개해 주면서 꽤나 슬픈 이야기라고 말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고 시청하게 된 것이다.
1945년 9월의 어느 날, 영화의 주인공인 세이타는 자신이 죽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인 세이타는 14살로 4살 동생인 세츠코와 해군 아버지를 둔 인물이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일본에서는 폭격으로 인한 대공습이 일어나고, 세이타는 세츠코를 데리고 피신을 가게 된다. 공습으로 인해 어머니가 사망하게 되면서, 그들은 먼 친척 아주머니의 집에서 신세되게 되는데, 심해지는 냉대에 결국 세츠코를 데리고 집에서 나오게 된다.
세이타는 어머니가 남겨주신 마지막 여비를 가지고 동굴로 숨어들게 되는데, 극심함 생활고로 인해 살고자 폭격으로 혼란해진 상황에 다른 이들의 물건을 훔쳐 생활하게 된다.
세이타는 영화 속에서 물건을 더욱 훔칠 수 있도록 마을에 계속 폭격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냉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14살 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동생을 챙기며 살아남아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았는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이타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며,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다. 나쁜 소식은 한 번에 날아드는 것일까, 세츠코가 영양실조에 걸리며 나날이 약해져 가게 된다. 사실, 이는 세츠코가 방사능에 피폭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되는데, 영화의 시기가 일본에 핵폭탄이 떨어진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 세츠코가 방사능 낙진으로 추청되는 검은 비가 눈에 들어갔다고 나오는 점, 그리고 피부 변형이 일어났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세이타는 살기 위해 농작물을 훔치다가 얻어맞고 경찰서로 끌려가는 등 힘든 일을 겪어가며 먹을 것을 구하지만 결국 세이타가 죽고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장면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세이타 또한 죽게 된다. 그가 죽으면서 품 속에 있던 작은 사탕 상자가 보여지게 되는데, 이 통이 바로 영화 초반에 나왔던 사탕 통이자 세츠코의 유해가 담긴 사탕통이었다.
그렇게 영화는 죽은 세이타와 세츠코가 재회하면서 마무리 되게 된다.
<반딧불이의 묘>는 소설 <반딧불이의 무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1988년에 개봉된 영화로 꽤 옛날 영화라 말할 수 있는데, 지금 보아도 꽤나 깔끔한 구성이기 때문에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영화 후반 세츠코가 죽은 직후 피난을 가 있던 상류층 자녀들이 집에 돌아오는 부분이었다. 이들은 전쟁이 끝나 집에 돌아오면서 이 풍경이 정말 그리웠다고 말하는데, 이때 그들이 말한 호수 풍경이 바로 세이타, 세츠코가 힘들게 살아가던 그 동굴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렇게 삶의 극심한 대비를 보여주면서 과연 전쟁이란 누굴, 무엇을 위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전쟁을 추구한 자는 아무런 피해 없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가며, 그 대가는 오롯이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이 짊어지게 된다.
마치 반딧불이처럼 어렸던 세이타와 세츠코는 누구의 것을 짊어지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