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취향이 곧 나, 나를 닮은 공간 –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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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취향, 열정적으로 삶을 사랑하는 어느 한 컬렉터의 집으로 변모한 디뮤지엄이 찾아옵니다. 디뮤지엄은 오는 11월 개관 10주년을 맞아 아트&디자인 전시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를 개최합니다.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는 국내외 아티스트 70여 명의 작품 300여 점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시는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나를 닮은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특별한 여정의 시작점이 됩니다. 취향이 곧 나, 나를 닮은 공간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영감을 발견하세요."] - 전시 소개 글 中
얼마 전, 디뮤지엄에서 10주년을 기념하여 전시를 연다는 소식에 반가워 미술관을 찾아가게 되었다. 디뮤지엄은 내가 막 전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부터 다녔을 정도로 꽤 오랜 경험이 있는 미술관 중 하나이다. 여러 미술관을 방문해 본 경험이 있지만, 특정 전시를 보기 위해 갔을 뿐 미술관을 특별히 기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문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기억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기억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가 바로 디뮤지엄이었다.
의도치 않아도 이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게 된 이유는 아마 디뮤지엄이 추구하는 방향과 나의 선호가 잘 맞았기에 그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번에 열린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는 독특하게도 소장품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컬렉터의 집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도록 회화, 가구 등의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는 특징이 있다.
많은 전시를 관람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러한 방식의 전시는 처음 경험해 보았는데, 처음 들어간 순간, 마치 모델하우스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전시장이 정말 정교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렇기에, 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시가 시작하는 곳에 적혀 있는 안내문을 가장 먼저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안내문에는 이번 전시가 추구하는 바와 구역마다 어떤 컨셉을 가지고 전시가 진행되는지에 대해 적혀 있는데, 개인적으로 작품뿐만 아니라 DP와 전시의 짜임새를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본격적으로 감상하기 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크게 3가지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M2의 '스플릿 하우스', M3의 '테라스 하우스', M4의 '듀플렉스 하우스'이다. 가장 먼저 관람하게 되는 전시장은 '스플릿 하우스'로 이곳은 상반된 두 취향이 공존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이 구역은 두 개의 입구로 분리되어 있는데, 영상 감독으로 활동하며 대중문화에 관심을 둔 20대 아들의 미감이 오롯이 반영된 곳과 티 소믈리에로 활동하며 단아한 미감이 깃든 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설정에 맞추어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전시관 자체가 하나의 집처럼 구성되어 있다 보니, 눈앞에 있는 것이 작품인지 전시를 위한 소품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절묘하게 전시되어 있어 감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았다.
여기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코이치로 타카기 작가의 작품인데, 그는 회화, 자수, 콜라주, 스텐실, 패치워크 등 폭넓은 매체를 다루고 순수미술, 가톨릭교회 문화와 하드코어 펑크, 종말론 등의 반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적, 종교적, 문화적 영향을 반영한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면 자수와 같은 봉제의 특성 덕분인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 정작 작품의 분위기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관객을 응시하는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해서 그렇기 때문일까 낯설면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M3의 '테라스 하우스'는 자연과 건강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둔 30대 부부의 취향이 녹아든 컨셉에 걸맞게 정원 같은 테라스 공간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이 구역에서 유카리 니시 작가의 작품이 꽤 흥미로웠는데, 유카리 니시 작가의 작품에는 이상적인 풍경 속 얼굴 없는 인물, 감정이 없는 인형, 생명 없는 동물 등이 등장하는데, 익숙한 풍경이 자아내는 불안한 감정과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신비롭고도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그의 작품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친숙한 소재가 등장함에도 익숙함보다는 이질적인 느낌이 먼저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M4의 '듀플렉스 하우스'는 맥시멀한 취향을 바탕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수집하는 40대 남성 갤러리스트의 집을 컨셉으로 잡고 있는 구역이다. 그렇기에, 세 공간 중 가장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술가인 백남준 작가의 작품 또한 볼 수 있다. 그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인물로 조각, 설치, 퍼포먼스, 페인팅, 비디오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업을 선보인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놀란 점은 바로 전시의 '디테일'이었다. 디뮤지엄을 자주 방문한 만큼 전시장의 기본적인 구조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는데, 그 구조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공간이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전시를 보다 보면 '집'이라는 전시 컨셉에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정말 하나의 집 내부를 옮겨온 듯한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각 층마다 존재하는 QR코드를 통해 전자 팜플랫을 볼 수 있는데, 공간이 침실, 주방 등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볼 수 있다.
이 지도를 따라 전시관을 돌면 특별하게도 재밌는 공간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화장실인데, 집 내부를 그대로 옮겨왔다는 것을 끝까지 지키려는 것처럼 화장실 또한 그대로 구현해놓은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다용도실에 세탁기 건조기를 넣어놓거나, 선반장 또한 완제품으로 넣어놓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구현해놓았다는 점에서 이 전시를 얼마나 완벽하게 준비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렇기에, 디뮤지엄이 소장한 작품들을 구경하는 것 이외에도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즐길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실제로, 전시를 구경하는 도중에 인테리어에 관해 공부하는 다른 관람객들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 이 전시가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얼마나 수준 높은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디뮤지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집과 그 안에 설치된 예술 작품 및 디자인 가구들이 오늘날 거주 공간의 의미와 실용과 효율을 위한 공간을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취향 표현의 전시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취향가옥: Art in Life, Life in Art>는 11월 15일에 전시를 시작하여 내년 5월 1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정소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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