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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사회는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고 완벽해지기를 요구한다. 완벽한 사람일수록 더 행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무의식적 압박이 우리를 지배한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한 사람이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나 늘 불안해하고 과로에 시달리고 수치심이나 죄책감에 사로잡히기까지 한다. ‘성공’에 대한 우리의 집착과 ‘한없는 성장’이라는 특성을 지닌 자본주의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완벽주의는 오늘날의 감춰진 유행병이자 우리가 스스로 짊어진 갑옷이다.

 

- 책 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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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면 초반에 이런 말이 나온다. ‘취업 면접에서 완벽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려 한다. 이런 식의 시련이 지니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어떻게 평가받고 싶은지, 그리고 면접관들에게 우리가 정말 투자할 가치있는 인재라고 설득하기 위해 어떤 가면을 쓰는지 상당히 많이 알 수 있다.’ 내가 최근 겪은 일과 매우 밀접하여, 이 책을 읽고자 마음먹게 만든 문장이다.

 

최근 근 1년간 나는 혹독한 취업 준비 기간을 보냈다. 일명, 취준생들이 준비한다는 스펙부터 자기소개서, 면접까지 쉴 틈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기간에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초라하게만 느껴지는 감정과 완벽에 가까워지려 노력해도 떨어지는 좌절감이었다. 한 번쯤 취업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인데,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을 철저하게 통제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흔히 나오는 예상 질문으로 ‘본인의 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진짜 단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단점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우리가 그 직업에 적절한 사람임을 증명하는 단점, 가지고 있는 게 훨씬 좋은 약점 같은 것들 말이다.

 

책에서는 이때 ‘완벽주의’가 흔하게 사용되는 약점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나도 면접 준비를 할 때 똑같이 준비했기에 놀랐었다. 고도로 경쟁적이고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에서 평균이란 분명히 야비한 말이다. 적당히 하면서 살아서 행복하다고 인정하는 건 우리에게 야망이 결여됐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개인적인 다짐도 없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보통 면접을 보다보면 면접관들의 반응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다. 면접관 대다수는 흠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단점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거나 장점에서 파생되어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단점을 선호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완벽함을 추구하며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자신을 틀에 욱여넣는 생활은 나의 정신건강에 매우 큰 타격을 남겼는데, 급격하게 떨어진 자존감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채찍질은 나를 지치게 했다. 그렇기에,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나에게 나타난 <완벽이라는 중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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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면에서 우리는 자유국가에서 살고 있고, 따라서 자기 의지대로 무리하게 일을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물론 자잘한 무보수 노동은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 거절이 계속되면 그 사실을 주목받을 것이다. 자리에 머물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자기 상황을 양보하지 않고 잔업을 계속 거부한다면 현대 직장에서는 빈축을 살 것이다.

 

- 263p, 죽도록 일하기, 그리고 일의 기쁨과 슬픔

 

 

안타깝게도 자신과 싸움이었던 취업 준비가 끝났다고, 자기 자신을 회복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새롭게 들어간 직장에서 어떻게든 내 자리를 지키고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악착같이 앞으로 달려가아만 한다. 책에서는 이런 노동 환경이 자리 잡은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공급자 중심 경제를 이야기한다. 공급자 중심 경제는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고갈시킨다. 수십 년 동안 이런 규칙에 따라 살면서 수십 년 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부를 누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부를 누리지 못하는 것을 넘어 음미할 수도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과로를 중단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속도를 늦추고, 더 많이 쉬고, 덜 노력한다면 그 휴식의 결과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별도로 주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현대 노동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불안정해진다는 뜻이다. 얼마를 벌든, 더 정확하게는 얼마나 열심히 일하던 일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저 계속 진행되거나 형태가 바뀌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뿐이다. 노동의 결실에서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며,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는 훨씬 적다. 그저 지금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급여를 받고 일하며, 또 몸을 갈아 일하고 돈을 조금 더 벌고, 몸을 갈아 일하고 돈을 더 많이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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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라는 중독>은 개인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가 완벽주의는 개인에서 시작된 집착이 아니라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 곳곳에 편재하는데, 부모들이 사용하는 언어에도, 뉴스가 짜 맞춰지는 방식에도, 정치인들이 떠들어대는 말에도,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나 사회제도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담겨 있다. 이 책은 완벽주의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쟁과 비교,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그려내, 역설적으로 우리를 위로하고 있다.

 

거리의 광고판에서 TV와 SNS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을 강조하는 이미지와 영상이 넘쳐나고,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은 완벽주의가 가장 큰 약점이라고 꼽는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완벽한 미래를 위한 공식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직장에서는 성공의 기준이 완벽한 업무 수행과 실적에 의해서 좌우된다. 완벽주의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서 늘 불안해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수치심을 안고 사는 사람들, 뭔가를 이루거나 혹은 버티기 위해 최선을 더하지만 애쓸수록 소진되는 자신을 느끼고 있는 우리가 모두 그 주인공이다. 스스로를 부족하다 탓하지 말라, 절대 우리가 부족한 탓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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