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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지나친 낙관주의는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낙천적인 순간이 필요할 때는 분명히 있다.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과 끊임없는 변수들 속에 “어떻게든 될 것이다”라는 자신에 대한 믿음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무언가 엄청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삶인가’ 하는 잡생각이 들 때나, 행복이 결국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는 미궁 속에 빠질 때쯤 보는 《이웃집 야마다군》은 “케 세라 세라”라는 정답을 보여 준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난 것은 약간의 의무감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지브리의 엄청난 팬인 나에게 ‘보지 않은 지브리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아니지만 지브리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처음 영화를 틀었고, 이제는 가장 많이 반복해서 보는 지브리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이웃집 야마다군》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주요 설립자 중 한 명인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영화로, 우리나라에는 《반딧불이의 묘》, 《추억은 방울방울》,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으로 더 알려진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아사히 신문의 4컷 만화 《노노짱(ののちゃん)》을 원작으로, 지브리 풍의 작화와는 거리가 먼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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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야마다군》은 한 집에서 사는 5명의 야마다 가족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고 있다.

 

4차원 할머니 ‘시게’, 권위주의적인 듯 보이지만 누구보다 순종적인 아버지 ‘타카시’, 깜박깜박하지만 매사 가족을 걱정하는 엄마 ‘마츠코’, 사춘기에 접어든 듯 보이는 첫째 아들 ‘노보루’, 가장 똑 부러지지만 어딘가 특이한 막내딸 ‘노노코’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절대 어울릴 수 없을 것만 같은 다섯 명의 독특한 인물들이 ‘가족’이라는 결합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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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이 웃기고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을 보며, 소소한 웃음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결국 이들이 함께 있기에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매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일도, TV 채널을 사수하는 일도, 비 오는 날 데리러 나가야 하는 귀찮음도, 작게 보면 번거로운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 가족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고,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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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거대하고 화려한 행복이 아니라, 살아가며 느끼는 소소한 것들, 내 곁에 있는 행복에 감사할 것.

 

미래가 없어서 두렵고 불안한 것이 아니라,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된다는 것.


나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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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데이의 원곡이기도 하지만, 《이웃집 야마다군》의 테마곡이기도 한 〈케 세라 세라〉의 가사가 곧 이 영화의 가치관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물었어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엄마는 대답했지

“기대해봐”

 

케 세라 세라

될 대로 되겠지

미래는 내 것

 

사랑에 빠졌을 때 연인에게 물었어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그는 대답했지

“기대해봐”

 

케 세라 세라

될 대로 되겠지

미래는 내 것

 

이제는 내 아이가 물어봐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나는 대답해

“기대해봐”

 

케 세라 세라

될 대로 되겠지

미래는 내 것

 

<이웃집 야마다군>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체도, 환상적인 배경도, 무엇보다 대표 감독인 미야자키 감독의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내게 이 영화는 가장 지브리다운 영화이다. 영화가 주는 따뜻함과 보는 내내 느껴지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기분 좋음에서 '지브리같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듯한 동화같은 영화 속에서 다시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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