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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기록할수록 나라는 세계는 넓어진다.” 나도 잘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단조로웠던 삶을 변화시키는 기록 습관] - 책 소개 中

 

각종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여러 사람이 자신의 기록을 올려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글로만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도 하고, 귀여운 그림, 때때로 사진과 함께 기록하기도 한다. 텅 빈 다이어리가 한 사람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는 모습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자 따라 하고 싶은 결과물이었다.

 

평범하거나 소소했던 일상은 그것을 따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쉽게 잊혀진다. 소소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될 수 있는 기억들은 의외로 나중에 마주하게 되면 정말 특별했던 기억으로 탈바꿈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진’이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그날의 특별했던 경험을 기념하기 위해서 찍기도 하고, 그저 하나의 일상을 박제하기 위해 찍기도 한다. 찍었을 때 별생각 없이 촬영된 사진들은 앨범에 모여 우연히 사진첩을 열어본 미래의 나에게 추억여행을 시켜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사진은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기에 이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체적인 이야기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마치 책을 읽듯 추억여행을 지속해서 진행할 수 없으므로 더 나은 기록 수단을 찾아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 ‘글로서 기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이라는 것은 텍스트 문자만으로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보다 단조롭다 할 수 있지만, 그렇기에 어떤 것보다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도 섬세하게 표현하거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글을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 또한 글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입문이 쉽기 때문에 더욱 어떻게 써야 할지 어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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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인 <기록이라는 세계>는 이렇게 글로 기록하는 방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이라는 세계>는 17만 기록인들에게 기록의 즐거움과 손글씨의 매력을 전하고 있는 리니의 첫 기록 자기계발서이다. 한 줄로 시작하는 날 것의 일기,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는 포토로그,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필사, 꿈을 현실로 만드는 미래일기 등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줄 25가지 기록법을 전하고 있다. 즉, 글이라는 행위로 어떠한 것을 처음 기록하려 하는 독자들에게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도서인 셈이다.

 

저자는 ‘기록’이란 단순히 쓰는 행위를 넘어 단조로웠던 한 개인의 세계를 커다랗게 넓혀주는 역할은 한다고 말한다. 기록을 통해 무심히 흘러가던 하루를 알아채고, 낯선 타인의 삶을 이해하며, 내면을 파고들어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을 하다 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정리할 수 있기도 하지만, 그 행위가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것 또한 익숙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쓰는 방식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발견하면서 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기도 하고, 미처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을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알게 되면서 나의 글 또한 새로워질 수 있는 선순환적 구조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기록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동기부여와 함께 기록하는 습관, 그리고 좀 더 넓고 깊어진 삶을 선사하는 책이다. 저자는 ‘기록은 인생을 좀 더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귀찮고 힘들더라도 꾸준히 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권한다. 하루하루 조금씩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지만 커다란 변화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기록은 삶의 허들을 유연하게 넘길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기록’의 가장 큰 적은 ‘나태함’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록이라는 것 자체가 꾸준하게 진행해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꾸준한 기록’에는 자신이 없는 편이다. 다이어리를 구매해도 채 석 달을 버티지 못하고 멈춰버리거나 일기 또한 밀려서 작성하기 일쑤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면서 부러워하면서도 차마 따라 할 용기가 나지 않았기도 했다. 매일 한 페이지의 분량의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꽤 압박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와 같이 주어지는 결과물과 행위에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을 위해 책은 짧은 메모부터 265일 연력, 포토로그 등 저자가 해왔던 기록과 그 방법, 예시에 관해 이야기해준다. 첫 장에서 겪은 일을 간단하게 적는 연력, 한 줄의 일기, 내 상태를 점검하는 건강 기록 등 조금은 가벼운 기록부터 시작해 기록의 벽을 낮춘 것이다. 이렇게 쓰는 행위에 점차 겁을 먹지 않게 된다면, 다음 장에서 나로부터 시작해 타인의 마음과 시선을 이해하며 더 넓은 세계를 탐구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감정을 탐구해보고, 숨어 있던 취향을 발견하고, 여행지와 타인을 관찰하면서 낯선 것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장에서 깊게 탐구한 내면을 담아낼 수 있는 성찰 기록, 미래 일기 등의 기록 방식을 소개해준다. 기록의 마라톤을 달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책을 보면서 단순히 ‘기록 방식’에 관해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손글씨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구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론적으로만 서술했다면 ‘기록’이 그저 보고서와 같은 영역으로 분류해 큰 의욕을 느끼지 못했겠지만, 경험담으로 전달되니 마치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글에는 목적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크고 명확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내가 기록을 남기고 싶은 이유나 기록을 되돌아보았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글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는지 등 어떠한 목적과 동기 없이 무작정 기록을 진행했던 것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말이다. 책은 그런 나에게 기록이 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 말해준다. 기록은 인생이 내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며, 성취도 성공도 없던 무의미한 시절을 잘 넘어가게 도와준다고. 노트에 무언가 쓰기 시작한 이후부터 흘러가는 하루를 유심히 관찰하고, 지나간 일상을 점검하게 되었으며 나라는 사람을 깊이 알아보게 되었다고 말이다.

 

 

어떤 일이 진행될 때 그 순간의 상황과 감정에 휩싸여 다른 것들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다랄 보이는 것들이 있죠. 그때 제가 딱 그랬어요.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땐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가라앉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어요.

 

- 1장. ‘오늘 하루가 별로여도 괜찮은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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