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무얼 가지고 있나?
집과 가족.
그리고 아이들과 음식.
친구 관계.
일.
세상의 일.
그리고 인간다워지는 일.
기억들.
근심거리들과
슬픔들과
환희.
그리고 사랑.
남자들도 그렇긴 하지만, 그닥 비슷한 방식은 아니다.
나는 내가 소유한, 즉 '내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집착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그토록 강력하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물건도, 몇 달 동안 돈을 모아서 산 위시리스트의 물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잊혀지기 마련이다.
워낙 쉽게 질리는 성격이라 그런 것일까. 유독 나에겐 잊혀지는 시간이 남들보다 이르게 찾아오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의 소유를 주장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일상을 살면서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잊혀지는 모든 것에게 마음을 주기에 나는 너무 빠르게 변하는 사람이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 양손을 꽉 쥐고 있다 보면 진정 원하는 것을 붙잡지 못할 테니 말이다.
내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이란 무엇일까.
마이라 칼만의 그림 에세이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에서 필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 그리고 붙잡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러스트이자 작가인 마이라 칼만은 짧은 글들과 함께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들을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필자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는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통해 소유한 사람의 인생을 독자가 유추해보는 것에 있다. 'What's In My Bag'이라 불리는 콘텐츠가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마치 내가 셜록 홈즈가 된 듯이 말이다.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컵과 바구니, 그리고 다양한 음식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사물들은 그들에게 단순히 물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한 페이지짜리 일기와 다름없었다.
["모든 걸 갖는 건 힘든 일이며, 결코 끝나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것을 가졌다가 기진맥진하고 낙담할 수 있다. 그리고 감정이 차오를 때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누구든 어떤 날에든 그럴 수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고 나면 다음 순간이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리고..."]
요즘의 나는 권태로운 일상의 연속이다. 주변 친구들은 특정한 한 가지의 '덕후'가 되어 '덕질'을 하고 있는데, 나는 좋아하는 것들도 많고, 관심사도 쉽게 바뀌는 바람에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있을 성질도 못 된다. 이러한 내 기질을 알아챘던 초반엔 다양한 것들을 남들보다 더 많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지만, 지금은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그럼에도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처럼 이 일상을 버텨보려 한다.
무언가를 계속 찾다 보면, 나 역시도 꼭 쥐고 싶은 것들이 나타나 주겠지. 하고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