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세상은 안녕한가요? - 호라이즌 [도서]

세상에게 진심으로 ‘안녕’을 전하는 작은 인간의 이야기.
글 입력 2025.01.18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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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넨 적이 있으신가요? 처음 만난 의미의 안녕이든, 가벼운 인사치레든, 헤어짐의 안녕이든. 저는 한 번도 해보지도,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그런 저의 지난날을 반성하며, 하루라도 빨리 세상과 안녕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표한다.

 

책을 이루는 한 자 한 자가 경의로웠고, 감탄이 나왔다. 아주 작은 활자들이 모여 눈앞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같은 활자를 사용하는 지구인이 맞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닌, 여행에 이유가 있고 배움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존경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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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서 태평양, 갈라파고스, 아프리카, 호주, 남극까지 인간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들로 떠나며 ‘여행하는 인간’이 된 베리 로페즈가 머물렀던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의 눈부신 세계는 책으로 남아 세상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동전은 인류 역사에 얼마나 다양한 문화가 밀도 높게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중 얼마나 많은 문화가 그 풍부함이 제대로 기록되기도 전에 대부분 흔적도 없이 지워졌는지, 누가 누가 원시적이며 누가 진짜 야만인인지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인간의 문화적 삶의 복잡성에 대한 더욱 자세한 탐구를 얼마나 방해하는지 알려준다. p.142

 

 

책을 이루는 모든 문장이 마음을 관통했지만, 가장 울림을 느낀 문장이다. 난파된 배의 잔해에서 건져 올린 동전을 떠올리며 쓴 문장이 어쩌면 인류가,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갈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문화들이 있고, 그 문화들이 전부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왜 싸우는가. 그 싸움 속에 또 얼마나 많은 문화가 지워지고 있는지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바닷속 깊은 곳에 빠져있는 배일지도 모른다. 후손이 우리의 배를 발견한다면, 우리의 문화가 세상에 기억되는 것이고. 발견되지 못한다면 그렇게 세상에서 잊히는, 또는 또 다른 다음세대를 영원히 기다리는. 우리 세상에 바닷속에서 기다림을 견디고 있는 배들을 이제는 찾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다. 당장 새로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꺼내져 있고 기다리고 있는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사건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바란다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 자세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뿐 아니라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을 관찰하는 동안 정의하거나 요약하려는 충동에 저항하고 머리로 분석하는 일을 유예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파악하려는 익숙한 충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p.297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세상을 살아가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빨리 원인을 파악하고 이해하려 했지 가만히 주위를 살펴볼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사실 정말 가만히 찬찬히 그 상황 자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데, 모두가 그러지 않고 있었음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꼈다.

 

‘빠름’이 중요해진 이 시대에 어떤 이슈에 대해 빨리 파악하고 빨리 수습하고 빨리 덮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다들 조금 느려도 되니 주변을 둘러볼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 당장 나부터 이제는 조금 천천히 살아보고 싶다.


 

나는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들으려 노력하는 것은 인간이 지닌 모든 역량 가운데 특히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예컨대 인간 문화에서 예술의 기원 같은 주제는 수없이 논의되지만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능력에 대해 논의하는 건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효과적인 사회적 그물망을 만들고 관리하는 인간의 유난히 놀라운 속성이 종의 건강에 대한 위협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면, 서로의 말에 신중히 귀 기울이는 일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p.526

 

 

어릴 때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이유는, 한번 말하고 두 번 들으라는 의미라는 이야기를 선생님께서 해주신 적이 있었다. 잊고 지냈다. 입이 마치 백개이고 귀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세상을 살았다. 서로의 말을 들으려 노력하는 것이 인간이 지닌 모든 역량 가운데 특히 놀라운 능력이며, 이 능력이 이후 우리의 삶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하는 작가의 말에 다시금 ‘경청’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정말로 우리가 언제 다른 사람 말 잘 듣는 거에 대한 주제로 논의를 한 적이 있나란 생각도 했다. 예술을 하기 전에 그 예술이 뭔지 알려면 먼저 들어야 하는데, 그 듣기의 중요성을 몰랐다는 것도 반성되었다. 논의라는 것 자체도 서로의 의견 듣기인데, 듣기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없이 했던 논의들이 의미가 있나란 생각도 한다.

 

 

암면 예술의 미학에 대한 나의 이해는 보잘것없지만, 나에게 그 바위에 새겨진 예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류의 유구한 노력을 생생한 실체로 보여주었다. 내가 본 암각화와 그림문자 대부분은 나에게 세계의 본질에 관한 경이의 감각을 일깨웠고, 동시에 좀 더 미묘하게는 인간이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이해, 어떤 근본적인 방식에서 인간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는 이해를 안겨주었다. p.628

 

 

굉장히 긴 책이다. 내용도 많고, 책을 읽는 내내 실제로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에너지 소모를 느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던 이유는 작가가 표현하는 활자 예술덕이라 생각한다. 쉬운 단어들로 펼쳐지는 단어의 축제는 찬란한 문장이라는 결과물로 다가온다. 책 속속 에 계속해서 들어있는 활자의 축제는 선물이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작가가 한 고민이며, 우리가 할 고민이기도 하다. 세상을 즐겁게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배움이 있기를 그리고, 안전이 있기를 기원한다.

 

차분히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있는지를 이해하고,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동전이 있나 보고, 천천히 다른 이의 말을 들으며 아픈 과거가 반복이 아닌 배움으로 다가오는 세상에게 ‘안녕’이라는 다양한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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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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