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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새해에는 키키처럼 [영화]

by 김현지 에디터
2025.01.04 09:36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든 영화를 사랑하지만, 각별히 애정하는 캐릭터를 뽑자면 역시나 키키가 떠오른다.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는 새해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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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방을 새롭게 꾸미며 벽 한쪽에 붙일 엽서를 엄선했다. 고향을 떠나 새로운 여정에 나서기 직전, 빗자루를 탄 채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 있는 키키의 모습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아갈 내 모습을 투영해 나름의 의미 부여를 하며 고른 것이다. 일본 여행에서 산 포스터와 함께 매일 아침, 그리고 미래에 대한 걱정에 불안해질 때면 벽 한쪽의 키키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몇 번의 좌절이 닥치더라도 나 역시 키키처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작년에 세운 모든 목표를 이룬 것도 미래에 대한 뚜렷한 확신을 얻은 것도 아니지만, 그럭저럭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침마다 키키의 응원을 받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키키가 보여준 용기와 성장은 내게 그 어떤 말보다도 큰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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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의 주인공 키키는 마녀임에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 어엿한 마녀로 거듭나기 위해 1년간 자립해 수행해야 하는 키키는 어느 항구 도시에 도착하지만,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으며 마을을 헤맨다. 이후 친절한 빵집 주인의 도움으로 마을에 정착한 키키는 자신의 유일한 특기인 비행을 살려 배달 일을 시작한다.

 

무엇이든 쉽게 해내는 일반적인 마녀와 달리 키키는 비행을 제외한 마법을 할 줄 모른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우울해하고, 슬럼프에 빠져 마법 능력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이런 키키의 모습은 보통의 사회 초년생들과 매우 닮았다.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는 설렘과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근거 없는 낙관에 빠지기도, 깊은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무기력함에 빠진 키키에게 숲속 오두막에서 만난 우르술라는 이런 말을 한다.

 

 

마법이나 그림이나 비슷하네. 나도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종종 있어.

 

정말? 그럴 땐 어떻게 하는데? 예전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해서 날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그럴 때는 미친 듯이 그릴 수밖에 없어. 계속 그리고 또 그려야지.

 

그래도 날 수 없으면 어떡해?

 

그러면 그리는 걸 포기해.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마. 그러면 갑자기 그리고 싶어지게 돼… 그때 그리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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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돌아온 키키는 친구 ‘톰보’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시 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부러진 자신의 빗자루 대신 청소 밀대를 타고 있는 힘껏 날아오른다.

 

여느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과 달리 키키는 특별한 능력도 세계를 구하겠다는 거창한 사명도 없다. 그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이웃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조금씩 헤쳐나갈 뿐이다.

 

키키에게 애정이 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면에서다.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에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지만, 때로는 잠시 멈추고 때로는 최선을 다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와 이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함, 이것이 키키의 가장 큰 무기이자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이 글을 마친 뒤, 서랍 속에서 새로운 키키의 엽서를 골라 벽에 붙일 계획이다. 새롭게 마주할 새해에도 키키의 마법이 가득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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