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두르지 말고 자신 속 원석에 귀를 기울이길 [영화]

영화 <귀를 기울이면>
글 입력 2024.04.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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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왠지 모르게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면 찾아보는 영화가 있다. 최근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이 많아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는 바로 OTT를 틀어 그 영화를 찾았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나의 불안함을 달래주는 영화는 지브리의 <귀를 기울이면>이다.


초등학생 때 이 영화를 처음 접했었는데, 당시에는 두 주인공의 따뜻하고도 간지러운 분위기에 자꾸 눈길이 갔었고, 그렇게 흥행한 다른 지브리 작품들을 제치며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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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전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다시 찾아보면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장면이 바뀌었다.


예전엔 두 주인공의 풋풋한 사랑에 집중하고 설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시즈쿠의 고민과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세이지의 할아버지 말에 더 집중하면서 두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부럽다. 벌써 미래를 설계했구나. 난 전혀 짐작도 못 하고 있는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


"쓰고 나서 깨달았어요. 쓰고 싶은 마음만으로 안된다는 것을요. 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요. 하지만 세이지가 자꾸만 앞서가니까 무리를 해서 쓰려고.. 무섭고 무서워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 주변 사람들은 앞서 나가는데 본인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담긴 시즈쿠의 말들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 역시 날이 갈수록 꿈이 많았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미래에 대한 확신은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들만 앞서 나가는 것만 같이 느껴져 괜히 무서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시즈쿠의 말들에 깊이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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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이지의 할아버지 말을 통해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며 위로받았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그 원석과도 같은 존재야... 할아비는 지금 그대로도 좋단다. 허나 바이올린을 만들거나 소설을 쓴다는 건 얘기가 다르지. 자신 속의 원석을 발견해서 시간을 들여 연마하는 일이니까. 쉽지 않은 작업일 게야.“

 

”자세히 보면 그 가운데 가장 큰 원석이 보일 게다. 사실 그건 손을 대면 오히려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돌이란다. 더 안쪽에 있는 작은 것들이 순도가 훨씬 높지. 겉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훨씬 더 좋은 원석이 있을지도 모른단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인 원석. 할아버지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 찾는 과정이 힘들 뿐 누구에게나 빛나기를 기다리며 숨어 있는 원석이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 원석을 발견하고 시간을 들여 다듬으면 가장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큰 원석보다 훨씬 더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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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시즈쿠가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자기 모습에 두려워하자, 할아버지는 이러한 말을 더 남긴다.


 

"허둥댈 거 없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연마하거라."

 


누구에게나 원석은 있다는 말보다 이 말이 나에게 더 힘을 주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괜히 뭔가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하면서 허둥댈 때가 있는데, 그럴수록 불안감만 증폭될 뿐이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여 영화를 볼 때마다 곱씹어보는 대사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즈쿠가 세이지를 부러워했듯 나 또한 시즈쿠가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그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할아버지는 성인인 나에게도 똑같은 말로 격려를 했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 때 나는 시즈쿠의 엄마를 떠올린다. 시즈쿠의 엄마는 아이들을 거의 다 키우고 뒤늦게 석사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이렇게 늦은 나이라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며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은 나에게 큰 용기를 준다.


그리고 앞서 한 생각에 당당히 답을 내린다. 할아버지는 성인인 나에게도 똑같은 말로 격려할 거라고. 원석을 찾는 시기는 정해진 때가 없다고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긍정 회로의 스위치를 켠다.


‘원석을 발견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보다. 얼마나 더 빛나는 원석이 되려고 그러는 걸까. 늦었을 때라는 건 없으니 허둥대지 말자. 천천히 빛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원석을 찾기 위해, 찾은 다음 끝내주게 연마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가 이 영화를 통해 생겨난 나만의 긍정 회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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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줄 순 없다. 나 역시 다른 이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알려줄 수 없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다른 이의 도움으로 해소할 수 있다. 가족, 친구에게 이러한 마음을 털어놓고 격려의 목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이전보다 불안함은 사라지고 편안해진다. 나 역시 친구들이 같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해답은 주지 못해도 그 마음을 백번 공감하기에 있는 힘껏 격려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은 털어놓고 격려받을 수 있겠지만 항상 털어놓긴 힘들다. 어떤 때에는 직접 털어놓고 격려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이렇게 나처럼 한 번씩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각이 많아지고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듣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들이 있다면 <귀를 기울이면>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누구도 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줄 순 없기에 이 영화 역시 명확한 해답을 주진 않는다. 시즈쿠와 세이지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결말이 아닌 원석을 더 빛낼 희망과 용기를 얻고 끝나는 열린 결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전하는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즈쿠의 원석을 찾고 연마하는 여정, 새로운 원석을 연마하는 시즈쿠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도 위로를 얻고 자신 속의 원석을 발견할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날을 지새우는 이들이 이 영화의 격려를 통해 본인만의 긍정 회로를 만들고 자신 속의 빛나길 기다리는 원석에 귀 기울이며 편안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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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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