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두르지 말고 자신 속 원석에 귀를 기울이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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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왠지 모르게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오면 찾아보는 영화가 있다. 최근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고민이 많아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는 바로 OTT를 틀어 그 영화를 찾았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나의 불안함을 달래주는 영화는 지브리의 <귀를 기울이면>이다.
초등학생 때 이 영화를 처음 접했었는데, 당시에는 두 주인공의 따뜻하고도 간지러운 분위기에 자꾸 눈길이 갔었고, 그렇게 흥행한 다른 지브리 작품들을 제치며 가장 좋아하는 지브리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들 때마다 다시 찾아보면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뀌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에서 집중하는 부분이, 내 마음을 뛰게 하는 장면이 바뀌었다.
예전엔 두 주인공의 풋풋한 사랑에 집중하고 설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시즈쿠의 고민과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리고 세이지의 할아버지 말에 더 집중하면서 두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부럽다. 벌써 미래를 설계했구나. 난 전혀 짐작도 못 하고 있는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어.”
"쓰고 나서 깨달았어요. 쓰고 싶은 마음만으로 안된다는 것을요. 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도요. 하지만 세이지가 자꾸만 앞서가니까 무리를 해서 쓰려고.. 무섭고 무서워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 주변 사람들은 앞서 나가는데 본인만 뒤처지고 있는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담긴 시즈쿠의 말들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나 역시 날이 갈수록 꿈이 많았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미래에 대한 확신은 희미해지고, 다른 사람들만 앞서 나가는 것만 같이 느껴져 괜히 무서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시즈쿠의 말들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세이지의 할아버지 말을 통해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며 위로받았다.
"시즈쿠와 세이지는 그 원석과도 같은 존재야... 할아비는 지금 그대로도 좋단다. 허나 바이올린을 만들거나 소설을 쓴다는 건 얘기가 다르지. 자신 속의 원석을 발견해서 시간을 들여 연마하는 일이니까. 쉽지 않은 작업일 게야.“
”자세히 보면 그 가운데 가장 큰 원석이 보일 게다. 사실 그건 손을 대면 오히려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돌이란다. 더 안쪽에 있는 작은 것들이 순도가 훨씬 높지. 겉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훨씬 더 좋은 원석이 있을지도 모른단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인 원석. 할아버지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아 찾는 과정이 힘들 뿐 누구에게나 빛나기를 기다리며 숨어 있는 원석이 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 원석을 발견하고 시간을 들여 다듬으면 가장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큰 원석보다 훨씬 더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 격려한다.
나아가 시즈쿠가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자기 모습에 두려워하자, 할아버지는 이러한 말을 더 남긴다.
"허둥댈 거 없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연마하거라."
누구에게나 원석은 있다는 말보다 이 말이 나에게 더 힘을 주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 괜히 뭔가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하면서 허둥댈 때가 있는데, 그럴수록 불안감만 증폭될 뿐이다.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여 영화를 볼 때마다 곱씹어보는 대사이다.
또 한편으로는 시즈쿠가 세이지를 부러워했듯 나 또한 시즈쿠가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그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부러움을 느낀다. 할아버지는 성인인 나에게도 똑같은 말로 격려를 했을까?
이러한 생각이 들 때 나는 시즈쿠의 엄마를 떠올린다. 시즈쿠의 엄마는 아이들을 거의 다 키우고 뒤늦게 석사 공부를 하는 중이다. 이렇게 늦은 나이라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며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은 나에게 큰 용기를 준다.
그리고 앞서 한 생각에 당당히 답을 내린다. 할아버지는 성인인 나에게도 똑같은 말로 격려할 거라고. 원석을 찾는 시기는 정해진 때가 없다고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긍정 회로의 스위치를 켠다.
‘원석을 발견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 보다. 얼마나 더 빛나는 원석이 되려고 그러는 걸까. 늦었을 때라는 건 없으니 허둥대지 말자. 천천히 빛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원석을 찾기 위해, 찾은 다음 끝내주게 연마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가 이 영화를 통해 생겨난 나만의 긍정 회로이다.
누구도 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줄 순 없다. 나 역시 다른 이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알려줄 수 없다. 그래도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은 다른 이의 도움으로 해소할 수 있다. 가족, 친구에게 이러한 마음을 털어놓고 격려의 목소리를 들으면 확실히 이전보다 불안함은 사라지고 편안해진다. 나 역시 친구들이 같은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해답은 주지 못해도 그 마음을 백번 공감하기에 있는 힘껏 격려하고 응원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일은 쉽지 않다. 몇 번은 털어놓고 격려받을 수 있겠지만 항상 털어놓긴 힘들다. 어떤 때에는 직접 털어놓고 격려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이렇게 나처럼 한 번씩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생각이 많아지고 격려와 응원의 말을 듣고 싶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들이 있다면 <귀를 기울이면>을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누구도 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줄 순 없기에 이 영화 역시 명확한 해답을 주진 않는다. 시즈쿠와 세이지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결말이 아닌 원석을 더 빛낼 희망과 용기를 얻고 끝나는 열린 결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전하는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시즈쿠의 원석을 찾고 연마하는 여정, 새로운 원석을 연마하는 시즈쿠 엄마의 모습을 통해서도 위로를 얻고 자신 속의 원석을 발견할 힘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날을 지새우는 이들이 이 영화의 격려를 통해 본인만의 긍정 회로를 만들고 자신 속의 빛나길 기다리는 원석에 귀 기울이며 편안해지기를.
[신은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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