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김서현.jpgㅇㅇ.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2/20241230224852_pcxhlnwu.jpg)
팀원들을 처음 만난 건 가을의 초입이다. 연말이 가까워지며 날씨가 부쩍 추워져서 그런지, 팀원들과 여름의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씨에 만났다는 점이 잘 실감 나지 않는다.
처음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은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각자의 관심사가 가지각색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는 달에 세네편씩 연극을 관람하고 또 누군가는 그만큼 만화를, 전시를 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날 인사한 세 팀원 모두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의 저자라는 점이다.
아래에 그 멋진 글들의 링크를 남겨두었다. 이글을 보는 분들이라면 한 번씩 그 주인공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리뷰] 왜곡된 공간, 길 잃은 분노 - 까마귀 클럽 [연극]
[Opinion] B급의 향연, B주류 리포트 [문화 전반]
평소 즐겨 걷지 않던 걸음으로 새로웠던, 또 혼자가 아닌 함께라 더 즐거웠던 경험들을 기록해 본다.
연극 : 최후의 분대장
무려 18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울림을 주는 연극이다. 조선의용군 가운데 가장 오래 살아남아, 그 역사를 기록한 김학철의 자서전을 극으로 풀어냈다. 극장에 들어설 땐 이렇게나 무거운 주제에 그토록 긴 시간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앞섰지만, 배우가 한명 한명 등장할 때마다 몰입을 더해가는 스스로를 느끼면서 무색해졌다.
대여섯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배우가 반복해 등장하며 무대를 채우는데, 매순간 인물을 충실히 표현해 내 전혀 헷갈리지 않는다. 오히려 말미에는 배우 한 명의 인사에서 그가 연기한 수많은 작품 속 인물들이 함께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올해 들어 연극을 본 기억이 손에 꼽힌다. 혜화 극장을 찾은 지도 1년이 넘게 지났던 것 같다. 모임을 통해 다시 접한 연극이 평소 즐기던 전시와는 사뭇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었다. 무대 위에 오른 배우, 극을 연출한 연출가 모두와 가장 생동감 넘치게 교감할 수 있는 곳 아닐까.
해방촌 책방 투어
거리를 걷다 우연히 눈에 띄는 책방을 들어서는 일상 외에, 책방을 굽이굽이 찾아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어쩌면 앞으로도 우연히 마주치는 책방만 두발 앞에 자리했을지 모른다.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책방마다 고유의 색깔이 묻어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책을 단순히 분류별로 큐레이션한 것이 아니라 모으고 선별한 책들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느껴진다.
녹색 간판이 인상적인 '풀무질'은 크게 여성/기후/노동으로 분류되는 책들을 한데 모았다. 작지만 가볍지 않은 분위기의 카페를 겸해 책을 오롯이 대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
'별책부록'은 저마다의 도전들로 가득하다. 전문가, 혹은 철학자의 연륜이 담긴 두터운 책들보다는 프로젝트 도서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누구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내보일 용기가 있다면 얼마든지 책을 만들 수 있단 것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례로 문 앞에 걸려있는 '월간00'은 월별로 모여 자유로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이를 좌담회 방식으로 정리한 에피소드들이 모여 있다. 이 얇은 책을 읽다 보면 저마다 '왜'를 품고 산다는 걸 깨닫는다. 눈앞에 놓인 일들을 해치우다 보면 이유를 종종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여덟 단어'라는 책 역시 좋은 문장을 담고 있어 메모장에 받아왔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선택을 했다면 그것을 옳다고 증명하는 일만 남는다.'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
![[크기변환]_KakaoTalk_20241230_224047711.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412/20241230224543_dqhtkpbq.jpg)
10시 오픈런을 감행했음에도 길게 늘어선 줄에 놀랐던 12월의 마지막 만남. 그 긴 줄을 혼자 섰으면 대기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서로 근황을 묻고 웃다 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전시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 고흐 전시에 관해서는 추후 리뷰 글을 통해 보다 자세히 작성할 계획이다.
팀원 모두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지만, 고흐의 일대기를 톺아보는 구성에는 만족했다. 다만 연말 분위기를 위해 고흐전을 선택했는데, 전시에서 주요하게 다룬 소재가 데생과 삶의 말미여서 취지에 맞게 흘러가진 않았다. 그렇지만 고흐만의 뚜렷한 색감/거칠고 두터운 선 외 생소한 매력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귀중한 경험이다.
평소 전시를 오래 보는 편이어서 다른 팀원보다 다소 늦게 전시장 출구를 나왔는데, 흔쾌히 기다려주시고 또 아트샵 구경까지 함께해주셔서 더 감사하고 좋았던 기억으로 남는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지나, 새해 다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게 될 때 이번에 만나 뵀던 팀원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한다. 함께해서 더 좋은 경험들을 2025년에도 담뿍 마주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