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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통, 숲속 너구리가 배 대신 두드린 인간 사회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영화]

by 김서현 에디터
2024.10.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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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포코’는 너구리가 배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에서 유래한 단어다. 역설적이게도 영화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속 너구리에게 통통 배를 두드릴 여유는 없었다. ‘타마 뉴타운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강행한 인간의 개발로 너구리들은 숲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고, 영화는 이들이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개발 사업에 대응해 꿈꾼 ‘인간 대항 프로젝트’를 소재로 삼았다.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체로 너구리를 선정했으며, 너구리의 시각에서 개발사업을 다룬다는 점이다. 너구리들이 인간이 감행하는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방법, 너구리들이 속한 공동체와 환경이 점층적으로 파괴되는 과정, 그에 따른 너구리 집단 간의 갈등이 큰 줄기를 이룬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성’과 이를 표현하는 ‘서술 방식’이 영화의 완성도를 극대화한 일등 공신이다.


 

 

너구리에 투영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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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는 개발사업의 피해 대상으로서 등장하지만, 너구리 집단의 모습 안에서 인간 사회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가장 잘 부각된 지점이다. 인간으로 둔갑한 모습과 다큐멘터리에서 볼 법한 자연 속 모습을 오가는 너구리에게는 인간의 이면이 투영돼 있다. 한데 모여 계획을 논의하고 때로는 의견충돌로 인해 파를 나눠 싸우기도 하는 너구리의 모습은 마치 인간 사회를 보는 듯하다.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회의 개최와 싸움을 일삼는 모습, 여우의 계략에 빠져 갈등에 빠지는 모습 등이 작품에 사실성을 부여하며, 인간의 면모를 비판하면서도 인간과 닮아있는 모순은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관객은 인간과 너구리 사이의 관계, 너구리의 행위가 의미하는 바를 이중으로 분석해야 하는 수고를 겪지만 그만큼 영화의 주제를 깊이 받아들일 기회를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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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너구리는 변신술을 깨우쳐 인간과 유사한 외관을 갖추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을 활용해 인간 사회와 고향을 오가는 와중에 인간의 '이기심'마저 답습해 버리고 만다. 마치 인간 사회의 모습과 같이 당파를 나눠 갈등을 보이는 너구리의 모습에서 인간 사회의 문제점을 다방면에서 꼬집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외부 서술자와 너구리의 독백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연 파괴의 위험성과 ‘인간 사회의 이기심’이다. 영화는 주인공 너구리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음에도 별도의 서술자를 상정했다. 그 이유는 기획자가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작품에서 너구리 마을과 인간 사회 모습을 교차해 보여줌으로써 유사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생각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도시와 숲을 오가는 전개에 관객은 혼란을 느낄 여지가 있지만, 서술자의 설명과 인간으로 둔갑하는 변신술이라는 너구리의 캐릭터성이 이해를 돕는다. 서술자는 작품의 전개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지만, 너구리의 행동이 가진 의도성과 서사를 묘사의 방식을 통해 실감 나게 전달한다.

 

서술자는 스토리 외부에 존재한다. 너구리가 개발사업 대항 프로젝트를 결심하는 영화의 초반부부터 결국 환경의 변화에 굴복하고 마는 말미까지, 중년 남성의 목소리로 모든 상황이 나레이션을 통해 묘사된다. 너구리 집단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파가 나뉘어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주인공의 목소리보다 서술자의 목소리를 위주로 영화가 전개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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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한적으로 너구리의 목소리가 나레이션에 포함되는 장면도 존재한다. 바로 너구리의 독백이다. 인간과 대립하면서도 동일시되던 너구리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 공동체의 일부로서 목소리를 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프로젝트의 결말은 비극이었다. 너구리는 결국 현실에 굴복했고, 뉴타운 프로젝트에 숲을 빼앗긴 너구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변신술이 불가능한 너구리는 어디론가 터를 찾아 떠나갔고 변신술을 학습한 너구리마저도 인간의 삶에 억지스럽게 스며들었다. 이 순간이 바로 앞서 언급한 ‘너구리의 독백’이 이뤄지는 때다.


영화를 마무리하며, 주인공 너구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화면을 빤히 바라보며 관객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TV에서 그러죠? 도시 개발로 너구리나 여우가 모습을 감췄다고요. 너구리나 여우는 변신이라도 하지만 토끼나 족제비는 어떻게 된 거죠? 스스로 모습을 감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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