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이후 내가 여행을 가면 꼭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있다. 그 지역의 로컬들이 좋아하는 카페를 찾아서 그 카페의 테라스에 1시간 이상 앉아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저기 포토 스팟을 찾아다니고, 2만보를 채우며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의 진정한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나 또한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하루를 꽉 채워야만 비행깃값의 가치가 발현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뉴욕시티를 여행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 지금 이 도시를 진짜 사랑하고, 느끼고 있는 것이 맞나? 나 지금 행복한가?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채워진 일정표대로 움직이고 좋은 옷을 빠르게 고르기 위해 주변 풍경과 도시의 색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으로 계획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다음 여행지인 LA로 향하며, 내 여행 스타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따뜻해진 날씨 앞에 나는, LA 로컬들에게 인기라는 카페, 커뮤니티 굿즈 (Community Goods)로 향한다.
커뮤니티 굿즈의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강아지와 함께 모닝커피를 즐기는 사람들, 선글라스를 쓰고 멋지게 풍경을 바라보며 현장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나도 모르게 다음 장소로 향하지 않고, 말차 라떼를 사서 테라스에 앉아버렸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끼고 LA 거리와 사람들을 관찰했다.
정제되지 않은 그들은 옷차림과 대화,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시기하지도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며 서로의 공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줄을 서 있는 도중 스몰톡을 하기도 하고, 메뉴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내 나이대의 소녀들은 필라테스와 헬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커뮤니티 굿즈의 주메뉴인 브렉퍼스트 사이더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LA의 사람들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나의 안에 없었던 요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의 기분은 참으로 이상하다. 동경인가 질투인가.
나는 알 수 없는 감정과 함께 내가 한국에 돌아가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느리고 멋진 것들에 둘러싸인 나는, 느려도 괜찮다는 해답을 얻는다. 내가 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주변에서 누가 내 길을 비웃고, 내가 입는 옷들과 듣는 음악을 무시하더라도, 그저 앞으로 천천히 달팽이처럼 나아가도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여유가 넘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스스로 속삭였다.
커뮤니티 굿즈에는 참으로 멋진 LA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그래서 LA 로컬들의 패션과 커피 픽, 대화들, 그리고 움직임을 관찰하기에 너무나도 적당하다. 그리고 그들의 여유와 사고방식을 배우고 훔칠 수 있다.
여행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기 하다. 혹시 너무나도 빡빡한 스케줄을 세웠다면, 다음에는 카페에 앉아서 로컬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순간이자, 새로운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로컬에게 말을 슬며시 걸어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