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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인간은 왜 매체에 재현된 폭력을 허용하는가? [문화 전반]

영화 <떼시스> 리뷰

by 장연우 에디터
2024.12.0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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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극심하게 혐오하는 것의 이면에는 사실 그 대상에 대한 갈망이 내재되어 있기도 하다. 이 영화 속 ‘앙헬라’가 영화의 폭력성을 매우 혐오했지만 영상에 기록된 폭력과 잔인함에 대한 호기심을 저버리지 못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본성이기도 하다.

 

금지된 것을 갈망하는 인간의 태도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통해서 이미 명확히 드러난다. 철도에 사람이 뛰어들어 열차 운행이 멈추고, 시신 수습을 위해 사람들을 모두 내리게 하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시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선로 가까이 다가선다. 이때 ‘앙헬라’도 마찬가지로 시신을 보려고 다가서다 역무원에 의해 저지당한다. 영화의 첫 장면으로서 이 내용을 내세운 것은 이것이 영화의 주요한 주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금기된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 말이다.

 

또한 영화의 핵심 소재인 ‘스너프 필름’은 실제 폭력과 살해, 자살의 장면을 보여주는 영상물이다. 이는 그 자체로 영화 속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단서가 될 뿐만 아니라, 폭력을 다룬 영상물을 혐오한다고 말하던 ‘앙헬라’ 역시 금지된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녀는 필름의 소리를 녹음해 그것을 들으며 잠을 청하거나, ‘체마’가 폭력적인 영화를 즐기는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필름을 틀었을 때 결국 서서히 눈을 뜨고 자신의 눈으로 그 장면을 보고야 만다.

 

그렇다면 이러한 금기된 것에 대한 욕망이 인간에게 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인간은 폭력성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체에 재현된 폭력은 허용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곧 이 영화가 탐구하는 가정이자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매체를 통해 형상화된 금기는 감상자에게 1차적으로는 충격을 유발한다. 그러한 충격은 폭력, 살인, 혹은 성적인 금기 등 우리가 규범적으로 옳지 않거나 가시화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포착한 것에 대한 낯섦 혹은 불쾌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상자에게 와 닿는 그러한 충격은 결국 매체라는 정제된 ‘매개’를 통해서 다가간다. 즉 우리가 흔히 아는 규범의 세계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매체 너머 저 편에서 무너졌음을 포착하는 것이다. 결국 이 자체로 우리가 폭력적인 작품을 소비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미학자인 에드먼드 버크는 그의 숭고론에서 인간은 고통이 현실에서가 아니라 단지 표상으로만 존재할 때 ‘자기 보존의 욕구’가 만족된다고 했다. 이러한 만족은 공포가 거꾸로 안위로 전환되었을 때 오는 쾌감으로서, 그것이 곧 ‘숭고’의 감정이라고 말한다. 즉 작품에 형상화된 폭력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감정을 안위로 전환시킴으로써 계속해서 그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앙헬라’와 ‘체마’가 스너프 필름 속에서 펼쳐진 상황을 영상으로만 접했을 때와, 실제로 자신들이 그러한 위기에 놓였을 때의 대처 정도가 확연히 다른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앙헬라’는 이렇듯 금기시 된 것들을 형상화 하는 폭력적인 영화의 영향력을 감독이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까스트로 교수는 그것이 곧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니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영화 자체가 던지는 논쟁적인 물음을 영화의 이야기 속 소재와 연결 지어 관객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대다수의 관객들은 ‘앙헬라’의 주장에 동의를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자극적인 것들을 다루는 영화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고 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실제로 영화 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 문화 산업이 그러한 논리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영화도 스릴러 영화로서, 관객들이 두려움의 대상을 회피하고 싶으면서도 마주하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을 이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자기 반영적 성격이 짙은 영화인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 영화의 전형성을 띠기도 하지만, 오히려 ‘매체’ 그 자체의 속성에 대해 제대로 탐구하고자 한 영화처럼 느껴졌다. 영화 속의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는 스릴러 영화만의 재미를 느끼게끔 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로는 관객에게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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