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온라인 전시회를 접한 건 핸드폰을 만지다가였다. “어린이가 가장 먼저 배운 것; 차별과 폭력, 재난 속에서”라는 제목을 가진 전시에 대한 내용을 보던 나는 자연스레 링크에 들어가 보았다. 요즘 이런 주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던 나는 이 전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만든 거라는 정보도 흥미를 끌었기 때문이었다.
전시에 들어가서 보면서 알게 된 정보인데, 올해가 제네바 아동권리선언 100주년이라고 한다. 찾아보니 제네바 아동권리선언은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으로, 1924년 9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국제연맹 회의에서 49개국 국제연맹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더 찾아보다가 세이브더칠드런 공식 블로그에서 올해 9월에 올린 블로그를 발견하였다. 이 블로그에서는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선언인 제네바 아동권리선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또 지식채널e 다큐 ‘아이들을 구하라’에서도 에글렌타인 젭에 대한 내용을 봤다. 그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영상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특히 다음의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랑스럽지 않아도
내 아이가 아니어도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도
아이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어른의 당연한 의무
과정을 순서대로 보면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는 에글렌타인 젭(Eglantyne Jebb)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승전국이었던 영국의 한 명의 교사였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영국을 비롯한 승전국은 패전국에 봉쇄 정책을 펼쳤다. 그녀는 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패전국의 아이들을 직접 돕기 위해 구호기금을 모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적국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전단을 만들어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뿌려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적국의 아이들을 돕자는 전단을 배포한 일로 에글렌타인은 ‘적국을 돕는 배신자’로 낙인찍혀 재판받아야 했다. 당시 법에 따르면 실형을 살거나 전단 한 장당 5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하는 무거운 범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재판이 비인간적인 연합군의 봉쇄정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경을 넘어 적국의 아이들을 돕자는 에글렌타인의 진심이 통해 결국 그녀는 한 푼의 벌금도 내지 않았다. 실형법에 따라 유죄를 선고받기는 했지만 판사가 말한 벌금은 단 5파운드의 벌금이었다. 심지어 이 벌금은 재판부 검사가 대신 내주었다.
이 5파운드의 벌금이 세이브더칠드런의 첫 번째 후원금으로 기록되었으며, 이 작은 금액은 에글렌타인의 비전과 의지가 담긴 아동 권리의 시작이자 세이브더칠드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단 한가지의 목적이 있습니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규칙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어느 나라 아이이건, 어떤 종교를 가졌건 상관없이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에글렌타인 겝
세계 최초 아동권리선언문
에글렌타인은 단순한 구호 활동에서 끝나지 않고, 아동의 권리를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게 하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세계 최초로 1923년에 5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아동권리선언문을 작성했다. 모든 아동은 동등한 인격체로서 먹고, 치료받고, 교육받고, 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아동의 권리를 국제 사회의 의무로 삼고 모든 활동의 최전선에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이 선언문은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으로 발전하며 전 세계 아동의 삶을 바꾼 선언문이 되었다.
에글렌타인 젭이 발표한 최초의 아동권리선언문
1. 아동은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도덕적·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2. 굶주린 아동은 먹여야 하고, 아픈 아동은 치료해야 하며, 발달이 뒤처진 아동은 도와야 하고, 엇나간 아동은 돌아올 기회를 주어야 하고, 보호자가 없는 아동에게는 주거와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3. 재난 상황에서 아동은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4. 아동은 생존이 보장되는 환경에 있어야 하며 모든 형태의 착취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5. 아동은 자신의 재능이 인류 발전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을 이해하도록 양육돼야 한다.
그리고 1924년 9월 26일, 에글렌타인의 아동권리선언은 1924년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에 의해 ‘아동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으로 채택되었다.
그녀가 세상의 모든 아이를 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이유는 그녀의 한 마디로 알 수 있다.
“세상의 미래는 어린이에게 있다.”
- 에글렌타인 젭
“어린이가 가장 먼저 배운 것; 차별과 폭력, 재난 속에서”
“어린이가 가장 먼저 배운 것; 차별과 폭력, 재난 속에서”
오늘의 어린이는 무엇을 배울까요?
존중보다 차별을, 환대보다 혐오를, 자유보다 참아내는 것을 먼저 배웁니다.
그림자로 살아가는 법과, 피해자는 가득한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를 배웁니다.
추억이나 우정이 아니라 마스크를 쓰고 혼자로 살아가거나 폭격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웁니다.
내일의 어린이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어린이가 환대와 안전과 자유, 책임과 존중을 배울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곳에 모아 유엔에 전합니다.
- Save the Children
전시장에 들어가면 커다란 화면과 함께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우리 모두 어린이가 소중한 존재라는 말에 동의할 테지만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전시는 총 3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전시관은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배운 것’이라는 명을 가지고 있으면서 총 4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이주배경아동, 성착취피해아동, 분쟁지역의 아동, 노동착취 피해 아동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라고 말합니다. 이 아이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라고 적힌 글로 환영하는 제1전시관은 순서대로 ‘김기학 대표(바라카 작은 도서관)’의 <그림자로 살아남기>와 ‘김효정 팀장(디지털성범죄자피해자지원센터 청소년보호팀)’의 <책임지지 않기>, ‘김상훈 분쟁지역 사진작가·교수(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의 <폭격 속에서 살아남기>, ‘허정도 배우’의 <참고 견디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환영했던 글에 적혀 있던 이주배경아동, 성착취피해아동, 분쟁지역의 아동, 노동착취 피해 아동에 대한 영상을 하나씩 담고 있는 것이다.
제2전시관은 ‘재난으로부터 배운 것: ‘혼자’로 살아남기’라는 명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재난은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르게 온 재난을 겪은 100명의 아이들이 사진과 글, 그림으로 안녕을 전했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더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라는 글로 환영하는 이 전시관은 안녕일보 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을 모아두었다. 하나하나씩 세보니 총 20개의 영상이었다. 하나하나 보며 몇 년 전, 전 세계에 닥친 코로나19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당시에 내가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제3전시관은 마지막 전시실로 제1전시관과 제2전시관에서 보고 들은 내용들을 환기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을 제공한 것 같았다.
제2전시관에서 보았던 영상을 제공한 안녕일보 기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부분과 내일의 어린이가 배우길 원하는 것(We wish, 어린이에게)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글들이 뜨는 벽이 있다. 들어가 보니 Padlet으로 내일의 아동이 배우길 원하는 것이나 응원 메시지를 남긴 글들이었다.
마지막으로, 퇴장하는 문 옆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다.
“어린이가 가장 먼저 배운 것: 차별과 폭력, 재난 속에서”
전시를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이의 곁에 다정한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존중과 환대, 안전과 안녕을 먼저 배울 것입니다.
위태로운 오늘을 살고 있는 아이들 마음을 모두 담은 사진과 글,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준 아이들에게 응원의 말을 남겨주세요
- Save the Children
이 글을 읽는 것을 마지막으로 ‘퇴장하기’ 버튼을 누르면 다시 첫 출발 장소로 되돌아온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번 전시를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제네바 세계아동권리선언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또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는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어떤 아이라고 말하고, 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하는 이 전시는 제네바 세계아동권리선언 100주년 온라인 전시회로, 이번 11월 말까지만 한다.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전시이기에 이번 글을 적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