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무대 영상을 보다 보면 뻔하고 화려한 감상보다도 느끼기 어려운 하나의 감상이 있다. 바로 ‘잘한다’는 느낌이다. 무대를 잘한다, 딱 하나의 포인트를 짚어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상이지만 여러 가지에서 뻗쳐온 감상의 기류는 딱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 큰 울림을 준다.
이 느낌은 실력이 탄탄하더라도 다른 복합적인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쉽게 선사할 수 없는데, 얼마 전 한 그룹의 라이브 클립을 보는 동안에는 그 고양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엔믹스가 밀라노 ‘I-Days’ 공연에서 부른 ‘Beggin’’ 영상이었다. 원래 좋아하는 곡이기도 했지만, 거친 보컬이 몰아치는 이 곡을 걸그룹이 커버한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엔믹스의 ‘Beggin’‘에서는 원곡이 주는 거칠고 터프한 느낌은 덜했지만 본인들의 방식대로 무게감을 잡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신선함에 이끌려 영상을 보다 보니, 이 곡 전후로도 이어졌을 전체적인 공연이 궁금해 직접 영상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공연 내내 엔믹스는 고난이도의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탄탄한 보컬을 선보였다. 30분이 넘는 페스티벌 무대 내내 높은 에너지를 일정하게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도 페스티벌의 끝까지 그들은 웃는 얼굴로 관중과 어울렸다. 특히 자신의 빛나는 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Cruel Summer’를 무대 위에서 본인의 목소리로 부르는 릴리의 행복한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불어 행복을 느끼게 했다.
그들이 ‘잘한다’고 느꼈던 이유에는 사소한 손짓에서부터 관중과 어울릴 줄 아는 프로다운 무대매너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이 이유들이 한 명이나 핵심 멤버 몇 명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다인원으로 구성된 그룹에서는 누구 한 명이 특별하게 튀는 것보다는 그 모든 인원이 조화롭게 어울려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한데, 엔믹스는 서로 시너지를 내며 그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다. 가끔은 카메라 너머의 대중을 바라보는 것보다 무대 위 구성원들끼리 눈을 마주칠 때 나는 스파크가 더 치명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그러한 장면을 볼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참을 느끼곤 하는데, 엔믹스의 무대에서는 그런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 무대를 본 뒤에 오랜만에 엔믹스의 무대를 쭉 둘러봤다. 유달리 엔믹스에게서 느껴졌던 매력이라고 한다면, 바로 ‘탄탄함’이었는데 실력이 탄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보컬에서 주는 무게감이 있었다. 보컬라인 중에서도 설윤과 해원의 보컬이 가진 묵직한 텐션은 중저음대의 음역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사이를 치고 나와 시원하게 뚫어주는 지우와 릴리의 톡톡 튀는 음색과 고음도 무대의 깊이와 조화를 한층 끌어올려 주는 포인트였다. 그러다 보니 MZ스러운 키치부터 올드스쿨 바이브까지 폭넓은 컨셉을 소화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리고 이들이 뱉는 소리에는 일직선으로 쭉 뻗어지는 탄탄함이 있었다. 이는 곧 무대의 안정성과 직결되어 보는 내내 불안함 없이 이들의 퍼포먼스를 200%로 감상할 수 있었다. 또 보컬이 안정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선이 표정과 손끝, 발끝과 같은 디테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연 엔믹스는 어떤 그룹으로 대중가요 역사에 남게 될까, 궁금해졌다. 아이돌은 애석하게도 본업만 잘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소위 말하는 ‘스타성’이 있어야 어쨌든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고, 또 오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한 부분에서 엔믹스를 바라본다면 확실히 미래가 무궁무진한 그룹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전 국민이 인지할 정도는 아니지만 가수라는 본업 외적으로도 해원은 조회수 100만이 넘어가는 Youtube 콘텐츠 ‘워크돌’과 ‘마루는 강쥐’ 콜라보레이션 등으로 대중들에게 재치 있고 센스 있는 이미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릴리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자 매력 포인트로 릴리의 한 마디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지점이다. 귀여움과 카리스마의 갭으로 팬들을 놀라게 한 지우와 규진, 은근한 광기로 어떤 기상천외한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배이와 설윤의 지극한 팬 사랑이라면 코어 팬과 대중들은 더욱 오랜 시간 동안 엔믹스라는 그룹을 사랑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이게 이제 데뷔한 지 2년 된 그룹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라니, 자연스럽게 이들의 4년 뒤, 6년 뒤가 기대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예능감과 실력, 더불어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약간의 광기를 고루 갖춘 그룹이라면 앞으로 터질 포텐셜이야 많고 많다. 미지수와 다양성을 뜻하는 그룹의 이름처럼 온 믹스가 보여줄 새로운 세계와 무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