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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영화]

I Origins: 2014

by 정예진 에디터
2026.09.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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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막힐 정도로 노력을 기울여도 때로는 마음의 보상을 받지 못할 때, 그리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없을 때 모든 걸 내려놓기 마련이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허우적대며, 방대한 지식만을 수용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나. 결국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정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휩쓸려, 그 이면에 자리한 중요한 무언가를 영영 놓쳐버리고 만다.


      과학의 힘이란 감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어느샌가 사람의 능력치를 보완하고, 임계점까지 끌어올려 인간사를 더욱 효율적이게 만들고 있다. 편리함부터 극강의 세밀한 감정선까지, 사람이 어떠한 것을 애정으로 느끼고 혐오하는지 그 모든 부문을 아우르며 성장하는 것 같다. 과학과 함께 인간은 무궁한 발전을 이루며, 세상을 더욱 이롭게 만든다.


       

      만일 정신적인 어떤 것이,

      당신의 과학적 믿음이 틀렸음을 입증한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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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석 자를 떠올리기만 해도, 이루 잠에 들지 못할 정도로 애틋한 감정만이 가득 차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생물학자 ‘이안 그레이’, 그는 ‘소피’와 만나게 되어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게 된다. 철저하게 증명된 데이터만을 신뢰하고 살아온 그가, 운명과 영혼이라는 칠흑같이 방대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특히나 이안은 소피의 특유함을 지니고 있는 그녀의 ‘눈’에 강렬하게 이끌리게 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엘리베이터 사고로 그토록 사랑하던 그녀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이안은 절망에 빠진다. 수년 후, 이안은 자신을 도와주던 연구실 파트너 캐런과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나 놀랍도록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사망했던 전 연인, 소피의 홍채와 똑같은 홍채를 지닌 어린 소녀가 인도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어린 소녀의 이름은 ‘살로미나‘, 과학적 데이터로는 불가설의 경지로 이안은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안이 소녀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다다른 순간 그녀는 탑승을 거부하며 극심한 공포에 휩싸인다. 이안은 그 찰나의 시간 속 소녀의 얼굴에서, 사랑했던 소피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정말 ‘살로미나’가 ‘소피’의 환생일까? 영화는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평생을 과학에만 쏟아붓고 정량적인 결과만을 집착하여, 영혼을 믿기 거부했던 이안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소피와의 연결고리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소중한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또 다른 삶을 영위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의 찬란함을 새로이 머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안이 무수히 증명하고 결과를 산출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근간을 이루는 토대 ‘과학’. 이제 과학은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기도 하며 그 막강한 영향력의 씨앗을 세상사에 널리 퍼뜨리고 있다. 허나 과학이 해내지 못할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그 무언가는 바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든 혹은 세상 어떤 것이 되든 다채롭게 휘몰아치는 바로 우리의 진심일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신의 영역에 비견되는 과학의 단점이 된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사람의 감정도, 그들이 담고 있는 영혼도, 단 한 가지의 단어와 간편한 실체로만 녹여낼 수는 없으며, 결코 과학은 사람 마음속 켜켜이 자리 잡은 ‘무언가’를 대체할 수 없다.


      이안은 그토록 경계하던 영혼의 세계에 발돋움하게 된다. 과학과 영혼 그 어딘가의 경계에서, 소피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뒤엉킨 모든 감각을 가슴 깊이 묻고 지금의 순간을 한 걸음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영혼이라는 비실체적 존재가 이안의 굳게 닫힌 마음을 잔물결처럼 일렁이게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실타래처럼 복잡하여 과학으로 풀어갈 수는 없는 것 같다. 비과학과 과학 그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끔찍할 정도로 복잡하여 한 사람을 무너지게 만들고, 또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사랑’. 아이 오리진스는 사랑을 향한 위안과 동시에 지금 이 찰나, 무수하게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관객의 기억을 수십 번 환기한다.


      다시 만날 수 없어도, 다시 한번 사랑할 수 없어도 누군가를 향한 숱한 추억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눈부신 감정은 나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고 또 아로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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