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회사를 입사하고부터 극심해졌다.
당시 처음으로 자취방을 구하며 혼자 생활하게 되었는데, 자취방은 학교 기숙사와는 전혀 달랐다. 룸메이트도, 급식소도 없었다. 홀로 잠을 자고, 밥을 차려먹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깜깜한 집 불을 켜고 보일러를 켰다. 고독하다, 적적하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다.
혼자 사는 고독함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작은 소리에도 놀랐고 불을 끄고 누워있다가도 밖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면 깜짝 놀라며 잠이 달아났다. 그렇다고 조용하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혼자 누운 방안에 있으면 처음 겪어보는 쓸쓸함이 밀려와 잠을 달아나게 만들었다.
주말마다 엄마가 반찬을 들고 와 같이 저녁을 먹고 다시 인사를 하고 떠나면, 홀로 남은 집에 사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는 일요일 저녁은 항상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날이었다.
격한 운동을 해서 불면증을 극복해 보자는 결심을 갖고 주짓수 체육관에 등록을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운동 후 돌아와 씻고 개운한 기분으로 누우면 잠이 솔솔 몰려왔다. 그러나 운동을 가지 않는 날은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란 편안한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자취방은 내가 사는 집이었지만 혼자 사는 곳은 평온한 곳이 되지 못했다. 결국, 나는 8개월 만에 자취생활을 정리하고 가족의 곁으로 돌아왔다. 집의 안락함이란 공간의 크기, 인테리어와 같은 것이 아닌 편안한 사람과의 생활 속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주로 화가 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으면 목과 어깨 부분에 나도 모르게 힘을 주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몸이 자주 경직되곤 한다. 근육이 뭉치고 뻣뻣해지니 몸이 노곤노곤 잠이 올 리가 없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걱정거리가 있는 밤에는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은 감고 있는데, 정신은 계속 또렷해지고 몸은 피로가 몰려온다. 정말 환장하는 느낌이다. 다시 불면증과의 싸움이다. 자기 전부터 잠 오는 음악을 크게 틀어 나를 잠재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했다.
유튜브에 '잠 오는 음악'이라고 검색하니 명상음악, 자연의 소리, 클래식 등등 다양한 음악이 나왔다. 과연 숙면에 성공했을까? 잠이 오는 듯했으나, 깊은 꿈속까지 데려다 주진 못했다. 잠에 들려고 했으나 귓가에 계속 들리는 음악이 되려 신경에 거슬렸다.
갖은 방법에도 잠에 들지 못했던 나를 잠들게 만든 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이어폰이었다.
어느 날 에어팟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다가, 곡이 끝나자 귀가 막힌 듯한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점차 잠이 스르륵 오기 시작했다.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잠들어버렸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것 같았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자동차 소리, 바람소리,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 식사를 차리는 소리 등등 잠을 뒤척이게 만드는 소리들로부터 귀를 닫으니 평온하게 잠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자기 전 귀마개를 착용하게 되었는데, 잠이 오는 불편한 느낌 대신 조용한 기분 속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동안 잠에 들기 위해 운동, 음악, 따뜻한 차 마시기 등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나 '소음차단'이라는 경험을 통해 결국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인간은 고독함, 적막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며 활력과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고독에서 벗어난 동시에 사회적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받는 많은 스트레스도 인간관계의 대화, 길거리의 소음, 생활 소리 등 스스로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로부터의 피로가 극에 달했던 것 같다. 잠들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모든 행위를 멈추고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평온함을 찾는 시간이 필요했다.
건강한 몸은 마치 자연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자파 가득한 기계, 타우린과 카페인 가득한 음료, 그리고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 등 인위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면, 몸은 스트레스로 찌든 심신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히 잠들게 만든다.
그러니 나와 같이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들은, 잠들지 않는 나의 정신과 몸을 탓하기보다는 과연 나는 몸을 쉴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가,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게 돕고 있는가를 되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몸은 저녁이 되면 늘 그렇듯 평온한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