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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 학기마다 운동을 등록하는 의식을 치른다.

 

‘새’ 학기라 분위기 전환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로지 강의를 듣는 것만이 내 일상생활의 전부가 된다는 것이 괜히 억울한 마음도 있다. 방학 때는 내 시간이 많지만, 학기 중에는 이렇게 억지로라도 시간을 할당해주어야만 내 시간이 비로소 확보되는 듯하다.

 

문제는 운동에 너무 빨리 질려버린다는 것이었다. 하면 할수록 재밌는 운동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과정이었던 걸까? 수없이 ‘생초보’ 단계에서 마무리된 나의 운동 종목 역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나와 만난 운동 종목의 수명은 최대 3개월이었다. 보통 3개월 단위로 회원권을 끊기도 하고, 한 학기가 3개월 정도 되는 것도 있다. 이렇게라도 운동을 하는 게 다행이다 싶어서 어쩌면 의무감에 새로운 운동을 찾던 중, 드디어 재밌는 운동을 찾아냈다.

 

일주일에 2번은 필라테스, 1번은 요가로 묶어 파는 상품이었다. 대학생인 나에게 가성비가 나쁘지 않았기에 일단 나가기 시작했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곡소리가 났다. 다른 회원들은 이미 시작한 지 꽤 됐는지, 다들 익숙한 듯 강사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게 약 4주가 흐른 지금, 나는 필라테스와 요가를 가는 게 재밌다. 지금은 수업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으며, 학교에서 듣는 수업보다도 더 열심히 듣고 있다. 주말에 운동을 쉬면 괜히 찌뿌둥하고 무기력하다. 운동을 다녀와야 그 하루이틀이 싱그럽다.

 

운동을 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내 몸을 가꾸고, 내 몸의 변화를 보는 것이 재밌기도 하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운동은, 적어도 필라테스와 요가는 일종의 ‘수련’과도 같다.

 

핸드폰을 사물함에 두고 온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몸의 여러 구석구석을 느끼고, 근육을 조절하며 갈비뼈를 닫는다(자꾸 갈비뼈가 열려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니 운동 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지 않게 된다. 어쩌면 다른 운동을 금방 그만 두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자꾸 나에게 다른 것들을 생각할 여지가 주어져서이지 않을까.

 

한 시간 동안 오로지 내 몸에만 집중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나를 괴롭히던 것들과 거리를 두게 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근본적인 충전을 하게 된다.

 

핸드폰을 저전력 모드로 사용한다는 것은 기능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시간 연장만 할 뿐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충전해야 안심하고 조금은 배터리를 낭비하더라도 핸드폰의 수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나도 똑같다. 운동을 통해 충전해야 학교생활, 감정 소모, 대인관계에 충실할 수 있다. 조금은 낭비해도 되는 체력과 여유를 길러야 한다.

 

여유분의 배터리에서 더 좋은 성과와 행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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