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의 깊이가 주는 마음속 울림 -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글 입력 2024.09.2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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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알게 된 작가, 마크 로스코는 색면추상화의 거장이다. “로스코의 그림은 이 세상의 ‘어떤 것’에 대한 그림이 아닌,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그림이며, 안쪽이 반투명하게 비치는 로스코의 색면은 보는 감상자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혼의 창”이라고 소개한다.

 

맨 처음, 그의 그림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혼의 창’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추상화의 그림은 대부분은 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그림을 화면으로 보고 난 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표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 발짝 떨어져서 그의 그림을 보면, 그가 관객의 내면을 엿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전부터 눈길을 끄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관객을 사로잡기보다도, 그림으로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감동을 주는데 관심이 많았다.

 

“내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은 내가 그것을 그릴 때 경험한 것과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하고 있다.” (마크 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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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보면, 알 수 없는 환상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인간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캔버스로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그림마다 다른 색채는 감동을 주기도, 희열을 주기도, 쾌락을 주기도 한다. ‘색감’에 대한 작가만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색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본인 내면에 대해 깊게 사고한 흔적이 작품에도 묻어나는 듯하다.

 

저자인 크리토퍼 로스코는 마크 로스코의 아들이자 작가, 심리학자이다. 마크 로스코를 가장 가까이서 본 가족이자, 그의 전시를 기획하고 그의 예술 세계와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강연을 해오고 있다. 정말 작가의 대변인이 설명을 해주는 듯, 개인적인 견해를 덧붙인 점, 그리고 심리학의 관점에서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시점이 책에 묻어나 있다.

 

“애초에 로스코의 그림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슬픔의 눈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슬픔에 관한 이러한 논의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기쁨이나 분노, 안도감이나 두려움, 성취나 실패 등 다양한 상황에서 눈물을 흘린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감동의 표현이며, 유의미한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_31쪽 [마크 로스코와 크리스토퍼 로스코] 중에서

 

저자의 관점에서, 마크 로스코의 작품 앞에서 관객들이 흘리는 눈물은 그 자체로 슬픔이라는 감정이 아닌, 그들이 그림을 마주할 때 동시에 마주하는 내면의 감정, 마음속 깊은 곳을 뒤흔드는 교감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객의 내면과 공명하며, 존재하고 있지 않지만 작가의 마음과 공감되는, 또는 일치화되는 작품 그 자체의 파급력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감정이 불안정하고 역동적인 것처럼, 그의 그림은 고정되어 있지만 볼 때마다 변화하는 기분이 든다. 이는 보는 관람자의 경험이 달라지고,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그 자리에서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는 마크 로스코의 우주, 그리고 색의 우주가 마음속에 와닿았다.

 

“사회는 계속 변화하고 과학과 기술은 끊임없이 세상을 '현대화modernize'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핵심, 즉 태어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일하고, 죽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겉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이러한 궁극의 진리는 모든 경험의 근간을 이루며,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우리의 정신세계를 형성한다. 로스코는 '특정 시기'로서 지금의 현대mordern이 아니라 '어느' 현대, 즉 상대적이며 소통 가능한, 영원에 맞서 실재하는 시간의 틀로서 '현대'에 관심을 가졌다.” _477~478쪽 [마크 로스코와 크리스토퍼 로스코] 중에서

 

책의 내용이 진행될수록, 마크 로스코의 자서전을 보는 것처럼 세세한 감정의 변화, 당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되는 경험을 겪었다.

 

추상주의미술이 주는 영감과 깊이감, 그리고 타인이 아닌 내면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몰입하는 경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던 책이다.

 

 

[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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