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 성승정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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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서울무용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댄스필름 <왱zzz>(2019)부터 2024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 선보인 <일렁일렁>(2024)까지 춤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안무가 성승정을 만났다. 교육자이자 안무가, 댄스필름 디렉터로 활동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온 그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춤의 본질과 가능성을 탐구해 온 그를 만나, 춤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무가 성승정으로서의 작품 세계를 소개해 주세요.
제 자신의 일상적인 사건이나 행위들로부터 발생한 영감을 매번 독자적인 형식실험으로 담아내 저만의 색깔을 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반복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들과 패턴에 관심을 갖고 비언어적인 요소들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며, 그 안에 감성적인 내용들과 명쾌한 전환을 담아내는 작품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주 작품으로는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은 댄스필름 <왱zzz>(2019), ‘필름메이킹 퍼포먼스’ <롤 앤 액션>(2020), 춤이 실제적인 언어로서 기능하도록 문법과 어휘를 만들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한 '초급댄스어 특강(2022)', 나와 타인의 관계를 그린 2023MODAFE, 2024Bpam <수렴하는 것들>(2023), 그리고 최근 2024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서 물의 이미지와 반복성 짙은 동작을 통해 제 삶을 담은 <일렁일렁> 작품이 있습니다.
Q. 춤과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춤을 위태롭고도 아름다운 예술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회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예술을 접하며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교육열 덕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다른 예술은 물감, 악기, 텍스트처럼 특정 매체를 통해 표현되는 반면, 춤은 몸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점이 달랐죠. 하지만 ‘몸’만으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정서와 정신세계가 움직임에 반영되기 때문에 춤은 더 미묘하고 특별한 예술이었어요. 그래서 춤은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하며 동시에 유한한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춤은 사람이 하는 예술입니다. 무용을 업으로 택한 사람들이 좌절감을 느끼는데 어떤 이유가 있다면 그중 한 가지가, 자신의 춤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춤의 재료와 그 내용이 모두 ‘나’ 자체니까요. 그렇기에 그만큼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Q.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사회교육과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원 석사 과정을 밟으셨습니다. 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현재 안무 작업과 수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에서 사회교육과를 전공하면서 교생 실습과 교육 과정 설계, 그리고 교수 학습법을 배웠습니다. 이를 통해 가르치는 기술과 수업 전달력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죠. 저는 춤을 잘 추는 것과 가르치는 능력은 꼭 같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사회교육과에서 다루는 민주주의나 공동체에 대한 인사이트들은 생각보다 지금 하는 일들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한, 복수 전공으로 영상 매체예술을 공부하며 비디오아트를 배우고, 이를 춤과 접목시키는 과정에서 댄스필름 작업으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되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배경은 춤을 예술적, 사회적, 그리고 교육적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2018년 서울대학교 영상매체예술 졸업작품으로 시작된 ‘댄스어’ 시리즈는 춤을 언어로 체계화하려는 시도로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초급댄스어 특강>으로 다시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춤의 언어화라는 아이디어, 실제로 실현 가능한 작업이었나요?
<댄스어>는 춤을 언어처럼 체계화하려는 실험적 시도였습니다. 무용이 사회에서 비주류 언어처럼 여겨지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춤을 학습 가능한 언어로 상상하며 여러 문법적인 요소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 포지션을 통해 품사를 표현한다든지, 과거나 현재에 대한 표현을 담당하는 시제 등을 연결 동작으로 마련한다든지 하는 것들요.
하지만 춤을 완벽하게 언어로 구현한다는 건 여전히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일단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문법을 가르치거나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스어’는 춤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눠보려는 하나의 실험이었고, 이 작업이 댄스필름과 같은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완벽한 언어화는 아니지만, 춤이 가진 언어적 가능성을 열어준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Q. 코로나 시기, 댄스필름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무용영화제에서 <왱zzz>으로 최우수 작품상 수상을 시작으로 @wedontneedamouth의 댄스필름 <물러설 곳 없는 사람, a.k.a. 굴러온 돌>, 최근에는 공연 <일렁일렁>이라는 작품으로 직접 무대에 출연 및 안무를 하셨는데요. 이러한 작업 중 특히 애정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러 작품이 떠오르지만, 댄스필름 중에서는 특히 <굴러온 돌>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을 맞으며 군무를 촬영했던 작업인데, 촬영 당시의 추위와 극한 상황 속에서 팀원들과 연결되었던 순간들이 정말 특별했어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만들어낸 그 작품은 단순한 결과물을 넘어 출연진과 스텝들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겪었던 작업이었죠.
최근 작업한 <일렁일렁>도 애정이 갑니다. 이 작품은 제 삶에 대한 고민에 중점을 둔 작업이었는데, 기존의 작품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무대에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어요. 군무를 만들고, 직접 출연도 하면서 많이 배웠고 새로운 멤버들과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자주 공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Q. 춤을 가르치는 ‘춤선생 스스즈’로서 [시간·조형], {기승전:즉흥}, <군무 스터디>와 같은 수업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에게 춤의 즐거움을 전하고 계신데요. 각 프로그램의 특징과 의도는 무엇인가요?
저는 춤을 가르치면서 창작 과정을 체계화하고, 대중과 춤의 접점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먼저, {기승전:즈킁}은 창작의 첫 획은 즉흥이라고 생각해서 만든 수업입니다. 현실적으로 즉흥에도 공연예술로서의 다이내믹이 요구되는 상황이 많고 여기에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간:조형]은 움직임이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대해 제 나름대로 네 가지 원리로 정리하여 4회차의 강의로 만든 수업이에요.
창작은 단순히 본능적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더 깊이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군무 스터디>는 안무 지망생이라 할지라도 여러 명의 동료를 이끌어 볼 기회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고 여겨서 만든 일종의 스터디 그룹 같은 모임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안무가이자 무용수가 되어보는 일종의 공유 댄서풀 형식의 수업이라 할 수 있겠네요.
Q. 이러한 수업 철학이나 교육자로서의 방향성은요?
이러한 수업들은 단순히 춤을 배우는 것을 넘어 예술적 협업과 창작의 본질을 모두가 경험할 수 있게 하죠. 결국, 제 수업 철학은 춤이 단순히 공연을 위한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이며 창작의 과정은 때로 고통스럽지만 본질적으로는 즐겁다는 것입니다.
일종의 질적인 대중화, 대중화의 양질화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안무가 성승정으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춤이 사람들 간의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제 수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춤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언젠가는 생과 죽음까지도 주제 삼아, 삶의 본질과 인간 존재의 의미를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현재 위돈니드어마우스(Wedontneedamouth) 계정의 펀딩을 준비 중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춤과 예술이 가진 메시지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작업의 방향성을 더욱 확장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이를 통해 춤이라는 매체의 힘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 성승정 인스타그램 (@sseungjung)
[이다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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