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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설명하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시데레우스>는 음악이 가장 먼저 말을 건네는 작품이었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기 전부터 이미 몇몇 넘버의 멜로디를 알고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시데레우스>는 내게 그런 작품이었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부터 작품의 대표 넘버들은 공연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며 자연스럽게 귀에 익숙해졌고, 음원만으로도 인물들의 감정과 서사가 궁금해질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 공연은 익숙하게 들었던 음악들이 어떤 장면과 감정 속에서 탄생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넘버와 서사가 긴밀하게 맞물려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해주었다.

 

 

 

별을 노래하는 사람들


 

그렇게 음악으로 먼저 만난 <시데레우스>는 17세기 과학혁명기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요하네스 케플러를 중심으로 진실을 향한 탐구와 신념의 가치를 그려낸다. 작품의 제목은 갈릴레오가 1610년 발표한 천문학 서적 《별의 전령(Sidereus Nuncius)》에서 비롯됐다.

 

이 책에는 달 표면의 요철과 은하수를 이루는 수많은 별들, 그리고 목성의 네 위성에 대한 관측 기록이 담겨 있다. 작품 역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고 이를 세상에 전하려 했던 인물들의 여정을 중심에 두며 역사적 사건을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뒤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 역시 음악이었다. 단순히 귀에 남는 멜로디를 넘어 각각의 넘버가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작품의 주제를 완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갈릴레오와 케플러의 관계, 진실을 향한 탐구의 과정,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신념을 담아낸 주요 넘버들은 <시데레우스>가 왜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아 왔는지를 보여준다.

 

극 초반에 배치된 「답장」은 단순히 두 학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장면을 넘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관계의 출발점이 된다. 실제 역사 속에서 요하네스 케플러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갈릴레오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냈지만 갈릴레오는 정치적·종교적 위험을 의식해 쉽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지 못했다.

 

아직 망원경도, 별의 발견도 등장하기 전이지만 이 넘버를 통해 관객은 이미 두 사람이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후 이어질 과학적 발견과 갈등의 서사는 결국 이 작은 '답장'에서부터 시작되며 작품은 과학 혁명의 역사를 위대한 업적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로 풀어낸다.

 

「살아나」는 작품 초반부 케플러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담아낸 넘버다. 작품은 흔히 과학을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리지만 이 곡은 오히려 모든 발견의 출발점에 있는 ‘질문’에 주목한다.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상상 끝에서 사실을 찾아’와 같은 가사는 당시에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지동설과 새로운 우주관을 향한 두 인물의 도전 정신을 드러낸다.

 

특히 ‘멈춰진 어둠도 하나둘 살아나’라는 가사는 아무도 답을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가 호기심과 탐구를 통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무대 위에서 별들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하는 장면은 단순한 천문학적 발견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여주며 작품의 핵심 주제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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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기록, 사람의 이야기


 

작품 속 갈릴레오는 자신의 꿈과 신념이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지만 마리아는 그가 남긴 책을 읽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당시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맞서야 했던 것은 단순히 낡은 이론이 아니라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확신'이었다. 그래서 작품이 말하는 진실은 정답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질문에 가깝다.

 

갈릴레오가 기록한 관측과 사유는 세상을 단번에 바꾸지 못했다. 다만 누군가가 그것을 읽었고, 이해하려 했고,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졌다. 실제로 작품 역시 갈릴레오와 케플러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출발해 '진실을 마주할 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위대한 발견 자체보다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남긴 사람들, 그리고 그 기록에 귀 기울인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결국 <시데레우스>는 위대한 과학자의 업적을 기념하는 작품이 아니라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시대 속에서도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시대 속에서 끝까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들의 태도는 <시데레우스>가 오늘의 관객에게 건네는 가장 현대적인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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