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내면의 추상 - 도서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추상적인 붓질 속의 내면

by 윤지원 에디터
2024.09.27 14:14

 

 

몇 년 전에 부원으로 활동하던 동아리가 있었다. 하루는 동아리 활동으로 플라스틱을 꾸민 후 구워서 각자의 키링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옆 조에서 왁자지껄 하더니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서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맥도날드!"

 

노랗고 빨간, 그리고 네모난 것이 그려진 플라스틱 한 장을 보고 그것이 맥도날드의 감자튀김을 닮았다며 다들 웃고 있던 것이었다. 그 작품(?)의 작가는 열심히 항변했다. 이건 감자튀김이 아니라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이라고. 필자는 작가에게 구체적으로 그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작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마크 로스코"

 

오늘 필자가 소개할 책은, 이 경험으로부터 기인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필자는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가 누구인지도 몰랐거니와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라는 책의 제목을 보고, 이 책을 통해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와 그 작품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오늘 소개할 책은,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 라는, 마크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의 저서이다.

 


마크로스코 앞표지 웹용.jpg

 

 

이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필자는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에 대해 아예 몰랐기 때문에 기본적인 조사를 했다. 20세기 초인 1903년에 태어나 1970년에 사망한 마크 로스코는 추상표현주의 사조를 이끈 화가이다. 특히 이 추상표현주의는 '색면 추상'이라고도 부르는데, 마크 로스코는 색면에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녹여내 표현하였다고 한다. 색면에? 사실 설명만 들으면 잘 이해가 안 간다. 단순히 말간 물감을 칠해보인 것 같은 2차원적인 캔버스에 감정을 녹여낸다는 게 무슨 말일까?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관객들이 그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며 각자의 감정에 빠져든다는 것이었다. 물론 각 작품들 모두 다 각자의 매력이 있는 것이고, 관객들의 취향 또한 다양한 것이겠지만 단순히 색면으로 보이는 그 작품에 대하여 깊게 매료되어 한참을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나는 그림을 음악과 시만큼이나 감동적인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화가가 되었다.

 

로스코의 말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일 텐데, 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림은 바로 전해지는 미적 매력을 넘어 고유한 감동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 <마크 로스코와 음악>, p.286

 

 

마크 로스코는 회화 양식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하였다. 그 감정의 전달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마크 로스코는 공간을 활용하였다. 로스코의 공간감은 그의 색면 추상을 전달하는 데에 있어 효과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이 그의 그림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압도감을 위시하는 데에도 좋았다.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를 한 장씩 읽으며 첨부된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필자가 이 작품과 고독한 공간 속에서 온전히 마주한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몰입하게 될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라는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1963년 작인 이 작품은 가장자리가 어두운 고동색으로 칠해져있고 누런 건초, 혹은 빛 바랜 한지 같은 색면과 살짝은 붉고 초록빛이 도는 갈색빛의 색면이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무언가 그리운 듯하면서도 멜랑콜리한 것이 마음 속에 이는 듯하였다.


무언가 옛날에, 그러니까 필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가 태어나기 한참 전인 시대에서 일어났을 것만 같은 아득한 향수가 떠올랐다. 연기가 쌓인 듯 답답하면서도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것이 계속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이런 감정이었을까? 문득 그의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성거린다는 관객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쩌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정답이 없는 모두의 감정 앞에서 교감한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필자는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를 읽으며 이우환을 떠올렸다. 이우환의 작품 또한 색을 이용한 약간의 그라데이션이-두 작가의 작품을 모두 그라데이션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보여지고 있고, 공간의 활용이 독보적인 위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마크 로스코의 작품과 맞닿아있다고 느꼈다. 궁금증에 찾아보며 알게 된 것인데, 실제로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함께 보이는 전시회가 현재 열리고 있다고 한다.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는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표현주의에 대하여 아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아버지의 삶과 예술 세계가 담겨있는 책이다. 미술사조를 이해하기 보다는 마크 로스코라는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그의 작품을 나의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만약 정답이 없는 감정에 몰입하고 싶다면, <마크 로스코, 내면으로부터>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트인사이트] 명함_컬쳐리스트.jpg

 

 

윤지원 에디터의 인기글

많이 읽힌 글 3편
  1. 01 [Opinion] 디스는 누구를 향하는가 [음악]
  2. 02 [에세이] 잔나비
  3. 03 [Opinion] 기괴하고도 따뜻한 위로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만화]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