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시발레단이 그리는 새벽 감성 발레, '한여름밤의 꿈' [공연]

글 입력 2024.09.1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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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곡으로 꼽히는 '한여름밤의 꿈'을 모티브로 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밤의 꿈'이 지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원작의 사랑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는 캐릭터 퍽(PUCK)의 눈을 통해 ‘사랑’을 중심으로 장면들을 전개한다. 서울시발레단은 한국 최초의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 단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컨템포러리 발레에 대한 여러 시도들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이렇게 공공 단체에서 발레단을 창단했다는 점은 무용계에서도 눈여겨 볼 점이다.


무대는 2막 7장으로 이어지며, 원작에 등장하는 요정 ‘퍽(PUCK)’의 시선으로 사람의 사랑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퍽’의 시선은 3인칭의 시점으로서 마치 작품 속 이야기를 관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요정이 아닌 사람으로서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동요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또한 원작 음악과는 달리 슈만과 필립 다니엘의 곡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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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막이 오르고, 다소 어두운 배경의 무대에 11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더불어 위에 내려와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무용수들의 표정이나 동작을 3D로 보여주며 빛과 그림자, 대비되는 요소들을 집어넣어 다소 강렬하게 작품의 막을 연다.

 

무대 앞쪽에서의 퍼포먼스가 끝난 뒤, 뒷막이 열리고 방대하고도 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1막의 핵심 요소는 ‘비’이다. 비 내리는 밤을 배경으로 하며, 점차 더 깊어지는 어둠과 함께 꿈속으로 들어가는 통로, 그 속에서의 감정의 깊이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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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 무대 대부분을 채우는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는 비 내리는 상황을 관객들에게 완전히 몰입하도록 공연장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며, 조명 또한 최소한의 빛과 그림자를 활용하여 집중도를 높인다. 이러한 무대 구성 요소들은 넓은 대극장을 영화관으로 만들어버리며, 관객을 무대 위 동일한 상황 속으로 인도하며 고유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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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구성에 있어서 컨템포러리 발레인만큼 기존의 클래식 발레 동작과는 대비되는 강한 수축, 혹은 이완 그리고 절도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상체의 쓰임은 발레라는 장르에 신선함을 부여한다. 또한 기존의 직선과 위로 향하는 수직축 중심의 동작들이 아닌 양옆으로 뻗는 에너지, 중력을 부정하는 모습을 넘어서 플로어 동작이나 전반적인 과격한 움직임은 주재만 안무가의 독창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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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에서 2막으로 가는 부분에서 피나바우쉬의 <봄의 제전>이 생각날 법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무용수들이 앞으로 모여 쓰러지는 이야기로 전반부가 마무리된다. 1막 3장 ‘순수한 마음’에서는 클래식 발레의 구성을 포함하는 장면을 통해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2막은 어두운 현실, 혹은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어둠에서 벗어나 조금씩 동이 트며 밝아진 무대 분위기를 조성한다. 7m 높이에 달하는 정교한 붉은빛 나무와 흰 세트는 꿈에 들어온 듯, 이성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무의식적인 분위기에서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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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사랑을 주고받고 헤어지는 모습, 한때 뜨겁게 타올랐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공허함, 아직 남아있는 상처 등 서정적인 분위기와 무대 뒤편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피아노 소리는 어우러져 또 한 번 관객들의 감정을 꽃피운다. 흰 배경의 세트를 다각도로 활용하며, 거대한 붉은 나무에 레이저 조명을 비추어 생명력을 불어넣는 등,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일들이 환상적으로 무대 위에 그려진다.

 

무용수들 또한 긴 러닝타임동안 동일한 안무, 조연, 주연이 나누어진 구성이 아닌 자신만의 움직임을 그대로 무대 위로 올려놓으면서 컨템포러리 발레의 자유로움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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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격적인 시도인만큼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포스터에 제시되어 있는 장면, 그리고 2막 마지막 장면이 무용수의 부상으로 인해 삭제되었다는 점은 작품 전체의 내용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초래하였다. 조안무인 Addison Ector가 출연했다는 점도 기존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돋보이는 장면이 되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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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포러리 발레의 공공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의 첫 개막작품 <한여름밤의 꿈>은 기존 발레의 정형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와 발레 무용수들의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간이 지닌 복잡한 감정인 사랑을 셰익스피어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퍽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진정한 자신의 감정을 찾을 수 있도록 서정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들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힘찬 도약에 비해 관계자들의 도움, 다음 공연까지의 연습 기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본 작품에서 나아가 앞으로 컨템포러리 발레의 정체성을 갖추어 나갈 서울시발레단의 행보가 기대되는 바이다.

 

 

사진 출처 : 세종문화회관 공식 인스타그램

 

 

[이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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