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를 보다 -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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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일주일간 개최되는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 2024)에 참석하였다.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은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대안영화제이자 뉴미디어아트 영상과 전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축제이기도 하다.
2024년 올해의 주제는 ‘박제된 데이터, 떠도는 기억’이었다. 나는 8월 2일 상영된 [2024네마프] <한국..>을 관람하였다. 총 5편의 단편 영화, <그림자의 방>, <물끄러미>, <땅거미>, < One More Pumpkin >, <꽃핀 쪽으로>를 볼 수 있었다.
이 중에서 GV를 통해 메시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세 편의 영화를 이야기해 볼까 한다.
1. <물끄러미> - <물끄러미>는 클레이로 소녀의 내면을 표현한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후 진행되었던 GV에서 왜 영화의 제목이 ‘물끄러미’인지 알 수 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녀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의미에서 제목을 ‘물끄러미’로 설정했다고 하여 영화 속 소녀가 더 기억에 남았다.
<물끄러미>에는 수중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소녀가 찾는 신발이 물고기로 변화하며 그 변화된 물체가 소녀를 환상적인 세계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소녀가 그 물속 세계에서 치유 받고 성장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인상 깊었다.
물, 신발, 물고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였다고 느꼈다. 소녀에게 있어 물고기는 꿈을 안내하는 열쇠, 소녀를 안내하는 보호자로 보였고 그 과정에서 소녀가 변화하고 있다고 느껴져 좋았다.
2. < One More Pumpkin > - < One More Pumpkin >은 AI 이미지를 영상화하여 제작된 영화이다. 이전까지 AI를 활용한 전시나 영화를 본 적이 없어 더 인상 깊었다. AI의 부자연스러운 이미지의 움직임이 영화의 섬뜩한 분위기에 잘 어울려 더 몰입할 수 있었다.
< One More Pumpkin >은 서양의 할러윈과 한국적인 요소를 합하여 만들어진 영화로, 호박, 저승사자, 할러윈, 노부부가 등장한다. 호박을 먹는 장면과 그것을 먹고 서서히 중독되는 듯 보이는 저승사자의 이미지가 강렬했던 영화였다.
동화를 들려주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괴담을 이야기하는 영화였기에 더 흥미롭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AI 이미지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이 몰입도를 높여줘 인상 깊은 실험적 영화였다.
3. <꽃핀 쪽으로>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였다. 할머님의 독백이 시작될 때부터 어떤 소설의 어떤 구절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고등학생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었다. 그중에서도 6장, 동호의 어머니 관점으로 전개되는 <꽃핀 쪽으로>는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목소리로 소설을 읽는 이 영화가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5월의 어머니회’와 함께 만든 영화 <꽃핀 쪽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리 내지 않고 읽었을 때도 여러 감정이 들었지만 직접 낭독하시는 할머님들의 모습을 보며 소설의 구절을 들으니 감정이 직접적으로 와닿았다.
우울하고 절망에 빠진 현실을 살아가더라도 제목의 ‘꽃핀 쪽으로’ 나아가길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고 느껴졌다. 낭독을 통해 문장을 하나하나 새겨들을 수 있어 좋았다.
영화에 나오신, 목소리를 들려주신 고인이 되신 분들께 명복을 빈다.
[김예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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