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고 싶어서 여름을 기다린 적은 없는데도, 이상하게 여름이 오면 수박이 생각난다. 커다란 수박을 반으로 가르면 드러나는 선명한 붉은색,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시원한 단맛. 더운 날에 먹어서인지, 수박 자체가 가진 맛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박에는 여름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여름에는 유난히 선명한 순간들이 있다. 강한 햇빛과 짙어진 나뭇잎, 시원한 물, 그리고 한여름에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빨갛고 시원한 수박. 대단한 사건은 아니어도 그때의 온도와 냄새, 맛 같은 것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수박을 먹다 보면 여름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하지만 지나간 여름을 떠올릴 때 우리는 또 수박을 생각하고, 수박을 보면 다시 여름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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