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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명화로 칭해지는 그림은 저마다 밀도 있는 사연을 갖습니다. 그것은 사랑과 열정, 아니면 희망과 의지, 이 또한 아니라면 광기와 역경으로 빚어낸 이야기겠지요. 명화란 이러한 삶과 순간을 남기고 싶어 만들어진 일종의 결과물인 셈입니다."] (p.6)

 

<결정적 그림>은 그림의 화풍이나 시대적 배경, 사조보다는 작품을 세상에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삶에 주목했다.

 

남다른 재능으로 주목받았던 예술가들이 거장으로 인정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탄생했는지를 생생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저자만의 색다른 기준을 통해 6장으로 분류된 책 속에서 22명의 거장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림에 담긴 설명들은 매번 다른 형식과 문체로 전달된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법정극을 보는 듯했다. 성범죄가 범죄라고 인정받기 어렵던 시대에 젠틸레스키는 법정에서 고문까지 견뎌가며 진실을 증명했다. 자신을 향한 소문들을 뒤로 한 채 떠난 곳에서 젠틸레스키는 한 편의 그림을 완성하는데 그게 바로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티드>다.

 

남성 화가들이 그린 유디트와는 달리 젠틸레스키의 유디트는 강인하다. 그림 속 유디트는 망설임 없이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잘라내는데, 그의 얼굴은 젠틸레스키와 법정 공방을 벌인 타시의 얼굴을 쏙 닮았다. 가해자의 얼굴을 폭로한 그림은 그녀의 실력을 인증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이 그림으로 인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게 된 젠틸레스키는 1600년대 이탈리아에서 성공한 몇 안 되는 여성 화가로 후대에까지 이름을 남기게 된다.

 

잘 알려진 그림으로 낯익은 예술가, 알폰스 무하도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글은 이야기 형식으로 무하의 일생을 담아냈다. 사실 무하의 그림은 알았어도 그의 삶은 잘 몰랐기에 출판사 인쇄소를 배경으로 시작된 무하의 모습은 조금 낯설었다. 알고 보니 무하의 그림이 시작된 곳은 크리스마스 연휴, 교대 근무를 하던 인쇄소였다.

 

인쇄소에서 우연히 연극 포스터 작업을 의뢰받은 무하의 작품은 곧바로 많은 인기를 얻는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무하의 성공에만 주목하지 않고 그 성공이 있기까지의 과정에 더 초점을 둔다. 10대 때 미술 아카데미에서 낙방을 겪고, 20대 때 겨우 만난 후원자에게서도 내쳐졌지만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기에 어느 날 찾아온 성공을 낚아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무하 스타일'이라는 화풍이 화가의 길을 정한 뒤로는 그것밖에 없는 양 달려들었던(p.141) 성실함으로 탄생한 것을 알게 되니 무하의 그림이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이 외에도 책 속에서 더 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아픔이나 콤플렉스가 투영된 그림을 남긴 화가들도 있었고,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다지는 그림을 남긴 화가도 있었다. 현시대에 걸작이라고 평가되는 그림이 부귀영화를 누리던 화가의 몰락을 초래하게 된 작품이었다는 일화나 죽고 나서야 자신이 그렸던 그림들의 가치를 인정받는 화가의 이야기를 읽을 땐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림 속에 담긴 예술가들의 삶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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