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

글 입력 2024.06.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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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을 주제로 꼽자면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자취를 해서일까, 아직은 어리지만 언제까지 내가 나를 온전히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지 문득 불안하다.

 

그런데 이 논의에서 요점은 ‘어떻게’ 나이 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다.

 

최근 관련한 주제의 소설을 읽었다. 백온유 저자의 『페퍼민트』(2022)인데,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그 후유증으로 심장마비가 와 식물인간이 된 엄마를 돌보는 딸인 ‘시안’이 주인공이다.

 

간호 초기의 시안은 반사 신경 때문에 반응하는 엄마의 몸을 보고 혹시 깨어나지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는 내심 누군가가 굴레를 끊어주길 바라면서도, 가족은 그럴 수는 없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되려 자기 암시를 하면서까지 엄마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애증으로 느껴졌다.


책에서도 시사하듯 돌봄의 필요성, 돌봄의 가시화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다. 건강한 개인도 하루아침에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수 있고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돌봐야 할 수도 있다는 전 지구적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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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살펴보면 2022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 2천 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연령대별 비중은 ‘29세 이하 19.2%’, ‘70세 이상 18.6%’, ‘30대 17.3%’ 순이다.

 

전체 가구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가구의 형태는 1인 가구인 데다, 나이대마다 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혼자 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면 우리 사회는 외롭거나 불안하지 않을까? 당장은 괜찮(아 보이)더라도 취약한 틈새는 없을까?

 

가족의 형태는 점점 축소되고 파편화하고 있지만 그만큼 기존 제도에 안착되지 못한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다. 가령 민법 제779조에서 규정하는 가족의 범위는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매우 한정적이다.

 

혼인 혹은 혈연으로만 법적 가족 구성원으로 맺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에 준한 관계를 맺고 함께 살더라도,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된다.

 

이에 2014년에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 ‘생활동반자관계’라 함은, 대한민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뜻한다. 앞서 말한 법률적으로 정의한 가족의 개념을 느슨한 범위로 확장하자는 것이 요지다.

 

*


결국 나이가 듦에 있어서 삶의 방식, 주변인 그리고 나를 살피고 돌보는 것은 개인의 문제로 국한될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모두가 골똘히 고민하고 그 과정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카로우 세지아크(Carol Chediak)는 뉴욕이나 도쿄 등 여러 도시에서 활동하며 사진,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을 한다. 우연히 집 근처 양로시설 입소자들과의 만남이 계기가 되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브라질 베타니아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요가를 가르쳤다. 이후 각자의 작은방과 함께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을 선물했다.

 

좀처럼 열리지 않아 방 안에서 온전히 주인의 숨으로 정체된 공기는 세지아크가 문을 두드려 연 순간, 서로의 호흡이 한데 뒤엉켜 활기를 되찾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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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주제별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지금은 온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모이는 모임이 3개다. 모두 많이 애정하고 이 관계들이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만남에 목적은 나름이지만 감상과 기분을 공유하면서 결국 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삶을 지속하는 동력이 된다. 날이 갈수록 절감한다.


나이 든 내가 어떤 모습일지 아직 상상하기 어렵고 불편하지만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글로 쓴 이유도 더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맥락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사람도 돌봄의 수혜자와 제공자도 모두가 돌봄을 부탁하고 들어주는 일이 서로에게 부담보다는 공감에서 우러나올 수 있길, 날 선 경계 역시 흐려지길 바란다.

 

 

참고자료

 

-송다영, “[인터뷰] 용혜인 "'생활동반자법' 최초 발의한 이유는요…"”, 『더펙트』, 2023.04.27

-《아마도, 여기(Possibly, Here)》 전시 리플릿

-통계청, 「2023 통계로 보는 1인가구」

 

 

[지소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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