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스핀 오프로 퓨리오사가 주인공인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루머처럼 들렸을 때부터 진짜 제작에 들어간다, 엎어졌다 등 온갖 이야기가 들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봉까지 했다.
매드맥스가 한 5년 전쯤 개봉한 영화였나? 했는데 10년이 다 돼가는 영화란다. 극장에서 재개봉을 해줄 때마다 보러 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몇 십 년이 지난 후에 봐도 세련될 영화라서 더 10년 전에 개봉한 영화라는 게 더욱 믿기지 않는다.
제목부터가 맥스가 주인공임을 못 박고 시작하는 영화임에도 주연 투탑물을 방불케 하는 존재감과 활약을 보이며 시너지 효과를 냈던 퓨리오사. 특히 옆구리를 찔려 얼굴이 허옇게 질린 채로 몸을 끌고 임모탄 조에게 나를 기억하냐고 묻는 그 눈빛 하나에 퓨리오사의 과거를 따로 다룬 영화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샤를리즈 테론의 퓨리오사가 너무 강렬해서인지 기대를 잔뜩 하고 봤던 퓨리오사는 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기억에 남는 사운드트랙도 없었고 매드맥스의 빠른 액션과 군더더기 없었던 스토리와 달리 늘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퓨리오사 원톱 주연물임에도 빌런인 디멘투스의 분량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해서 디멘투스가 매드맥스의 메인 빌런인 임모탄 조처럼 임팩트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디멘투스의 엔딩을 먼저 구상하고 그에 맞게 억지로 퓨리오사와의 이야기를 길게 늘린 것처럼 느껴졌다.
디멘투스는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마치 로마시대 전차처럼 오토바이 세 대를 끌고 다니며 매드맥스 세계관 속 인물들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 하지만 공포심을 일으킨다는 설정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말이 너무 많아 무게감은 없고 몇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등장할 때마다 영화가 급격히 지루해졌다.
디멘투스가 어떤 캐릭터인지, 왜 퓨리오사가 이를 갈고 복수하려 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은 건 알겠는데 충분히 간략하게 편집할 수 있을 법한 스토리라고 생각해 아쉬웠다.
그리고 퓨리오사 이전의 사령관 ‘잭’이라는 인물과 퓨리오사의 급작스러운 관계 형성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잭이라는 캐릭터가 멋있고, 퓨리오사를 각성시키기 위한 인물이라는 건 알겠다. 그런데 이미 잭 외에도 각성할 만한 요소가 한두 개가 아닌데 거기에 잭까지 더해지니 퓨리오사의 기구함을 강조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 도대체 어디까지 기구해질 건지 따라가다 지쳤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물론 이런 빌드 업을 통해 기구함도 기세로 이겨내고 매드맥스에서 임모탄의 신부들을 탈출 시키는 데 도움을 마다하지 않던 퓨리오사가 독보적인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이건 다른 말인데, 매드맥스에서 이미 한쪽 팔이 없었던 채로 나왔지만 언제 한쪽 팔을 잃었다는 얘기가 없었던 터라 영화에서 조금이라도 아슬아슬한 장면이 나오면 여긴가? 하며 긴장하며 봤다. 긴가민가 하면서 보다가 아 여기구나 하는 부분이 있는데, 한쪽 팔을 잃게 된 이유도 퓨리오사 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만 너무 많이 한 것 같지만 ‘사가’라는 제목처럼 이번 퓨리오사 영화는 퓨리오사라는 한 인물의 영웅적 일대기를 보여준 영화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구했던 인생을 살았던 퓨리오사의 일대기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매드맥스 속 퓨리오사의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기대를 많이 하기도 했고 제작 기간이 길었던 만큼 아쉬움이 유독 많이 남는 영화였다. 재미없다고 묻는다면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한 번 더 볼 정도는 아니라고 해야 할까.
처음은 일반관에서 보고 한 번 더 볼 때 4D로 볼까 했는데 한 번 더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그래도 흥행을 못할 영화는 아닌데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듣고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어떤 영화의 속편이 개봉하면 그 전작을 따로 찾아봐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이런 부담감에 퓨리오사 관람을 미루고 있다면 곧 매드맥스도 영화관에서 재개봉한다고 하니 한 번쯤은 두 영화를 같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