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명나고 hip한 ‘심청가’ - 심청날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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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끝자락인 5월 31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퓨전국악 뮤지컬 ‘심청날다’의 마지막 공연이 펼쳐졌다. ‘심청날다’는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가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날다’와 함께 선보인 문화예술 사회공헌 ‘The Gift’의 일환이다.
이처럼 가정의 달에 선물같이 찾아온 ‘심청날다’는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국악을 펑크 록, 재즈, 블루스 등의 다양한 장르로 결합한 뮤지컬이다. 색소폰과 드럼, 베이스, 건반 등의 서양악기와 함께 어우러지는 꽹과리와 장구는 가히 신선했다. 어두워서 잘 보진 못했으나 중간에는 현악기의 활을 이용해 무언가를 긁어내며 연주하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색다른 연주는 관객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심청날다’에 구성되어 있는 곡들은 정말 ‘날다’의 이름에 걸맞게 날아다니는 듯한 현란한 연주와 무대를 장악하는 보컬을 보여준다.
내가 이 공연을 무척이나 즐겼던 이유는 밴드 ‘날다’가 공연을 백 퍼센트로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가 열성적으로 임함과 동시에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보는 이까지 집중하게 만드니 말이다.
그렇기에 국악 크로스오버 밴드 ‘날다’의 노련한 실력을 말하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밴드 개개인의 역량이 굉장히 뛰어난 것에 놀랐는데, 무대 장악력은 가히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내게 있어 색소폰의 존재감이 컸는데, 색소폰 이유철의 독주는 밴드나 악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함에도 저절로 박수가 나오게 할 정도였다.
현장 반응 또한 조용함과 뜨거움이 공존했다. 이때의 조용함은 침묵이 아닌 집중의 의미일 테다. 이처럼 익히 아는 심청가의 스토리 라인을 일정 부분 따라가면서 지루할 틈 없이 상승(혹은 고조)과 하강으로 80분의 공연을 이어나간 점이 돋보였던 공연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공연을 보며 내가 떠올린 감상은 ‘신명나고 힙하다!’였다. 우리의 것에 hip 한 스푼 담아내는 시도는 여전히 흥미롭다. 지난 2월 큰 흥행을 이룩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의 경우도 ‘힙한 MZ 무당’이라는 이화림(김고은)과 윤봉길(이도현)의 캐릭터를 통해 바이럴 된 바 있다.
‘심청날다’에도 이러한 시도가 드러난다. 조금 힙한 MZ 심청이 등장하는 ‘심청날다’는 현대사회의 부모-자식 간의 갈등을 담아내기도 한다. 우리에게 오랫동안 ‘효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던 심청에게 ‘소녀 심청’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랑스러운 심청을 보며 우리는 누군가를 투영하기도 할 테다.
나는 이러한 색다른 시도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또한, 가정의 달을 보내며 가족 정서를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제하지 않고 구성한 점 또한 이 공연의 장점으로 꼽고 싶다.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 있는 ‘심청가’를 어린아이와 어른 모두 신명나게 즐기고 또 뭉클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공연에 있어 관객과 무대 위 공연자의 쌍방향 소통은 그날의 공연을 특별하게 만든다. 우연성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시퀀스가 관객을 웃고 또 울게 한다.
‘심청날다’도 그러한 힘이 있었다. 밴드 ‘날다’의 보컬이자 소리꾼인 오단해가 “이번 서울 공연 역시 관객과 출연진이 함께 호흡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심청날다’는 어린 관객과의 케미가 돋보였고, 이는 그곳에 있는 모두를 함박웃음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순간이었다.
고전이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듯 ‘심청날다’는 서울 공연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으나 그 마지막이 끝이 아니길 바란다. 이러한 퓨전 예술이 더욱더 활성화되어 관객과 자주 소통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할 테다.
그렇기에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밴드 ‘날다’를 비롯한 전통 공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조유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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